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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치고는 날씨가 제법 따뜻했던 13일 금요일 저녁. 한 주를 마친 나는 주말이면 즐겨 찾는 생마르탱 운하(Canal Saint-Martin) 근처의 와인 바 ‘오 케(Au Quai)’에 들렀다. 이곳은 친구 알랭(Alain)이 운영하는 곳이라 평소 자주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파리 10구에 위치한 생마르탱 운하 지역은 분위기 좋은 카페와 술집이 즐비해 주말이면 많은 파리지앵이 모여드는 동네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레스토랑 ‘르 프티 캉보주(Le Petit Cambodge)’와 ‘르 카리용(Le Carillon)’ 카페의 테라스에도 금요일 밤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나 역시 친구와 함께 보졸레 와인을 마시며 여유로운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저녁 식사 시간이 끝나갈 무렵, 정확한 시각은 밤 9시 20분. 사람들의 웃음소리 사이로 갑자기 어디선가 ‘펑’ 하고 굉음이 들려왔다. “누가 폭죽을 터뜨리나보다.” 옆 테이블의 사람들이 말했다. 나는 순간적으로 총소리라는 걸 직감했다. 한 발이 울리고, 연이어 두 번째, 세 번째 총성이 울렸다. 사람들의 말소리가 줄어들었고, 순식간에 주변은 고요해졌지만 총성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나와 함께 있던 친구가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확인하기 위해 소리가 난 곳으로 달려갔다. 몇 초 후 그가 비명을 지르며 뛰어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카트린, 경찰에 전화해. 사람들이 죽었어!”

나는 르 카리용 카페 앞으로 달려갔다. 테라스의 의자들은 모두 쓰러져 있었고, 테이블 위의 유리잔들이 바닥에 나뒹굴었으며 몇 명의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누워 있었다.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즐겁게 맥주를 마시며 떠들썩한 주말을 즐기던 사람들로 가득했던 그곳이 참혹한 테러 현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섬뜩한 정적이 흘렀다. 모두 공포에 휩싸여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고, 비참한 전쟁터를 눈앞에 둔 상태로 움직이지 못했다. 잠시 동안의 정적을 깨고 다시 총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끔찍한 비명 소리와 함께 한 남자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두 명의 구급대원이 도착했다. 사람들을 공격한 범인들이 찻길로 뛰어나와 검은 승용차 옆에 서서 다른 카페들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휴대폰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같은 시간에 스타드 드 프랑스(Stade de France)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벌어졌다는 뉴스였다. 파리 전역에서 벌어진 심각한 테러 사태에 대한 뉴스를 접한 나는 우선 아들 마르티(Marty)부터 보호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고, 아이가 테러 현장에서 가까운 곳에 있지 않기만을 바랐다. 남편에게 전화해 아들을 찾으러 가라고 말했다.

수많은 경찰이 도착해 현장을 포위했다. 경찰의 지시에 따라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가게 안으로 피신했고, 총상을 당한 피해자들은 급박하게 이송됐다. 마음이 급했다. 가족과 친구들의 안전을 확인해야 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휴대폰을 꺼내 들고 여기저기에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현장이 수습된 지난 주말, 오 케를 운영하는 친구 알랭은 테러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의미로 가게 문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 주 금요일이 되면 우리는 프랑스산 와인 한 병을 앞에 두고 다시 똑같은 장소에서 평소와 같이 주말을 즐길 것이다. 그들이 남기고 간 테러의 공포에 굴복하지 않고 싶기 때문이다. 파리지앵들은 그들이 가한 위협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숨거나 피하지 않고, 오랜 시간 지켜온 파리의 전통과 문화, 평화로운 일상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다.

왜 하필 파리 10구인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범들이 이 지역을 공격한 이유는 무엇인가? 파리 시장 안 이달고(Anne Hidalgo)가 말했다. “테러범들이 겨냥한 지역은 파리에서 가장 훌륭한 역사를 간직한 곳 중 하나이고, 파리지앵이 가장 사랑하는 곳이며, 자유를 즐기기 위해 찾아가는 지역이다. 이슬람 광신도들은 프랑스인이 이룬 평화로운 사회를 파괴하고자 했고, 우리의 자유를 상징하는 지역인 파리 10구를 공격함으로써 테러의 위협을 극대화하고자 한 것이다.”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마리끌레르> 프랑스는 오래전부터 다뤄온 여성의 자유, 나아가 모든 사람이 가진 행복해질 권리를 더욱 열렬하게 외칠 것이다. 그 누구도 테러라는 폭력으로 우리에게서 사랑할 자유, 행복한 일상을 누릴 자유를 앗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