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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예술가 스티브 램버트(Steve Lambert)가 말했다. “우리가 유토피아를 상상하는 이유는 유토피아라는 꿈이 삶의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유토피아가 없으면 길을 잃는다. 꿈꾸는 목적지가 없다면 방향을 잃은 채 막연한 미래를 맞이할 뿐이다. 유토피아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향성과 에너지를 제공한다.” 1960년대부터 약 20년간 여러 나라에서 유토피아를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삶을 그대로 펼칠 수 있는 유토피아를 이루기 위해 공동체를 만들었다. 세월이 흘러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공동체들은 시대와 문화의 흐름에 따라 늘 새로운 변화를 겪고 있다. 사진가 카를로 베빌라콰(Carlo Bevilacqua)는 각국의 사람들이 조금씩 완성해가는 유토피아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냈다.

프리덤 코브(Freedom Cove), 캐나다

밴쿠버 섬 북서쪽 해안에 위치한 사이프러스 만(Cypress Bay)에는 조금 특별한 집이 있다. 멀리서부터 선명한 색깔의 지붕과 울타리가 시선을 사로잡는 구조물이 물 위에 둥둥 떠 있다. 이곳은 웨인(Wayne)과 캐서린(Catherine)이 자연에 속한 삶을 살기 위해 직접 설계하고 지은 수상 가옥 프리덤 코브다. 두 사람이 생활하는 주택부터 정원과 온실까지 촘촘히 연결된 복잡한 구조가 돋보이는 신기한 건축물이다. 물 위에 뜬 작은 집부터 시작해 조금씩 그들에게 필요한 시설물을 지으며 동선을 확장한 결과물이 바로 이곳이다. 웨인과 캐서린은 완벽한 자급자족을 꿈꾼다. 여름에는 근처 폭포수를, 겨울에는 물탱크에 모아둔 빗물을 식수로 사용하고 태양열로 전기를 만들며, 온실에서 키운 채소와 과일을 먹는다. 프리덤 코브는 오로지 두 사람의 손길이 닿은 것들만으로 이루어진 그들만의 세상이다. 이 건축물의 형태는 끊임없이 변한다. 시간과 기후의 영향에 따라 팽창과 축소를 거듭한다. 거대한 숲에 둘러싸여 자연의 섭리대로 살아가기로 선택한 웨인과 캐서린은 매일 새로운 일상을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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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후르(Damanhur), 이탈리아

다만후르는 1975년 이탈리아에 북부 만들어진 땅속 마을이다. 종교 활동과 명상을 위해 지어진 이곳은 20년에 걸쳐 완성되었는데, 그 규모가 실로 어마어마하다. 무려 30미터 깊이의 땅속에 5층 구조를 이루고, 서로 다른 공간이 수백 미터에 이르는 복도로 연결되어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지하 건축물 다만후르에서는 정치와 문화, 예술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산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8백 명이 넘는 주민이 공동체를 이뤘다. 신에 대한 경배와 영적인 사상을 기반으로 지어진 이곳은 현재 자연과 함께 나누는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일상을 보내는 아름다운 지하 마을로 유지되고 있다. 다만후르의 사람들은 유기농 농·축산물을 얻고 친환경 공법으로 건축물을 가꾼다. 환경 에너지 회사를 설립해 마을 공동체가 함께 운영하며 자연과 인류를 위한 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오로빌(Auroville), 인도

오로빌은 남인도 타밀나두(Tamil Nadu) 주에 있는 실험 도시다. 1968년 미라 알파사(Mirra Alfassa)가 설립하고, 건축가 로제르 앙제르(Roger Anger)가 설계한 오로빌은 인류의 동질성을 연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으로 유네스코의 지지와 인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이곳에는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산다. 저마다 사회계층과 환경, 문화가 다른 구성원들이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공동체를 이루어 살고 있다. 무려 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큰 규모로 지어졌지만 오로빌의 현재 인구는 50개국에서 온 2천3백5명이다. 오로빌은 바닷물이 차오른 침식 대지와 사막화가 진행된 숲 사이에 지어졌다. 이 특별한 마을이 만들어지던 당시 최우선시한 과제는 사막화가 진행된 지역의 숲을 재건하는 것이었고, 이를 위해 2백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었다. 어딘가에서는 새로운 건축물을 위해 숲을 망치고 나무를 뽑아내지만, 오로빌의 사람들은 자연과의 공존을 가장 먼저 고려했다.

 

 

이타카 에코빌리지(Ithaca EcoVillage), 미국

이타카 에코빌리지는 국제사회에서 가장 지속적이고 효율적인 친환경 도시로 주목받은 곳이다. 뉴욕 북서쪽 4백 킬로미터 지점에 위치한 이곳에서는 소규모 유기농 농장, 친환경 건축물, 대체에너지 시스템 등 다양한 친환경 시설을 찾아볼 수 있다. 미래의 환경을 위한 다양한 대안을 체험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 또한 진행한다. 지역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편안한 삶의 패턴을 유지해나가는 이 도시의 일상은 잔잔하고 평화롭다. 이타카 에코빌리지의 사람들은 매일같이 땅과 흙의 변화를 관찰하고 시시각각 달라지는 자연의 모습을 정성스레 살핀다. 환경친화적인 건물을 짓고 자연을 위한 일을 한다. 또한 공산품 사용을 자제하고 이웃과 힘을 합쳐 작물을 재배한다. 이렇게 아끼고 가꾼 땅에서는 식재료가 되어줄 과일과 채소가 자라고 풍요로운 자연은 삶의 터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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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다롬(The Mandarom), 프랑스

1924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질베르 부르댕(Gilbert Bourdin)은 힌두교와 불교에서 영감을 받아 오미즘(Aumism)이라는 이름의 종교운동을 일으킨 인물이다. 프랑스 남동부의 해안 도시 칸(Cannes)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만다롬은 오미즘을 따르던 신도들이 모여 살던 종교 도시다. 나무가 빽빽이 들어찬 알프스의 깊은 산골에 신전과 동상, 주택 등 여러 건축물을 짓고 거대한 마을을 이뤘다. 많은 사람들이 사이비 종교로 여기기도 하는 오미즘이 추구하는 사상은 평등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인종과 사회계급, 문화, 연령 등에 따라 차별하지 않는 세상을 추구했고, 그런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만든 곳이 바로 만다롬이다. 오미즘을 믿는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세계,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 새로운 국가를 설립하길 원했다. 30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동상을 세우는 등의 노력으로 종교적 상징을 극대화하려 애썼다. 오미즘은 창시된 이래 1천2백 명의 신도 수를 기록한 바 있지만, 현재 만다롬에는 약 4백 명의 주민만이 남아 있는 상태다.

 

 

요가빌(Yogaville), 미국

지역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요가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회를 이룬 곳이다. 미국 버지니아(Virginia) 주 시골의 한 자연공원에 만들어진 거대한 건축물인데, 독특한 형태의 디자인과 아름다운 풍경, 거대한 규모로 유명 관광지가 된 곳이기도 하다. 요가빌의 한가운데에는 연꽃 모양의 커다란 건축물 로터스(Lotus)가 자리 잡고 있고, 로터스를 중심으로 주변 곳곳에 2백 명의 주민이 모여 산다. 몇몇 동양 종교의 영적인 상징인 연꽃 모양의 건축물 로터스는 1986년에 세워졌다. 요가와 명상을 수행할 수 있는 넓은 공간으로 구성된 구조다. 작은 인공 호수와 맞닿은 요가빌에서는 넓은 숲과 푸른 호수 등의 자연과 어우러져 한결 성스러운 분위기의 풍경이 펼쳐진다. 이곳에서의 생활은 모두 전통 요가 수행과 연결된다. 요가를 수련하고 오랜 시간 명상하며 보내는 것이 일상이다. 그 어떤 폭력이나 자극도 없다. 늘 한결같이 고요하고 평화롭다.

 

 

우주피스공화국(Republic of Užupis), 리투아니아

우주피스는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Vilnius) 근처에 있는 지역이다. 이곳은 구소련에 속해 있던 시기부터 많은 예술가들이 모여 살던 작은 도시인데, 파리의 몽마르트르(Montmartre)나 코펜하겐의 크리스티아니아(Christiania)를 떠올리게 할 만큼 자유롭고 예술적인 분위기가 풍기는 곳이다. 지난 1997년 4월 1일, 우주피스의 지방자치단체가 공화국으로 독립을 선언했다. 우주피스공화국이라는 정식 명칭을 두고 국기, 화폐, 정부, 헌법 등을 갖춘 새로운 국가로 독립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이 발표를 공인한 나라는 하나도 없다. 우주피스의 예술가들이 펼친 행위예술의 일종일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우주피스의 사람들은 국제사회의 인정 없이도 대통령을 선출했고 법을 제정했다. 이 나라의 초대 대통령은 로마스 릴레이키스(Romas Lileikis)다. 그는 시인이자 음악가인 동시에 영화감독으로도 활동 중인 예술가다. 우주피스공화국의 헌법에는 희한한 조항이 주를 이룬다. ‘모든 국민은 빌니아(Vilnia) 강변에 살 권리가 있고, 강은 국민의 곁을 흐를 권리가 있다.’ ‘개는 스스로의 삶을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사람에겐 아무런 권리도, 의무도 지니지 않을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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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아니아(Christiania), 덴마크

1970년대부터 활성화된 이 지역은 덴마크의 히피족이 모여 만든 곳이다. 코펜하겐 도시 중심에 버려진 한 해군기지를 작은 마을로 탈바꿈시켜 새로운 사회를 이뤘다. 유럽에서 가장 예술적인 풍경을 지닌 도시로 꼽히는 크리스티아니아에는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히피족이 50년 넘는 세월에 걸쳐 완성한 이색적인 문화가 그대로 스며있다. 이곳의 주민들은 여전히 그들이 직접 만든 규율을 지키며 살아간다. 이 작은 도시는 히피족이 자리 잡은 이후부터 특정한 공동체의 자치 지역으로서 탄탄한 역사를 이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크리스티아니아 주민들의 문화와 생활 방식이 극복해야 할 사회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마약 거래 등의 사건 사고가 종종 벌어지는데, 덴마크 중앙정부의 개입을 전면 거부한 탓에 범죄 시장의 규모가 점점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티아니아의 자치를 담당하는 책임자들은 어두운 범죄 세력을 뿌리 뽑고, 예술가들과 어우러져 만들어가던 예전의 히피 문화를 되살리기 위해 다양한 해결책을 도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