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 보보FRANCK BOHBOT 극장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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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 보보FRANCK BOHBOT 극장의 의미

 

팬데믹 시대를 맞아 수입 감소와 임시 휴업,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끊임없이 어려움을 겪어온 로스앤젤레스의 극장들이 지난해 3월 중순부터 차례로 문을 닫았다. 로스앤젤레스가 미국 박스오피스 매출의 적잖은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휴업이 오랜 기간 이어질수록 영화산업의 손실은 더 커질 전망이다. 건축 연도와 운영 기간에 상관없이, 모든 영화관은 다 같이 운명의 갈림길 앞에 서 있다. 아름다움과 비극이 공존하는 로스앤젤레스 극장가의 현재 모습을 프랑스 출신 사진가 프랑크 보보(Franck Bohbot)가 ‘더 라스트 쇼(The Last Show)’라는 제목의 프로젝트로 엮었다. 전 세계 극장이 마주한 현실 그리고 앞으로의 영화산업에 대한 예측과 바람이 그의 사진에 녹아 있다.

 

‘더 라스트 쇼’의 소개를 부탁한다. 팬데믹으로 인해 문을 닫게 된 로스앤젤레스 극장들을 촬영한 프로젝트다. 7년 전 캘리포니아 영화관 내부를 촬영하는 ‘시네마(Cinema)’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는 내게 ‘더 라스트 쇼’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한 이후, 차를 타고 이동하다가 임시 휴업 중인 비스타 극장(Vista Theatre)과 아크라이트 할리우드(ArcLight Hollywood)를 목격했을 때 카메라를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로스앤젤레스에 자리한 극장들을 지도에 표시한 뒤 약 2개월에 걸쳐 이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기념비적인 공간을 보여주면서 그 공간이 지닌 영혼을 순간적으로 포착하고 싶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어떤 기분이 들었나? 슬픔과 절망 사이의 어떠한 감정을 느꼈다. 시간이 잠시 멈춘 듯한 침묵 속에서 셔터를 눌렀다. 극장들이 활기를 되찾을 거라는 희망을 품고 작업을 이어나갔다.

문 닫은 극장을 촬영할 때 무엇에 중점을 두었나? ‘단순함’으로 돌아갔다. 건물의 정면, 건축양식, 타이포그래피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을 선택했고 사람의 유무와 관계없이 사진을 찍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나? 그렇다. 롱비치 예술극장(Art Theatre of Long Beach) 주인과 영화관들이 처한 현실과 그로 인한 비극적인 상황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예전처럼 극장을 운영하기 위한 대책을 함께 모색했다. 그는 내게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달라진 좌석 배치에 대해 설명했다. 2021년 10월, 롱비치 예술극장은 아직도 굳게 문을 닫고 있다.

당신에게 제일 강렬한 기억을 남긴 극장이 궁금하다. 1939년에 건축된 산타 모니카(Santa Monica)라는 건물에 자리한 단일 상영관인 아에로 극장(Aero Theatre)이 참 인상 깊었다. 새벽에 그곳을 찾아가 사진의 구도를 고민하며 바라보았던 일출을 잊을 수 없다. 수많은 이야기를 간직한 작은 극장을 사진에 담아내는 건 가장 큰 열정이 발휘되는 동시에 기꺼이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작업이다.

현재 로스앤젤레스 극장가의 분위기는 어떤가?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때에 비해 훨씬 나아졌다. 일부 극장들은 다시 문을 열었고, 관객들의 백신 접종 증명서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7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비스타 극장의 새 주인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굉장히 기뻤다. 하지만 시네라마 돔(Cinerama Dome)과 아크라이트 할리우드가 영구적으로 폐쇄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땐 걱정이 앞섰다. 다행히 극장 철거를 막기 위한 운동이 진행 중이다. 하루빨리 보고 싶은 영화를 마음껏 만끽할 수 있는 시대가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임시 폐쇄된 극장들은 새로운 상황에 대한 상징이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더 라스트 쇼’는 미국 영화산업의 중심지인 로스앤젤레스 극장들이 완전한 ‘폐업’이 아닌 ‘임시 폐쇄’ 중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가장 고독한 상황에 처한 극장들의 건축적 자태를 드러내는 이 프로젝트는 결국 특별한 순간의 기록이다. 더 나아가 극장의 미래를 알려주는 신호일 수도 있다. 팬데믹 시대에 들어서며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OTT)이 엄청난 수익을 올렸고, 이와 관련한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극장을 찾아가지 않아도 영화를 볼 수 있는 방법이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오늘날 극장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물론 OTT 등을 통해 영화를 관람하는 방법도 좋지만, 난 관객들이 한자리에 모여 새로운 무언가를 경험하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극장을 사랑한다. 스마트폰 화면과 상영관은 결코 동일한 경험을 제공하지 않는다. 음식과 칵테일을 맛보며 영화를 감상하는 등 새로운 방식을 도입한 극장도 생겨나고 있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선택지가 대중에게 더 많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의미에서 극장은 언제나 멋진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더 라스트 쇼’를 발전시킬 계획이 있나? 이 프로젝트를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 중이다. ‘더 라스트 쇼’는 내 극장 연구 작업의 일환이다. 미국 영화산업의 규모가 방대한 만큼 로스앤젤레스뿐 아니라 다른 도시를 오가며 더 많은 극장들을 방문해야 할 것이다. 언젠가 인도의 영화관들을 둘러보고 싶은 마음도 품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마주한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나?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 영화를 감상하는 극장을 대체할 수 있는 매체는 아직 없다. 힘든 시기가 지나가고 나면 우린 다시 극장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