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과 배우, 각본가와 제작자로 만난 여성 영화인들은 서로의 목소리에 힘을 실으며 우정을 기록했고, 오늘날 영화계는 여성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여기, 작품 안팎을 오가며 연대를 이어온 여자들이 있다.
Sarah Polley & Frances McDormand

“자신에게 해를 끼친 환경에 들어가서 그것을 더 나은 환경으로 만드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은 세상에 없을 거에요.”
– 프랜시스 맥도먼드
The Talks, Patrick Heidmann, Sarah Polley: “It Felt So Revolutionary”, 2023
볼리비아의 한 메노나이트 공동체에서 자행된 집단 성폭력 사건을 그린 미리엄 테이브스의 소설 <위민 토킹(Women Talking)>. ‘이 이야기는 반드시 영화가 되어야 한다’고 확신한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곧장 판권을 사들였고, 제작사와 함께 머리를 맞댔다. 누가 이 이야기를 가장 잘 구현할 수 있을까. 맥도먼드는 섬세한 시선으로 여성의 목소리를 기록해온 감독이자 작가, 사라 폴리를 떠올렸다. 하지만 폴리는 세 아이를 키우며 긴 제작 과정을 감당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폴리의 마음을 돌린 건 맥도먼드의 한마디였다. “이건 ‘위민 토킹’이잖아요. 우리가 규칙을 다시 쓰면 되는 거예요.” 그렇게 폴리는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고, 맥도먼드는 제작과 스카페이스 역으로 참여하며 두 사람의 협업이 시작되었다.
영화 <위민 토킹>(2009)은 실제 폭력의 현장은 조금도 보여주지 않은 채 오로지 헛간에 모인 여성들의 대화로 변화의 시작을 알린다. 촬영 현장 또한 이와 궤를 같이한다. 폴리는 기존 영화 산업의 오랜 관행을 바꾸기 위해 아이를 키우는 배우와 스태프들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일정과 환경을 유연하게 조율했고, 트라우마 치료사를 현장에 배치했다. 대화와 존중을 중심에 두며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가는 작품의 내용과 닮은 제작 과정을 따른 것이다.
맥도먼드는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이 느꼈던 혼란과 절망을 넘어 함께 고민하고 꿈꾸는 힘을 관객에게 건네고 싶었다고 말했다. 폴리 역시 예술이 사람들을 모으고 서로의 외로움을 덜어내는 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들의 만남은 서로를 존중하고 지지하며 완성한 협업의 기록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