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침엔 안 돼?
FANTASY 직장 생활을 하느라 바쁜 우리는 평일에 데이트할 때마다 정신없이 아침을 맞곤 했다. 한 침대에서 사랑을 나누더라도 해가 떠오르면 각자 출근 준비를 하기 바빴으니까. 그 때문인지 그와 오랜 시간 함께 보낼 수 있는 주말 오전이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창문으로 스며드는 햇살을 맞으며 여유롭게 일어나 섹스로 하루를 시작하고 싶다.
REALITY 토요일 아침, 잠에서 깬 그에게 가볍게 키스한 후 평소와 달리 적극적으로 애무했다. 모닝 섹스를 하고 싶은 마음을 알린 거지. 그러자 그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고, 곧이어 샤워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중에 들어보니 환한 아침에 잔뜩 헝클어진 머리와 깔끔하지 않은 몸으로 관계하는 게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씻고 나오니 좀 전보다 훨씬 멋져 보였지만, 나는 이미 흥분이 가라앉았는걸. K(31세, 공무원)
코스튬은 어색해
FANTASY 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을 본 후 레이첼 맥애덤스가 연기한 ‘레지나’ 같은 매력을 지닌 여자친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토끼 코스튬을 입고 있는 그의 모습이 무척 사랑스러웠거든. 언젠가 연인에게 좋은 일이 생긴다면 나도 이와 비슷한 옷차림으로 그를 축하해주려고 한다. 야릇한 일탈이 이전과 다른 설렘을 안길 테니까.
REALITY 그의 스물아홉 번째 생일에 토끼 귀 모양의 머리띠와 둥근 꼬리가 달린 미니 원피스를 준비했다. 잘 갖춰 입은 후, 미리 예약해둔 호텔 스위트룸에서 기다리고 있는 그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내 기대와 달리 그가 보였던 반응은 당황스러움이었다. “나 지금 민망해.” 그의 말에 결국 5분도 지나지 않아 코스튬을 벗어야 했다. 어쨌든 뜨겁게 관계하긴 했지만, 내 로망을 이루는 건 그와 헤어지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어려울 듯. L(27세, 회사원)
영화 주인공이 될 순 없어
FANTASY 가끔 19금 영화를 감상하다 보면 작품 속 섹스 신을 연인과 재현해보고 싶은 충동이 든다. 평소 시도하지 않던 독특한 체위가 담겨 있을수록 욕망은 더 커진다. 다소 난해한 자세라고 해도, 잘 따라 한다면 마치 영화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드는 동시에 색다른 쾌락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REALITY 어느 저녁 그와 집에서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보고 있었다. 두 주인공 ‘크리스찬’과 ‘아나스타샤’가 다양한 체위로 섹스하는 장면들이 등장하자 내 신경은 온통 옆에 앉아 있는 그에게로 향했다. 영화 재생을 잠시 정지시킨 우리는 화면에 보이는 체위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따라 하다 지쳐 흥분이 사그라질 때까지. 우리 이제 선정적인 영화는 같이 보지 말자. J(22세, 대학생)
섹스는 집에서
FANTASY 둘만 있는 방은 재미없고 오가는 사람이 많은 공공장소는 꺼려진다면 섹스하기 제격인 곳은 단연 자동차 안이다. 야외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건 물론, 창문에 선팅이 되어 있어 남의 눈에 띌 걱정을 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좁은 공간을 활용해 다양한 체위를 시도하는 것 또한 색다른 즐거움을 느끼게 할 것이다.
REALITY 그의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한 후 돌아오는 길. 집 앞에 내려주겠다던 그는 아파트 근처 도로변에 정차하더니 갑자기 내게 키스했다. 몸이 달아오른 나는 운전석에 앉아 있는 그 위에 올라타듯 앉았고, 그렇게 우리는 섹스를 시작했다. 거리에서 인기척이 느껴질 때마다 아주 짜릿했다. 몸을 점점 격렬히 움직이던 나는 결국 루프에 머리를 세게 부딪히고 말았다. ‘이제 집에 가고 싶은데….’ L(30세, 마케터)
처음이자 마지막 BDSM
FANTASY 서로를 어루만지며 부드럽게 하는 섹스도 좋지만 가끔은 말 그대로 거친 사랑을 나누고 싶다.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두 손목을 묶고 눈을 가린 채 신체의 특정 부위를 때리며 하는 관계. 오르가슴을 앞두고 있다면 아무리 내 몸에 강한 자극이 느껴진다고 해도 욕망을 돋우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REALITY 지난 주말, 술을 곁들인 저녁 식사를 마친 우리는 그날 밤 취기가 오른 상태로 섹스를 하고 있었다. 그때 나는 직감했다. 드디어 서랍 한쪽에 모아둔 BDSM(결박·구속·사디즘·마조히즘) 용품을 사용할 때가 왔다는 걸. 내 제안에 그는 못 이기는 척 내 손목에 수갑을 채우고 채찍을 들었다. 처음엔 예상했던 것처럼 온몸에 묘한 쾌락이 느껴졌다. 그런데 그가 내 엉덩이를 찰싹 소리가 나도록 때린 순간, ‘현타’도 그만큼 세게 왔다. C(32세, 연구원)
섹스 토이와 나
FANTASY 평소 기발한 디자인과 탁월한 성능을 갖춘 섹스 토이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주변 친구들의 사용 후기를 들어보니 꽤 쓸 만하다던데, 한번 시도해보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때 문득 섹스 토이로 자위하는 연인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기만 해도 성적 쾌감이 느껴질 듯.
REALITY 여자친구와 단둘이 있을 때 얼마 전 구매한 바이브레이터와 페니스 링을 꺼내 보여줬다. 그리고 서로 마주 보며 사용해보자고 했다. 그녀는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바이브레이터를 들고 클리토리스를 살살 자극하기 시작했다. 눈앞에 내가 상상하던 상황이 벌어졌고 내 페니스에서도 흥분이 느껴졌다. 그런데 기분이 그다지 좋진 않더라. 저 조그마한 장난감이 나보다 잘한다고? S(35세, 자영업자)
음소거 하고 싶은 순간
FANTASY 그 어떤 감각보다 청각이 강렬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야한 장면을 보거나 직접적인 촉각을 느끼지 않더라도, 소리만으로 쉽게 흥분되기도 하니까. 그래서 그와 관계를 가질 때 우리가 내는 소리를 녹음한 다음 같이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섹스의 훌륭한 예고편이 되어줄 것이라 믿으면서.
REALITY 며칠 전 연인과 사전에 합의한 후 스마트폰 녹음기를 켜 침대 옆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우리의 섹스 사운드를 모조리 기록했다. 그런데 나중에 그와 함께 녹음된 음성 파일을 들었을 땐 조금 충격적이었다. 애무하는 소리, 본능적으로 나오는 신음, 욕망에 젖어 내뱉는 적나라한 단어들. 분명 영화 속 배우들이 훌륭하게 ‘연기’하는 것과는 달랐다. 결국 우리는 그 자리에서 다 듣지도 못한 파일을 지워버렸다. C(28세, 디자이너)
잊고 싶은 원나이트 스탠드의 추억
FANTASY 연인과 나누는 섹스가 사랑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반면, 원나이트 스탠드는 새로운 자극을 준다. 오랜 기간 솔로로 지내는 중인 나는 처음 가본 장소에서 낯선 사람과 나누는 섹스를 자주 꿈꾼다. 다시는 보지 못할 사람과 보내는 하룻밤이 익숙한 밤보다 더욱 황홀한 시간을 선사할지도 모른다. 감정적인 교류 대신 육체적 만족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을 테니까.
REALITY 세계 일주를 하던 중 베를린의 한 펍에서 낮술을 마신 적이 있다.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한 남자가 내게 다가왔다. 현지인인 그는 영어로 여행 가이드가 되어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 일정은 내 숙소에서 하는 섹스였다. 환상이 깨진 건 절정을 앞둔 그가 독일어로 알아들을 수 없는 단어들을 내뱉을 때. 그 순간만큼은 관계를 하며 ‘사랑해’라고 속삭였던 전 남자친구가 그립더라. P(25세, 취업준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