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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좀 다녀올게요

이 죽일 놈의 남초 회사. 일주일에 한 번은 꼭 회식을 한다. 술은 또 얼마나 많이 권하는지, 회식이 있는 날이면 병가라도 내고 싶은 심정이다. 그래서 생각한 게 몸이 아프다는 핑계. 말로만 아프다고 하면 믿어주는 사람이 없으니 점심에 병원에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비운다. 오늘은 안과, 다음번엔 피부과, 그 다음번엔 내과. 이런 식으로 진료 과목을 바꿔가며 병원을 다니며 매번 다른 병명을 넌지시 소문낸다. 술을 마시면 안 되는 병을 매번 다르게 나열하다 보면 동료들도 지치게 돼 있다._AE K, 광고 대행사

회사 홈페이지 즐겨찾기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일만 할 수는 없다. 잠깐씩 인터넷 뉴스를 보거나 자주 들어가는 쇼핑몰 사이트에 접속해 신상 업데이트를 확인하곤 하는데, 이상하게 그럴 때마다 옆자리 동료가 마치 날 감시라도 하고 있었던 것처럼 한가해 보인다며 핀잔을 준다. 그러다 생각한 것이 우리 회사 홈페이지 창을 항상 띄어 놓는 방법. 회사 홈페이지와 들어가고 싶은 인터넷 창을 나란히 띄어 놓으면 얼핏 봐서는 내가 인터넷으로 뭘 하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 회사에 지대하게 관심이 많은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_L 대리, IT 회사 마케팅팀

더 하다가 퇴근할게요

우리 팀 팀장이 가장 사랑하는 후배가 한 명 있다. 그 후배가 사랑받는 이유는 무한한 근면 성실. 늘 팀장보다 늦게 퇴근할 만큼 ‘열일’하는데, 사실 알고 보면 팀장이 퇴근하고 5분 뒤에 퇴근하는 것뿐이다. 팀장의 어서 퇴근하라는 말에 좀‘ 더 하다가 갈게요.’라며 씩씩하게 대답한다. 물론 거짓말은 아니다. 다만 아주 조금 더 하다가 퇴근할 뿐. 그렇다고 후배의 그런 모습이 밉지만은 않다. 수없이 많은 입사 시험에서 떨어진 끝에 마침내 회사에 들어왔고, 녹록지 않은 회사생활 좀 잘해보겠노라 애쓰는 행동이라 생각하니 안쓰러운 마음마저 든다. _H 과장, 제약회사 기획팀

그대는 상사바라기

같은 팀에 얄미운 동료가 있다. 업무 분장을 할 때마다 늘 상사의 이름을 들이댄다. ‘ 과장님이 이렇게 하라던데?’ 혹은 ‘ 차장님이랑 얘기해보고 말해줄게.’ 상사에게 일일이 확인해볼 수도 없으니 동료가 내 상사도 아닌데 자꾸 그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 상사들과 얼렁뚱땅 얘기를 나누고 나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동료를 이기려면 난 상사의 상사를 공략하는 수 밖에 없는 듯. 아니면 저 얄미운 동료 없는 곳으로 떠나는 게 더 빠를 수도 있고. _L 대리, 물류회사 마케팅팀

SNS 인증

가끔 텅 빈 사무실에 혼자 앉아 야근을 할 때면 억울한 마음이 몰려올 때가 있다. 일이 너무 많을 땐 휴일에 나 홀로 사무실에 나와 앉아 있는 일도 비일비재. 휴일근무 수당도 없고 일한다고 소문내자니 혼자 일 다 하는 것처럼 생색낸다는 얘기가 듣기 싫어 묵묵히 일을 하다 보니 갈수록 억울한 마음만 더 커졌다. 그래서 은근슬쩍 티 내기로 했다. 방법은 SNS. 사무실에 출근한 후 별다른 의미 없이 사무실에서 바라본 창밖 풍경이나 출근길에 산 커피 한잔 등을 찍어 해시태그를 남발했다. 이런 식이다. #오늘도출근 #아자아자 #휴일열일. 이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인사고과에 반영되기 마련이다. 이제야 알았다. 회사는 티 내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을. _K 대리, 건설 회사 커뮤니케이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