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웰로 여왕

 

ARAWELO
아라웰로 여왕

소말리아, A.D. 15세기

거세하는 여왕

1400년대 소말리아를 통치한 아라웰로 여왕은 세습된 성 역할을 거부하고 여성해방을 선언한 최초의 여성이다. 왕위를 이을 아들이 없는 왕가의 딸로 태어난 아라웰로는 부친의 타계 이후 왕위를 계승한다. 여왕이 되기 전부터 여권 향상을 위해 여성 동지들과 투쟁해온 그는 이후 여왕 자리에 오르자마자 모계제를 국가정책으로 도입한다. 아라웰로 여왕은 강간 범죄자를 거세해 성기를 광장에 매달도록 할 만큼 강력한 양성평등 정책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그는 암살 위기도 수차례 겪었다. 오늘날 소말리아에서는 자유롭고 멋진 여성을 두고 ‘아라웰로’라는 별칭을 붙인다.

 

 

황후서릉씨 누에고치

XI LING SHI
황후 서릉씨

중국, B.C. 2800년

비단의 탄생

황후 서릉씨가 정원에서 차를 마시려던 순간, 찻잔 속에 우연히 누에고치 하나가 떨어졌다. 중국의 황제 헌원의 아내인 원비 서릉씨는 누에고치의 주름이 뜨거운 찻물에 풀려 펴지면서 광택을 지닌 아주 질긴 실이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지구 최고의 직물, 비단이 탄생한 순간이다. 10대의 어린 황후는 이 현상에 착안해 뽕잎을 먹여 누에 유충을 기르고 특수 방직기를 발명해 인류 최초의 양잠 기술자가 되었다.

 

 

사이다알후르라 해적

 

SAYYIDA ALHURRA
사이다 알 후르라

모로코, 1485~1561

전에 없던 해적왕

거친 해적 무리에서 선장이 되는 일은 남녀 누구에게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해적 난민 무리에서 왕이 된 여성이 있으니 그 이름은 사이다 알 후르라. 모로코 북부 도시 테투안의 주지사와 결혼한 그는 남편이 죽은 뒤 특유의 강한 리더십과 결단력으로 테투안의 권력을 잡고, 해적 바르바로사(Barbarossa)와 연합해 바다를 장악하기 시작한다. 이후 모로코의 술탄과 재혼한 이후에도 그는 테투안을 지켰고, 그가 벌어들이는 돈과 전리품은 도시 번영을 위해 사용하며, 테투안 시민들과 나눴다.

 

 

메리애닝 고생물학자

 

MARY ANNING
메리 애닝

영국, 1799~1847

고생물학계를 뒤흔들다

영국 남서부의 도싯(Dorset)에서 살았던 고생물학자이자 고생물 수집가인 메리 애닝은 어느 날 길고 가느다란 목을 가진 희귀 수중 공룡 플레시오사우루스(plesiosaurs, 현재 런던 자연사 박물관 소장)의 골격을 발굴한다. 이후 고생물학계에 일대 변혁을 일으킬 만한 유사종 2개를 더 발견했지만 19세기 당시 영국 과학계는 애닝을 그들의 일원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런던 지리학회에 가입할 수 없었고, 경력조차 인정받지 못했다. 2010년 영국 왕립학술원(The Royal Society)은 메리 애닝 사망 1백63년 만에 그를 과학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10명의 영국인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이디스가루드 주짓수

 

EDITH GARRUD
이디스 가루드

영국, 1872~1971

여성이 싸우는 법

여성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이들이 경찰의 폭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할까? 이디스 가루드는 그럴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20세기 초 영국 내에서 참정권을 얻고자 치열하게 싸운 여성들, 서프러제트에게 주짓수를 가르치기 위해 서양 여성 최초로 주짓수 무술 체육관을 열고, 여성 보디가드 팀을 비밀리에 결성한 이다. 키 150cm의 작은 체구지만 다부진 체격을 가진 그는 서프러제트에게 자기방어 기술인 주짓수와 곤봉 타격법을 가르쳤다. 이 이야기는 최근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사라브리드러브 헤어제품

 

SARAH BREEDLOVE
사라 브리드러브

미국, 1867~1919

서른여섯 살의 백만장자

가난한 흑인 싱글맘이던 사라 브리드러브에게 어느 날 탈모가 찾아왔다. 그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지키기 위애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고, 오랜 연구와 고민은 곧 흑인 여성용 헤어 제품 개발로 이어졌다. 단 몇 점의 수제 제품을 들고 방문판매로 시작한 그녀의 사업은 이후 소문이 나면서 자신의 숍을 오픈하고, 해외 수출로까지 이어지며 세를 확장했다. 그를 서른여섯 살의 백만장자로 만들어준 브랜드 마담 C. J. 워커 매뉴팩처링 컴퍼니가 그렇게 탄생했다. 사라 브리드러브는 미국 최초의 성공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기업가로 이후 흑인 여성과 흑인 사회운동가 커뮤니티를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파니블랑커스쿤 육상선수

 

FANNY BLANKERS KOEN
파니 블랑커스 쿤

네덜란드, 1918~2004

역사상 가장 빠른 주부

영국올림픽위원회의 임원인 잭 크럼프는 1948년 런던 올림픽이 열리기 전 육상 선수 파니 블랑커스 쿤을 두고 ‘두 아이의 엄마인 서른 살 주부가 반바지보다 더 짧은 팬츠 차림으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빈정댔다. 늦은 나이라고 말하는 이들을 뒤로하고 블랑커스 쿤은 1948년 런던 올림픽에 출전했다. 그리고 100m, 200m, 80m 허들, 400m 계주 무려 네 종목에서 금메달을 땄다. 올림픽 역사상 최초인 네 종목 석권. 파니 블랑커스 쿤은 1999년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여자 육상 선수다.

 

 

아수세나비야플로르 어머니들의협회

 

AZUCENA VILLAFLOR
아수세나 비야플로르

아르헨티나, 1924~1977

투사가 된 어머니

아수세나 비야플로르는 군부독재 당시 실종된 자녀를 둔 어머니들의 협회(Le Madri di Plaza de Mayo) 설립자 중 한 명이다. 군부독재가 시작되고 8개월이 되던 때 아들이 납치되자 그는 5월 광장(Plaza de Mayo)에서 자신과 같은 처지의 어머니들에게 함께 시위를 열자고 설득했다. 이후 1977년 4월부터 실종자의 어머니들은 세상이 자신들을 봐줄 때까지 매주 목요일 광장으로 모였다. 실종된 이들의 이름을 신문 지면 광고에 실은 뒤 그녀는 납치돼 고문을 당했고, 이후 그녀의 유해는 바다에 버려졌다. 아수세나 비야플로르의 용기와 죽음이 발화가 돼 어머니들의 투쟁에 힘을 더했다.

 

 

세상을바꾼여성 일러스트북

 

세상을 바꾼 여성을 그린 일러스트 북
<BYGONE BADASS BROADS>

지면에 일부 게재한 스토리와 일러스트는 책 <Bygone Badass Broads>(Abrams)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매켄지 리 (Mackenzi Lee)는 트위터 계정(@THEMACKENZILEE)에 역사 속 잊혀진 여성들의 스토리를 업로드하고 있다. ©<Bygone Badass Broads> by Mackenzi Lee, published by Abr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