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8mcmalimd11_12

식물 남녀

초현실 속 정글, 파도 식물

“하루라도 돌보지 않으면 바로 티가 나기 때문에 식물과 있으면 심심할 틈이 없어요. 농사짓는 분들이 왜 바쁜지 알겠더라고요. 광고회사 다닐 때보다 더 바빠요.” 광고회사 카피라이터였던 복창민과 아트 디렉터였던 조미은이 퇴사 후 지난해 문을 연 ‘파도 식물’. 왜 가드닝 업계에 유난히 광고회사 출신이 많은 것 같으냐는 질문에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사막 같은 곳에 있다 보니 식물이 고팠던 거 같아요. 외상을 심하게 입고 요양하듯 식물에 빠져든 게 아닌가 싶어요.(웃음)”

 

파도 식물이 다루는 식물의 교집합은 ‘와일드’다. 선인장과 다육식물을 중심으로 식물의 종이 거의 겹치지 않은 이곳은 비비드한 조명과 파란색 타일로 꾸며진 세련된 정글같다. 이국적인 분위기를 돋우는 일등 공신은 캘리포니아에 출신의 열자옥 선인장. “열자옥은 한국에서 키우면 가시가 자라지 않기 때문에 가시 있는 채로 수입했어요. 물을 주면 가시가 빨갛게 변하는데 장마철에는 습기의 영향으로 은은한 붉은빛을 띠죠.”

이들이 국내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외래 선인장과 다육식물을 다룰 수 있게 된 건 거듭된 실패 덕분이다. “몸으로 배운 사람들이에요. 정말 많이 죽이면서 배웠죠. 선인장 씨를 싹을 틔워 키우는 농장 분들에게 씨앗이 가득한 모판을 샀다가 그걸 모조리 죽인 적도 있어요. 흔히 다육식물은 방치해도 비교적 잘 큰다고 하지만, 어릴 때는 잔병치레가 많아서 관심을 많이 줘야 해요. 어느 정도 크고 나면 내버려 둘수록 혼자 잘 크고요. 사람이랑 비슷해요.”

 

주소 서울시 용산구 효창원로 229
영업시간 매일 13:00~21:00
문의 010-4143-1044, 인스타그램 @padosikm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