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헤는 밤의 환상의 섹스
불토를 보내던 어느 밤 원 나이트 스탠드로 만난 그녀. 그녀가 ‘소박한 자취방’이라고 소개한 자신의 집은 말이 자취지, 고층 건물 꼭대기 층을 통째로 전세 낸 것으로 한강이 보이는 루프톱 공간까지 갖추고 있었다. 금수저 물고 태어난 사람의 삶이 이런 거구나 싶어서 감탄했다. 궁상맞아 보일지 몰라도 궁금했다. 저 루프톱에선 주로 뭘 하는지. 친구들과 파티라도 해야 할 것 같은 공간을 갖춘 집에서 사는 기분은 어떤지 그녀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대답 대신 나를 루프톱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갑자기 입을 맞췄다. 누가 볼까 싶어 주위를 둘러봤지만 주변은 한강 불빛뿐. 그녀의 집보다 더 높은 건물들의 불빛은 이미 다 꺼진, 늦은 밤이었다. 두려울 것이 없는 밤이었다. 야외 섹스는 여러 번 해봤지만, 한밤중 루프톱에서 하는 섹스는 확연히 달랐다. 사방이 트인 공간이라는 점, 누군가 지켜보고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그만큼의 짜릿함 또한 내포하고 있어 과감한 행동을 부추긴다. 앞 건물 어느 한 곳이라도 불이 켜질까, 혹시 내가 모르는 사각지대라도 있을까 싶어 조마조마한 심정이었지만, 그에 비례해 이상하리만큼 쾌감은 더욱 커졌다. 더욱이 언제 이런 섹스를 해볼까 싶은 절박감마저 더해져, 그날 나는 극도로 흥분했다. 루프톱에서 시작된 섹스는 다시 거실에서, 거실에서 침실로 이어졌다. 그녀의 앙큼한 도발, 덥지도 춥지도 습하지도 않은 가을 날씨, 섹스 후 바로 편안하게 담배 한 대 태울 수 있는 환경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K(35세, 자영업자)
오, 마일리 신이시여!
원거리 연애를 하던 우리. 언제부턴가 밤 11시쯤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하면 그녀는 매번 헉헉대며 받곤 했다. 대체 뭘 하다가 받았길래 저런 동물 소리를 낼까 싶어 물었지만 여자친구는 그때마다 “운동”이라고만 짧게 답했다. 불순한 상상만 커지기를 6개월째. 방학을 맞아 한국에 들어와서야 그 운동의 정체를 알게 됐다. 17분가량의 마일리 사이러스 다리운동 프로그램. 마일리 사이러스가 다이어트를 위해 실제로 매일 따라 한 결과 얻은 ‘몸부심’으로 현재의 노출증을 얻게 되었다는 바로 그 운동 동영상을 따라 한 덕분인지, 여자친구의 다리는 이전과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단순히 라인만 예뻐지고 가늘어진 게 아니라, 허벅지와 복부, 허리 근육의 긴장에서 느껴지는 탄력도까지도 마일리 사이러스의 그것이랄까. 그러나 진짜 감탄사는 그녀와 재회의 섹스를 하는 순간 터져 나왔다. 단순히 다리의 라인이 달라져서, 몸매가 근사해져서 그런 게 아니었다. 온몸 구석구석 조여오는 그 탄력, 그 느낌은 예전의 여자친구의 몸에서는 받을 수 없던 것이었고 실로 충격이었다. 아니, 사실 그간 내 평생의 섹스에서 한 번도 느낄 수 없던 충만함 그 자체였다. 건강한 몸이 건강한 정신을 만든다면, 튼실한 코어 근육은 궁극의 오르가슴을 만든다는 걸 새삼 깨달았던 그 섹스. 그녀와는 결국 이별을 맞이했지만 그 후 나는 여자를 볼 때 어디를 가장 많이 보느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한다. ‘코어 근육’. 남들은 짐승 같다고 생각하겠지만, 한번 그 진가를 경험한 이상 이는 포기할 수 없다. 새삼 마일리 신에게 경배를 올린다. B(27세, 유학생)
야구 경기와 맞바꾼 밤
그녀와 함께한 뜨거운 여름 2박 3일간의 부산 여행. 롯데 자이언츠의 홈경기 관람으로 시작해 삼시 세끼를 부산의 유명 맛집 리스트로 채워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했다. 그러나 그 일정은 파라다이스호텔 스위트룸에 들어서는 순간 반전을 맞이했다. 오, 호화롭도다. 남포동이고 나발이고, 이런 곳에 묵으면 일단 한번 하고 보는 게 남는 거겠군. 스위트룸의 사치스러운 분위기에 이끌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시작된 섹스는 이후의 일정을 모두 공중분해시켰다. 사직구장으로 향할 시간이었지만, 간신히 구한 S석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지만, 우리는 야구 관람 대신 스위트룸에 머무르길 택했다. 장외 홈런보다 더 짜릿했던 섹스. 바다를 보며 서로의 몸 구석구석을 탐방했다. 콘돔이 떨어져 편의점 한 번 다녀온 것 외에는 오로지 스위트룸에서 서로의 몸을 탐닉했던 그 환상적인 휴가가 가끔 떠오른다. 매진에 매진을 거듭하는 사직구장 홈경기를 포기했을 정도니 내가 얼마나 그 시간을 즐겼는지 야구팬이라면 다 이해할 거다. 남자라고 시공간 불문하고 넣을 수만 있다면 다 같은 섹스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남자도 분위기 탈 줄 안다. 그 순간만큼은 비싼 룸서비스 시키는 것도 아깝지 않았다. P(29세, 회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