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과 배우, 각본가와 제작자로 만난 여성 영화인들은 서로의 목소리에 힘을 실으며 우정을 기록했고, 오늘날 영화계는 여성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여기, 작품 안팎을 오가며 연대를 이어온 여자들이 있다.

Sarah Polley & Frances McDormand

“영화는 누군가의 외로움을 공유하는 유일한 예술이에요.”

– 셀린 시아마

Alex Heeney, Orla Smith, Portraits of Resistance. The Cinema of Céline Sciamma, 2019

데뷔작 <워터 릴리스>부터 <톰보이> <걸 후드>에 이르기까지. 셀린 시아마는 서로 이름을 묻고, 고민을 나누고, 함께 울고 웃는 여자 아이들의 우정과 성장을 기록했다. 그리고 2019년에 선보인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초상화가 마리안느(노에미 메를랑)와 귀족 아가씨 엘로이즈(아델 에넬)의 이야기를 그린다. 여성 화가로 살아남기 위해 규칙을 충실히 따르던 마리안느는 엘로이즈의 날카로운 비평 앞에 흔들리지만, 결국 두 사람은 서로를 깊이 응시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며 성숙한 사랑과 우정, 예술로 나아간다.

시아마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통해 미술사 속에서 여성들이 ‘뮤즈’로만 남던 관습을 전복했다. 그는 모델을 단순히 관찰되는 존재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제안하고 응시하며 작품을 함께 완성하는 주체로 그렸다. 시선의 전환은 마리안느를 연기한 노에미 메를랑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메를랑은 이 작품을 촬영하며 18세기의 여성 화가와 21세기를 사는 자신이 교차하는 경험을 했다고 고백했다. 당시 프랑스에 만연했던 미투(#MeToo) 운동은 메를랑이 모델과 배우 활동을 하며 겪은 언어적·신체적 폭력을 떠올리게 했고, 그는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친구들의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 경험은 메를랑이 직접 각본을 쓴 영화 <발코니의 여자들>로 이어졌다.

시아마는 주저 없이 메를랑의 영화에서 공동 집필과 제작을 맡으며 힘을 보탰다. 이 과정은 마치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속 마리안느와 엘로이즈가 서로의 예술을 완성하는 장면을 현실로 확장한 듯하다. “후회하지 말고, 기억해.” 영화 속 마리안느가 이별하며 남긴 마지막 대사는 메를랑이 상처를 기억하며 극복하도록 이끌었다. 스크린 안팎에서 서로의 목소리에 힘을 실으며 치유와 영감을 주고받는 이들의 관계는 영화 속 우정만큼이나 눈부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