감독과 배우, 각본가와 제작자로 만난 여성 영화인들은 서로의 목소리에 힘을 실으며 우정을 기록했고, 오늘날 영화계는 여성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여기, 작품 안팎을 오가며 연대를 이어온 여자들이 있다.
Sally Potter & Tilda Swinton

“스윈튼은 영화 <올란도> 제작비를 모으는 5년간의 과정에서 저와 어깨를 나란히 했어요.
재정적 재앙이 잇따르면서 엄청난 인내심을 요구하는 서사시적인 모험이었죠.
이 과정과 역경 속에서 발전해온 우리의 우정은 영화에 녹아있어요.”– 샐리 포터
Sally Potter, Naked Cinema: Working with Actors, Faber & Faber, 2014
자유와 권리를 찾기 위해 거리로 나선 이들로 가득한 1988년의 런던. 샐리 포터와 틸다 스윈튼도 한 행진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거리에서 함께 구호를 외치던 두 사람은 곧 카페로 자리를 옮겼고, 테이블 위에 올려진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올란도>로 둘의 우정은 시작되었다. 당시 샐리 포터는 이 소설을 영화화하기 위해 오랫동안 매달려 있었지만, 할리우드의 거듭되는 거절에 지쳐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보자마자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 고백하는 스윈튼의 한마디가 그를 일으켰다. 이후 비전을 공유하며 의기투합한 둘은 제작비를 구하기 위해 스튜디오들을 전전했지만, 이 또한 번번이 무산되었다.
이에 스윈튼은 새로운 제안을 했다. 자신의 모교 안 저택에서 우리가 상상하는 주인공 올란도의 사진을 먼저 찍어보자는 것. 두 사람은 돈을 모아 빅토리아시대 의상 두 벌을 빌렸고, 이를 입은 스윈튼의 모습이 포터의 카메라에 담겼다. 이후 자신들이 꿈꾸는 영화에 대한 설명을 덧붙인 사진집을 만든 후 칸으로 향했다. 그리고 마침내 영화 <올란도>(1992)가 세상에 나왔다. 버지니아 울프가 친구 비타 색빌웨스트를 떠올리며 소설 <올란도>를 썼듯, 포터와 스윈튼은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자유에 대한 갈망을 나누며 영화를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