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의 아지트

곡성

상호부터 으스스하다. 사실 ‘곡소리’와는 무관한 음악 ‘곡’에 소리 ‘성’, 즐겁게 먹고 마시자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다. 상호와 달리 귀여운 일러스트가 그려진 외관, 프렌치 레스토랑을 떠올리게 하는 근사한 내부 인테리어 등 계속 예상을 빗겨가는 것이 이곳의 매력. 반전을 만들어내는 주인공은 사진을 전공한 누나와 프렌치 요리를 전공한 동생. 매장의 전체적인 컨셉트는 도쿄의 내추럴 와인 바에서 영감을 받았다. 누나가 와인을 선별하고, 동생이 제철 재료로 그에 어울리는 요리를 만든다. 토닥대면서도 정겨운 이 오누이의 까다로운 취향을 만족시키는 건 꽤 어려운 일. 그렇게 만들어낸 메뉴는 인테리어만큼 신박하다. 메밀 면을 사용한 문어 메밀 파스타, 대파를 끓여 만든 퓌레로 조리한 대파 파스타, 돼지고기 사과 와인찜 등 의외의 재료를 조합한 의외의 요리들을 만날 수 있다. “와인 한 잔 마시려고 찾았는데, 한 병을 마시게 되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밤의 분위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든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밤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주소 서울시 성동구 성덕정3길 5-1
영업시간 17:00~00:00, 월요일 휴업
문의 02-6448-9445

 

 

망원동 미드나잇

카페 퍼스

망원동의 꺼지지 않는 등불. ‘퍼스(pers)’는 퍼스널리티(personality)의 약자다. 김희정 대표는 개인 공간, 혼자도 존중받는 장소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고 했다. 커피, 맥주, 와인이 주메뉴, 모두 오너의 취향으로 엄선했다. 오너의 사심이 담긴 히든 메뉴이자 시그니처 메뉴는 스테이크. 무려 한우 채끝 스테이크다. 늦은 밤, 나만을 위해 잘 차려진 스테이크를 맛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한데, 여기에 맛 또한 일품이다. 브라운소스와 매시트포테이토 대신 여름철 입맛을 돋우는 쿠스쿠스와 구운 레몬을 곁들여 식감을 살렸다. 매달 바뀌어 기대를 모으는 이달의 블랭크 메뉴는 연어 그라브락스. 퍼스에서만 맛볼 수 있는 놓치면 안 될 여름의 맛이다. 테이블 하나를 제외하곤 모두 2인용 미니 테이블이라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도 좋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19길 15
영업시간 18:00~02:00, 일·월요일 휴업
문의 @pers_midnight

 

 

소소한 술 한잔

하루키술집

‘원부술집’과 ‘모어댄위스키’ 등 일명 독립 술집을 여러 곳 운영 중인 오너 원부연은 홍대와 경의선숲길 사이 창전동 골목에 ‘하루키술집’을 만들었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름을 땄다. “우리 세대를 상징하는 소설가이기 때문이죠.” 사실 하루키를 전면에 내세운 테마 술집이라기보다는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깔끔한 원고지 같은 공간이다. 애초에 부담 없이 들러 ‘소소한 술 한잔’을 기울일 수 있는 심플하고 미니멀한 공간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이름을 빌려 쓴 만큼 한쪽 벽에는 하루키의 책들이 놓여 있고, 메뉴판에서는 하루키의 글에 등장하는 요리들을 찾을 수 있다. <1Q84> 중 한 바에서 아무거나 달라고
요청한 남자에게 바텐더가 권해준 칵테일인 커티삭 하이볼, <기사단장 죽이기>에 등장한 시바스 리갈 등 주류 메뉴가 있고, 하루키의 첫 장편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서 소울 푸드였던 비프스튜 등으로 허기진 배도 채울 수 있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서강로11길 36-35
영업시간 19:00~01:00
문의 010-3012-0217

 

 

해방촌 심야 식당

해방촌 신코

심야 식당이라 하면 대부분이 일본 영화 <심야식당>을 떠올린다. 정겹고 친근해서 편히 찾을 수 있는 곳. 해방촌에 자리한 ‘해방촌 신코’는 그런 분위기의 장소다. 5평 남짓한 정사각형 공간에 주방을 중심으로 ‘ㄴ(니은)’ 모형의 테이블 하나가 놓여 있다. 어쩔 수 없이 한 테이블에 합석하듯 앉아야 하는데 오히려 그 분위기가 더 정겹고 소중하다. 퇴근길에 출석 체크하듯 찾는 단골손님이 대다수. 대표는 이들을 ‘동친(동네 친구)’이라 부르며 호형호제한다. 연어구이 한 조각에 6천원, 소주 한 병에 4천원 그렇게 딱 만원. 착한 가격과 맛, 적당한 양은 혼술족을 위한 배려다. 이게 바로 제대로 된 만원의 행복이다. “‘퇴근길의 낙’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제일 뿌듯해요.” 권기욱 대표의 말. 해방촌 신코는 신흥시장에서 살짝 빗겨 있다. 내리막길 도로변으로 나와 ‘오리온 오키나와 생맥주’ 간판을 발견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매장을 나서자마자 N서울타워가 눈앞에서 크게 반짝인다. 마지막까지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곳이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신흥로 99-1
영업시간 18:30~04:00(일요일 17:30~01:00), 첫째·셋째 수요일 휴업
문의 010-3439-35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