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고 싶은 사람

구직할 때 내가 세운 직장 선택의 기준이 높은 연봉과 회사의 평판,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이었다. 이 기준에 맞춰 들어간 회사에서 문제가 생겼다. 흔히 말하는 ‘꼰대’가 직속 상사가 된 거다. 매일 만나는 사람이 불편해진 뒤로 일이 만족스럽지 않아 이직했는데, 이번에는 또 개인의 성과가 우선이라 인간적인 유대가 없는 곳 이었다. 그러던 중 한 선배를 만났다. 꼼꼼한 성격 탓에 적당히 넘어갈 법한 일도 그냥 넘기는 법이 없었고, 공은 남보다 배로 들이는 결코 쉽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함께 일하는 게 즐거웠다. 자신과 다른 환경에서 다른 가치관으로 살아온 나를 인정하고 지지해줬는데, 일을 하다 보니 이런 사람을 의외로 찾기 어렵더라. 얼마 전,선배는 꿈을 이루려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났지만, 그 뒤로 그를 떠올리며 생각한다. 나는 누군가가 함께하고 싶어하는 사람인지에 대해. 김채현 / 스톤브릿지캐피탈 팀장

 

어떤 전우애

올해 회사에서 최고참이 됐다. 사실 고백하자면 내 이름 앞에 새로 붙은 직함이 아직도 쑥스럽고 머쓱하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들 때면 옆자리에서 일하고 있는 동료와 후배를 떠올린다. 동기나 후배들과 쌓아온 기억은 ‘회사 사람’의 범주를 넘는 것이 많다. 사회 초년생 시절 근무했던 웹진의 편집장이 도망치듯 이직하자, 월급을 주지 않고 모든 직원을 해고하려는 대표에 맞서 싸운 것도 동기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일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을 즈음엔 동기, 후배들과 새해맞이 여행을 다녀온 적도 있다. 심지어 각자의 소원을 적은 등을 날리고, 새해를 맞으며 신나게 춤까지 췄다. 그러니 ‘회사에서 만난 사람’이란 단지 좋은 사람을 넘어 회사 생활의 우여곡절을 함께 이겨내는 ‘전우’인지도 모른다. 낯설기만 한 선배라는 묵직한 책임감의 무게를 견뎌보려고 마음먹을 수 있는 건, 내 든든한 전우들 덕분이다. 천일홍 / 어반북스 시니어 피처 에디터

 

신입 사원의 동력

그동안 꽤 이름 있는 회사에 합격해도 몇 번이고 취업을 미뤘다. 면접장에 갔을 때 직원들 사이에 오가는 짧은 대화를 들으면 그 회사가 얼마나 경직된 구조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는데, 만약 그런 곳이라면 연봉이 높고 일이 좋다 해도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다 좋은 예감이 든 한 곳에서 합격 소식을 들었다. 회사의 분위기는 예상보다 더 좋았다. 직원들이 서로 가족처럼 챙기는 분위기라 졸업식 때는 조촐한 파티까지 해주었을 정도. 그러다 보니 가끔 쓴소리를 들어도 기분이 나쁘지 않다. 실제 도움이 되는 말이라 더 잘하고 싶을 뿐이다. 오랫동안 첫 직장을 기다렸던 시간이 아깝지 않다. 임세용 / KCT 사원

 

든든한 믿을 구석

스물여섯 살에 인터넷 쇼핑몰을 시작했다.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했기에 모든 게 쉽지 않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난제는 광고였다. 광고 대행사를 찾아 전전하던 그때 구세주처럼 나타난 한 사람. 그는 광고 대행사직원이었는데 퇴근 후 우리 사무실로 직접 찾아와 현재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은 물론 세세한 부분까지 조언해주었는데, 그걸 들으며 생각했다. 자신의 일도 이렇게 열심히 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그가 업무 외 시간까지 기꺼이 투자해준 덕에 문제를 해결한 건 물론 그 인연으로 지금까지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사실 이외에도 크고 작은 도움을 주는 분이 많다. 창업을 하면서 느낀 건, 회사는 혼자서 꾸린다 해도 결코 모든 것을 혼자 해낼 순 없다는 거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런 믿을 구석이 많아 앞으로가 든든하다. 박아휘 / 마음담아 대표

 

딱 맞는 친구들

프랜차이즈 기업엔 다양한 부서만큼 다양한 사람이 있다. 하지만 회사가 대부분 그렇듯 교류가 없는 타 부서 사람들과는 서로 데면데면했다. 그러다 지난여름 대구에서 열린 박람회에 여러 부서 사람들과 내려갈 일이 있었는데 어색했던 이들과 단 3일 만에 돈독한 사이가 됐다. 알고 보니 이들은 모두 ‘인싸’였던 것. 나처럼 평소 회사에서는 본래의 성향(?)을 숨기고 지내온 거였다. 이들과 같은 방을 쓰고 행사가 끝나면 맥주도 한 잔씩 기울이면서 우리는 친구가 됐고, 얼마전엔 캠핑도 다녀왔다. 사실 회사 사람들과 친해지는 게 조심스러운 면도 있지만 어쨌든 좋은 사람, 좋은 친구가 이렇게 가까이 있었다는 건 신기하면서도 고마운 일이다. 박소연 / 가르텐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