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가은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영화 <세계의 주인>이 관객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쪽지.

*해당 기사는 영화의 일부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한국 영화의 새로운 빛, <세계의 주인>

바른손이엔에이

최근 극장가에서는 ‘올해 최고의 영화’라며 극찬이 쏟아지고 있는 한 작품이 있습니다. <우리들>, <우리집>으로 아이들의 세계를 그려왔던 윤가은 감독이 연출한 신작 <세계의 주인>이 그 화제의 작품이죠. <세계의 주인>은 팬들의 오랜 기다림 끝에 윤가은 감독이 6년 만에 공개한 세 번째 장편 영화로, 윤가은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따스한 시선이 교차하는 웰메이드 작품입니다. 개봉 4주 차에 누적 관객 수 9만 명을 넘어선 해당 작품은 조용하지만 단단한 힘으로 관객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10만 관객 돌파를 앞둔 지금, 침체된 극장가 속에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비추고 있죠.


주인의 소우주이자, 모두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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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주인>의 중심에는 주인(서수빈 분)이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라는 질문 앞에 선, 대한민국의 평범한 고등학생입니다. 명랑하고 쾌활한 성격 덕분에 주인은 인생의 그늘이라고는 전혀 없어 보이는 인기 만점의 ‘인싸’인데요. 그러나 주인이 전교생이 서명한 서명운동을 홀로 거부한 순간, 주인의 세상에는 미묘한 균열이 일기 시작합니다.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않았던 자신의 비밀을 의도치 않게 밝히게 되면서, 익명의 쪽지들을 받은 후 아픔과 혼란, 그리고 성장을 겪게 됩니다. 주인과 주변인들의 흔들리는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 <세계의 주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고정관념을 지우고 만나는, 주인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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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세계의 주인>을 봤을 때, 비로소 윤가은 감독의 연출 의도를 진정으로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윤가은 감독은 직접 “중심인물과 사건에 대한 핵심 정보를 모른 채 볼 때 더 큰 영화적 재미를 느낄 수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주인의 과거를 미리 알고 영화를 본다면 관객들은 <세계의 주인>이 벗어나려는 ‘편견의 프레임’을 다시 주인에게 씌우게 되죠. 이는 이 영화가 경계하는 지점과도 같은데요. <세계의 주인>은 타인의 시선으로 규정되지 않고, 오직 스스로의 힘으로 삶을 일궈나가는 자주적인 존재로서의 주인을 그리고 있습니다. 결코 제3자의 편견이 누군가의 세계를 대신 말하게 내버려두지 않는 것이죠. 그렇기에 아무런 선입견 없이 스크린 앞에 앉은 관객들은 주인의 세계 속으로 더욱 깊이 스며들 수 있습니다. 백지의 상태에서 바라본 시선이야말로 이 영화가 건네는 가장 순수하고 진실한 관람의 방식입니다.


올해의 빛나는 발견, 서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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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주인>으로 스크린에 첫 발을 내디딘 배우 서수빈은 단연 올해 가장 눈부신 발견이라 할 만합니다. 아직 대중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세계의 주인>을 보고 난다면 ‘서수빈’이라는 배우의 시작점을 마주한 기쁨을 오래 간직하게 될 것입니다. 첫 작품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서수빈은 극 중에서 고등학생 특유의 명랑한 에너지와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였는데요. 특히, 주인이라는 다층적인 캐릭터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동시에 주인의 복잡 미묘한 심정을 섬세하게 표현해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이끌어냈습니다. 주인이 아닌 ‘인간 서수빈’의 일상 속에서도 밝은 에너지와 사랑스러운 분위기로 많은 사랑을 받으며 덕후 몰이 중이죠.

주인의 세계가 모두의 세계로 확장되는 순간, <세계의 주인>은 관객들에게 마지막 쪽지를 건네는 듯합니다. 쓰라림을 내딛고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것, 그것이 자신의 세계에서 스스로 주인이 되는 길임을 <세계의 주인>은 나지막이 속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