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크라임(LIMECRIME)
개봉 2021.11.25.
등급 15세 관람가
장르 드라마
국가 한국
러닝타임 82분
이센스 같은 래퍼가 되기를 꿈꾸는 ‘송주’는 아빠와 함께 다세대촌에 산다. 부촌 아파트에 사는 ‘주연’은 송주의 같은 반 친구로, 외고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둘은 힙합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바탕으로 급격히 가까워지고, 힙합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성지로 통하는 ‘밀림’에서 공연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둘은 함께 랩을 하기 위해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하기로 약속하지만, 서로 다른 환경이 이들 사이에 작은 균열을 만들기 시작한다.
<라임크라임>은 두 사람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영화라고 들었다. 영화를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나? 유재욱 장편영화를 찍고 싶었는데 어떤 걸 소재로 만들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 문득 힙합 음악을 들으며 자란 우리의 유년 시절을 떠올렸다. 승환이와 나는 10대 시절부터 친구였고, 중학생 때 실제로 ‘라임크라임’이라는 팀을 결성해 랩을 했었다. 그때의 우리를 그려보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승환 늘 한국에서 제대로 된 힙합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는데 거기에 우리의 이야기를 접목하면서 성장영화로 이어진 거다.
이 영화는 두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이 사실이 영화를 준비하는 데 영향을 미쳤나? 이승환 장편영화의 분량이 단편영화의 3배 정도 된다고 하면 들여야 하는 노력은 체감상 30배 정도 되는 것 같다.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많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작품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거였다. 타협할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을 확실히 구별하려고 노력했다.
영화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은 무엇인가? 이승환 송주가 힙합 동아리 MNG의 연습실에서 프리스타일 랩을 하는 장면. 배우가 실제로 프리스타일 랩을 보여줬는데, 날것의 기운을 그대로 담을 수 있어 흥미로웠다. 어떻게 보면 그 장면에서 송주가 주연에게 한 방 먹인 거다. 근데 승리를 만끽하기는커녕 그 다음 장면에서 주연의 구김살 없는 자기 확신을 부러워한다. 상대를 보며 자신이 갖지 못한 무언가를 발견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소리 없는 울림이 느껴져 좋았다. 유재욱 난 송주가 이센스에게 편지를 쓰는 장면이 좋다. 내레이션과 함께 친구들, 부모, 학교생활 등 송주가 살아가는 풍경이 담기는데, 이 모든 것을 송주의 머릿속을 부유하는 카메라의 시점에서 담아냈다.
요즘 중학생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담아냈다. 비속어와 신조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말투, 그 나이 또래 남학생들이 친구 관계에서 느낄 법한 감정까지. 현실을 섬세하게 반영을 위해 특별히 고려한 부분이 있나? 유재욱 동네 청소년센터에 찾아가 아이들에게 시나리오를 보여주고 코치를 받았다.(웃음) 우리가 다녔던 고등학교에서 수업에도 참관하고. 학생들과 어울리며 가깝게 지낸 경험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이승환 예전에 랩을 할 때 쓴 글이나 가사, 당시 찍은 사진을 꺼내 보면서 그 무렵의 정서를 포착하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조PD의 곡 ‘나의 라임 연습장’에 ‘가끔가다 문득 떠오르는 격한 감정이 바로 힙합의 원천’이라는 가사가 있다. 이 가사가 젊음의 속성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젊음을 잘 담아내고자 힘썼다.
두 주연배우는 연기에 랩까지 소화해야 했다. 캐스팅에도 많은 공을 들였을 것 같은데, 송주와 주연을 연기한 이민우, 장유상 배우는 어떻게 캐스팅하게 되었나? 이승환 송주 역을 맡은 이민우 배우는 <쇼미더머니> 지원 영상을 보다가 알게 됐다. 래퍼 중 연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으려 했기 때문에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지원 영상을 많이 봤는데 단연 눈에 들어오더라. 송주 역할 후보 중 얼굴이 알려진 래퍼도 몇몇 있었지만, 결국 이민우 배우의 원초적인 매력에 승부를 걸었다. 유재욱 장유상 배우를 보고 처음으로 주연 역을 맡겨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똑똑하면서 천진하고, 때로는 시니컬한 주연을 소화해낼 배우는 장유상밖에 없었다. 이승환 장유상 배우가 오디션장을 나가자마자 재욱이와 함께 쾌재를 불렀던 기억이 난다. 장유상 배우도 학창 시절에 랩을 했다. 심지어 우리와 같은 동네에서 나고 자랐고, 같은 학교를 다녔다. 모든 게 운명 같았다.
두 배우에게 특별히 강조한 디렉팅이 있었나? 유재욱 이민우는 완벽한 자기 자신이 되어 연기할 줄 아는 배우다. 연출가로서 할 일은 그저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뿐이었다. 그는 연기할 때 가장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 모습을 오래도록 보고 싶다. 장유상 배우는 연기를 참 잘한다. 우리보다 캐릭터를 훨씬 깊이 이해했다. 승환이와 내가 많이 의지했다.(웃음) 이승환 힙합은 가사가 중요한 음악이기 때문에 배우 본인과 극 중 캐릭터의 아이덴티티가 만나는 접점을 찾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일방적으로 디렉팅을 전달하기보다 함께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내려고 했다. 배우가 직접 가사를 쓰기도 했고.
실제 랩을 구사하는 장면이 많은 만큼 촬영 당시 여러 에피소드가 있었을 것 같다. 이와 관련한 일화가 있나? 유재욱 송주가 힙합 동아리 MNG 멤버들 앞에서 프리스타일 랩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민우 배우에게 해당 장면을 진짜 프리스타일로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었다. 가사를 생각해 오면 이 장면은 완전히 가짜가 될 거라고. 근데 그 앞에 MNG의 리더 역을 맡은 프리스타일 랩의 최강자 올티가 앉아 있었다.(웃음) 이민우 배우가 많이 부끄러워했다. 영화를 보면 그 장면에서 송주의 얼굴이 빨개지고 핏대가 선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다.
송주와 주연의 이야기가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가길 바라나? 유재욱 같은 꿈을 향해 함께 걸었던 친구를 떠올릴 수 있는 영화가 되면 좋겠다. 지금은 그 친구가 옆에 없을 수도 있지만, 그때의 기억이 지금의 나를 지켜주고 있을 테니까. 이승환 <라임크라임>은 내면 깊은 곳에 자리 잡아 나의 근간을 이루는 것에 관한 이야기다. 그것은 힙합일 수도, 무언가에 대한 맹목적인 열정일 수도, 그 시절의 우정일 수도 있다. 혹시 잊고 지내왔다면 모처럼 그 존재의 소중함을 느끼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 역시 이 영화를 만들며 위로를 많이 받았다.
장유상 배우가 한 인터뷰에서 ‘두 감독이 참 다른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동 연출인 만큼 의견 대립은 불가피했을 것 같은데, 이러한 상황은 어떻게 해결하려 하는 편인가? 이승환 대립이 생긴다 하더라도 우리는 한 팀이다. 공동의 목표를 두고 나아가기 때문에 의견을 굽혀야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안다. 스타일이 다르다고 했지만, 워낙 오래전부터 함께 해온 사이라 뿌리는 같되 가지가 다른 느낌이다. 함께하면서 더욱 튼튼한 뿌리와 풍성한 가지를 갖게 됐다.
중학생 때 힙합 크루를 결성할 정도로 음악에 애정이 깊었던 던 두 사람이 영화로 관심을 돌리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이승환 나는 영화의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좋아하지만 특히 이야기에 매료되어 영화를 하게 된 케이스다. 유년 시절의 내게 랩은 음악 중에서도 스토리텔링에 특화된 장르였다. 아마 이 점에 매료된 게 아닐까 한다. 그때 쓴 가사 중에 ‘듣는 걸론 부족해서 어느새 MIC를 쥔 내 손’이라는 내용이 있다. 딱 맞는 말이다. 난 소비하는 걸로는 부족해서 결국 만들어내고야 마는 사람이다. 실행력과 과단성. 유년 시절에 내가 얻은 가장 값진 자산이다. 유재욱 나는 승환이를 따라 영화를 공부한 케이스다.(웃음) 만약 랩에 소질이 있었다면 래퍼가 되어 있을 거다. 어릴 때부터 영화나 비디오 보는 걸 좋아했기 때문에 막연하게 언젠가 영화를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자연스럽게 그 생각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영화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유재욱 누구 하나 다치지 않고 하루하루 무사히 촬영을 마치는 거. 촬영 전에 무사히 마치게 해달라고 고사를 지내지 않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 이승환 리듬감, 균형감, 그리고 본질을 지키는 것. 인생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두 사람이 함께 만든 다음 작품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까? 이승환 지금은 멜로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유재욱 나는 여고생이 의기투합하는 이야기를 준비 중인데 또 공동 작품을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빠른 시일 내로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아자! 이승환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