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았다
2년여 만에 복귀한 서지현 검사는 n번방 법무부 TF 팀의 대외협력팀장을 맡았다. “성범죄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에게 늘 감사하고, 더 많은 사람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 나아가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 페미니즘은 누군가가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은 동등한 인권을 가졌다는 사실을 말한다. 이렇게 계속 얘기하다 보면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하지 않겠나.” 업무로 바쁜 와중에 주말에 시간을 내 <마리끌레르>와 인터뷰를 하는 건 사람들의 관심이 식지 않도록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얘기하고 싶기 때문이다. n번방과의 싸움은, 그리고 여성의 인권을 위한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n번방 성 착취 범죄가 세상에 알려지고 많은 공분을 일으켰습니다. 이 사건을 처음 접하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분노하기는 했지만 크게 놀라울건 없었습니다. 예견된 범죄였기 때문입니다. 이미 이와 유사하고 동일한 범행이 만연하고 있었지만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지도,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1백만 명이 넘는 사람이 모여 성 착취물을 공유하고 강간을 모의하고 이를 실행에 옮긴 소라넷은 2004년에 단속을 시작했지만 12년이 지난 2016년에야 폐쇄했습니다. 그리고 운영자 1명만이 징역 4년을 선고받았습니다. n번방의 전신이자 1백22만 명이 모여 아동 성 착취물을 공유하던 n번방의 전신인 AV스눕은 관련자 1백22만 명 중 48명 형사처벌을 받고, 9명만이 실형을 받았으며 23만 건을 유포한 운영자는 징역 1 년 6월을 선고받았습니다. 영·유아 성폭행 영상이 포함된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의 가입자 1백28만 명 중 국제 공조로 검거된 사용자 32개국 3백10명 중 한국인이 2백23명이었지만 대부분 기소유예나 벌금에 그쳤고, 운영자 손정우는 1심에서 집행유예를, 2심에서 고작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았습니다. n 번방 두 번째 운영자인 캘리는 징역 1년이 확정됐죠. n 번방 설계자로 알려진 와치맨은 AV스눕에 성 착취물을 유포했지만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후 더 대범한 범행을 저질렀고, 검찰에서는 이에 3년 6월을 구형했습니다. 또한 경찰에서 신고조차 받지 않거나 기소유예로 마무리된 범죄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SNS에 ‘함께 분노해주십시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분노는 피해자에게 힘을 줄 수 있으리라’라고 덧붙였는데요, 뜨거운 여론도 도움이 되겠지만 여론만 들끓은 채 피해자만 남고 가해자는 흐지부지 사라진 과거 사례를 보면 앞으로 성범죄나 디지털 성범죄를 제대로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함께 분노해달라는 글을 남긴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제가 피해자로서 처음 힘겹게 입을 열었을 때, 함께 분노해주신 것이 큰 힘과 위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미투 운동 때도 버닝썬 때도 여론이 들끓고 피해자들이 어렵게 입을 열었지만,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습니다. 그때 세상이 바뀌기는 너무나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조금이라도 세상이 바뀌기 위해서는 국민의 지속적이고 집요한 관심과 분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에 n번방 사건은 국민의 분노가 크고 지속적이었으며, 적극적으로 나서서 어떻게든 바꿔보려고 하는 많은 분이 있었기 때문에 관련 법안이 통과되는 등 성과가 있었다고 봅니다.
현재 n번방 법무부 TF 대외협력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n번방 법무부 TF 팀은 어떤 일을 하며 대외협력팀장으로서 지금까지 해온 일과 성과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국회, 여성가족부 등 관련 부처와 여성 단체, 언론 등과 협의하고 소통하는 일이 주된 업무입니다. 사실 어떤 분은 제가 굉장히 힘 있는 자리에 가는 줄 알았는지 피해 사실을 이용해 좋은 자리로 가는 것 아니냐고 비난하기도 했고, 또 어떤 분은 제게 많은 것을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고, 운신의 폭도 넓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그래도 제20대 국회에서 n번방 방지법안이 일괄 통과된 것이 가장 보람 있는 일이었습니다.
n번방은 하루이틀에 벌어진 일이 아닙니다. 물리적으로 일어나는 성범죄에 비해 디지털 성범죄를 가볍게 여기고 가해자가 범죄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일단 성범죄를 묵인하거나 관대하게 봐온 것이 원인이고, 또 다른 원인은 기성세대가 디지털 세상에서 일어나는 범죄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는 살인, 강도, 강간에 비해 디지털 범죄는 일종의 가상현실에서 일어나는 범죄로, 가벼운 범죄라고 인식해왔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세상에서 벌어지는 범죄는 훨씬 더 잔인하고 전파성이 강하며, 그 피해가 공공연히 전시되고 피해자는 죽어도 피해 장면은 영원히 재생되는, 영구적으로 피해가 남는 범죄입니다. 기성세대가 이러한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법과 제도가 이에 따라 변화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라넷이 2015년에 폐지되었지만 유사한 사이트는 계속 생겨났고, 웰컴투비디오 운영자인 손정우는 1년 6 월형을 받은 데 그쳤습니다. 그의 아버지가 미국 송환을 막아달라는 국민 청원을 올렸고 미국으로 송환되지 않는다면 지극히 낮은 형량으로 그치게 됩니다. 과연 세상이 바뀔 수 있을지 회의감마저 드는데 빠르게 진화하는 디지털 성범죄를 이렇게 느린 법적 대응으로 과연 막을 수 있을까요?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이 계속 이와 같이 느리게 대응한다면 진화하는 디지털 성범죄를 절대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정부에서 이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대책을 세울 수 있는 전문 기구를 두어 진화하는 범죄에 대응해 신속하게 법과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TF 팀 업무를 위해 참고한 디지털 성폭력과 관련한 해외 사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성폭력 특히 아동 성폭력에 관해서는 무관용 엄벌주의를 취하는 것이 전 세계의 공통된 원칙이고 상식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앞서 말했듯이 이런 원칙과 상식에 반해 이에 대한 처벌이 매우 가볍고 관용적인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웰컴투비디오 사건만 보더라도 한 차례 영상을 다운로드한 미국인은 징역 70월, 아동 성 착취물을 올린 영국인은 징역 22년, 공유한 말레이시아인은 징역 9년을 선고받았지만 우리나라는 그 사이트를 운영한 자를 1심에서 집행유예, 2심에서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습니다. 제대로된 처벌을 위해서 미국으로 송환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죠.
성폭력 사건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범죄인데도 불필요한 성별 대립으로 이어집니다. 어느 사회나 정상적인 논의만 오가는 것은 아니지만, 유독 한국은 성별 대립이 지나치다고 느껴집니다. 성폭력 사건이 왜 성별 대립의 문제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제까지 대다수(약 96%)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가 남성이고, 피해자가 여성이지만 이는 성별의 문제가 아닙니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성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으며, 실제 그런 경우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 전반적인 인식의 변화입니다. 이는 ‘성폭력은 절대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다. 가해자를 옹호하고 피해자를 비난 해온 잔인한 공동체가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계속 외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페미니즘을 마치 남성 혐오나 여성우월주의로 오해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페미니즘은 ‘여성도 남성과 동등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바탕으로 합니다. 페미니즘이 오해받고 성별 대결 양상을 띠는 가장 큰 이유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 때문인데, 제대로 반성하거나 시정하려는 언론이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성폭력 사건은 피해자를 위한 조치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법무부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피해자가 국선 변호사나 진술 조력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경제적 지원과 심리 치료 등을 위한 피해자 지원금을 교부합니다. 이에 더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위해 불법 영상물 삭제 지원 등 보다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피해자를 위한 법안만큼 중요한 것은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디지털 성폭력의 예방입니다. 이를 위한 법적인 개선안 외에 무엇이 필요 할까요? 여성을 존엄성을 가진 동등한 인간으로 생각 하지 않고, 단지 성욕이나 지배욕을 충족하기 위한 대상으로 생각해온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까지 가해자를 옹호하고 피해자를 비난해온 잔인한 문화도 변해야 합니다. 전에 ‘강간 문화’라는 언어를 사용한 사람들이 엄청난 비난을 받기도 했는데, 이번 사건만 보더라도 수십만 명의 남성이 모여 어린 여성들을 성적으로 학대하고 성 고문이라고 할 수 있는 잔혹한 범죄를 서로 응원하고 부추기면서 저질렀지만, 그안에 있던 누구도 이를 신고하지 않았습니다. 잠실야구장의 전체 좌석 수가 3만 석이라고 합니다. n번방 가입자 수가 26만 명이라면 잠실야구장에 관중이 꽉 찼을 때의 8~9배에 이르는 인원이 모여서 환호하고 응원 하면서 입에 담기도 어려운 잔혹한 성 착취 범죄를 저지른 것입니다. 가담자가 26만 명이 맞느냐 틀리냐를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박사방만도 1회 접속자 수가 1만 명이 넘었고, 유사한 채팅방 수가 셀 수 없이 많았으며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행동의 측면이 아니라 피해의 측면에서 본다면 그 가담자가 중복된다고 하더라도 그 수만큼 피해 사례가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바뀌기 위해서는 유·아동기부터 제대로 된 성교육과 인성 교육, 젠더 교육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이어져온 경쟁 위주의 입시 교육이 먼저 바뀌어야 할 테죠. 사회 전반에 걸친 반성과 개선이 있어야 세상이 바뀔 수 있습니다.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체감되는지요? 수백만 명의 국민이 n번방 범죄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 신상 공개를 위한 청원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인식의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대로 된 수사나 처벌을 위해서는 경찰, 검찰, 법원의 변화가 절실한 데, 일반 국민의 인식 변화에 비해 국가기관의 변화는 항상 느린 것 같습니 다. 이렇게 느린 국가기관을 조금이라도 빨리 변화하도록 하는 가장 큰 힘은 아무래도 국민의 관심과 분노라고 생각합니다. 지속적이고 집요한 관심과 분노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n번방 성 착취 범죄로 촉발된 여러 국민 청원 중에 신상 공개와 관련한 것이 있었습니다. 범죄자의 신상 공개가 왜 중요한 문제일까요? 경찰, 검찰 등을 비롯한 실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디지털 세상의 범죄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신상 공개라고 합니다. 범행 수법 중 가장 강력하게 피해자를 협박하는 도구가 신상 공개이기도 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범죄자들의 신상 공개와 관련해 여러 논란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범죄 예방 측면에서 효과가 큰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또 2020년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이 발행한 <성범죄 백서>에 따르면 카메라를 이용한 촬영 범죄자들은 동종 범죄로 신상 정보가 재등록되는 비율이 75%로 매우 높다고 합니다. 이런 재범을 막고, 인근 거주자 등에게 정보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오랜 휴직 후 법무부로 복귀했습니다. 복귀를 결심 하기까지 영향을 미친 가장 중요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2018년, 사표를 써놓은 채 미투 운동을 시작했습 니다. 그때만 하더라도 절대로 다시 돌아가지 않겠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현실적으로 자신이 속한 조직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사람이 전혀 변하지 않은 그 조직으로 다시 돌아가기는 어려운 일이며 돌아가더라도 집단따돌림 등으로 인한 고통이 클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너무나 끔찍했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없었습니다. 많은 분이 저를 보고 희망을 품고 있다고 말했지만 사실 개인적으로 큰 부담이기도 했습니다. 현실은 다시 돌아가 정상적으로 근무할 수 없는데, 정상적으로 근무할 수 있다는 헛된 환상을 심어주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되었습니다. 다시 근무하게 된다면 지옥 속에서 저 자신을 태우는 일일 텐데, 그러기에는 건강도 좋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모든 피해자가 공통적으로 바라는 것은 첫째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는 것, 둘째 2차 가해자를 처벌 하고 2차 가해를 막는 것, 셋째 피해자로서 제대로 보호받는 것입니다. 그리고 피해자가 그나마 치유되는 유일한 방법은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는 모습을 보는 거죠. 그런데 저는 이 중 어느 것도 실현된 것이 없었습니다. 그 모든 것이 엄청난 고통과 아픔으로 남아 있는 셈이죠. 그렇지만 이를 두고 굳이 불행이라고 이름 붙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냥 이 고통과 아픔은 이제 내 인생의 디폴트(기본값)로 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하고 마음먹었습니다. 어떤 분은 제가 다시 검사로 일하고, 법무부에서 일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잘된 일이고 희망을 가졌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 자신이 고통과 아픔을 굳이 불행이라 이름 붙이지 않은 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때론 기뻐하고 때론 슬퍼하며 내 삶을 사랑하면서 일상을 살아가면 그것이 잘 살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한 거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제가 어떤 자리에 가서, 어떤 일을 하며 피해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자리가 끔찍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뭐라도 할 수 있는 자리라면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일일지라도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그 무렵, 대법원에서 무죄취지 파기환송이 되어 석방된 피의자가 제게 복수하겠다고 벼르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여전히 가해자가 반성하지 않고 복수 운운하고 다니는 지금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좀 더 힘을 내서 일해보자는 생각도 했습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어린아이들에게 지금 보다 나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피해자가 패배자로 남지 않기 위해 우리 각자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여성을 포함한 약자의 안전은 법과 제도, 수사 및 사법기관의 의지만으로 보장될 수 없습니다. 이제까지 성폭력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 성폭력을 처벌하는 강력한 법률이 있는데도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거나 피해 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이 수십년간 지속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이에 수반한 비난과 분노도 없었고, 분노가 변화로 이어지지도 않았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행정기관, 입법기관, 사법기관에 있지만, 모든 사회 구성원이 각자 해야 할 일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폭력은 직접적인 가해자에 의한 피해도 크지만, 제3자에 의한 2차, 3차 가해 등 n차 가해가 피해자에게 더 큰 고통을 안긴 것이 사실입니다. n차 가해들이 n번방을 만든 것은 아닐 까요? n번방 가담자들은 지금까지도 ‘피해자 들이 자초한 일이다. 피해자들은 보호할 가치가 없는 여성들이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뻔뻔한 범행을 저지르고 피해자를 비난할 수 있는 건 가해자를 옹호하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문화 때문입니다. 가해자를 옹호하거나 피해자를 비난하지 않기, 단톡방 성희롱 대화 등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에 눈감지 않기, 약자들도 동등한 인간으로 존중하기 등은 우리 각자가 일상에서 해야 할 일입니다.
비록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그래서 피해자가 제대로 치유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피해자가 패배자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런데도 피해자가 자신의 삶을 사랑하면서 자신의 일상을 하루하루 살아간다면 그자체로 값진 일입니다. 누구를 이길 필요도, 그무엇도 극복할 필요 없이 말입니다.
사회에서 범죄가 사라질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n번방 방지법안 이후 사회가 어떠한 긍정적인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바가 있는지요? n번방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욱더 과학기술이 발달할 것이고, 더 많은 플랫폼과 더 잔혹하고 교묘한 범행 방법이 생겨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제대로 수사하고, 국제적 공조수사 절차를 확고히 해놓아야 합니다. 또 가담자를 엄벌하고,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는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우리와 우리 아이들은 끔찍한 지옥에 살게 될 겁니다. 철저히 수사하고, 마지막 한 명까지 엄중히 처벌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면 이런 지옥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n번방 사건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