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서지혜와 함께 보물 찾기 하듯 매력적인 독립서점을 여행하는 책 이야기, ‘서점으로 로그아웃’. #서점으로그아웃 시리즈의 두 번째 장이 펼쳐질 곳은 신당동 어느 골목에 위치한 ‘소수책방’이다. 서점을 처음 방문하는 이들이라면 책 사진과 문장만 가득한 인스타그램(@sosoobook)과 다른 예상치 못한 분위기에 더욱 빠져들게 될 거다. 이름처럼 소수의 취향을 탐하는 독립서점답게 서점답지 않은(?) 공간과 문학·예술 서적들, 눈요기할 수 있는 다양함을 즐길 수 있는 어른들의 아지트다.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다산로20길 26 2층
문의 0507-1303-2439
인스타그램 @sosoobook
소수:
①1과 그 수 자신 이외의 자연수로는 나눌 수 없는 자연수. ②적은 수효.
‘소수책방’ 주인장은 소수책방을 이렇게 소개했다. “사람 스스로를 자신으로 나눈다면 무엇이 남을까요? 아마도 생각이나 기억, 영혼 등이 남을 것입니다. 이것들의 총체는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예술과 문학을 사랑하는 소수를 위한 책방. 자신을 찾아가는 책방. 소수책방입니다.”
소수책방의 주인장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시, 단편 소설을 연재하고 있는 작가 김문(@patternlips)이다. 일상적이고 스쳐 지나가는 생각에서 파생된 주제들로 색다른 시각의 글을 써내려간다. 그의 글은 항상 이미지의 두 번째 장에 있다. 덕분에 평온한 사진 뒤에 어떤 글이 펼쳐질지 상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의 단편 소설 「102번의 전생의 삶을 기억하는 사람의 이야기」,「잠이 사라진 세계 」의 일부를 함께 소개한다.
소수책방의 주인장,
김문의 추천 도서
‘작가는 어떤 책을 추천할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해, 소수책방의 주인장인 김문 작가에게도 소수책방에서 고른 몇 권의 책과 코멘트를 전해 받았다.
<산책자>
한겨레출판사, 로베르트 발저
comment:
저자 ‘로베르트 발저’는 독일어권의 한 세기를 대표하는 작가입니다. 카프카는 열렬한 발저의 찬미자였으며, 헤르만 헤세는 그의 작품을 더 많이 읽히기를 원하는 칼럼을 쓰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발저가 산책길에서 발견한 하찮고 작은 것들에 관심을 갖고 쓴 글 모음집입니다. 총 44개의 짧은 글로 구성되어 있는 책은 각각의 글들이 유기성을 가지고 서로의 글에 도움을 주고 있으며 그로 인해 멀리서 보면 하나의 글로 다가옵니다.
아침의 꿈과 저녁의 꿈, 빛과 밤. 달, 태양 그리고 별. 낮의 장밋빛 광선과 밤의 희미한 빛. 시와 분. 한 주와 한 해 전체. 얼마나 자주 나는 내 영혼의 은밀한 벗인 달을 올려다보았던가. 별들은 내 다정한 동료들. 창백하고 차가운 안개의 세상으로 황금의 태양빛이 비쳐들 때 나는 얼마나 크나큰 기쁨에 몸을 떨었던가. 자연은 나의 정원이며 내 열정, 내 사랑이었다.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모두 나에게 속하게 되니, 숲과 들판, 나무와 길들. 하늘을 올려다볼 때 나는 왕자와도 같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것은 저녁이었다. 나에게 저녁은 동화였고, 천상의 암흑을 소유한 밤은 달콤하면서도 불투명한 비밀에 감싸인 마법의 성이었다. 7p
저녁이었다. 거리는 유령과도 같았다. 수천의 인파가 이 길을 매일매일 지나다녔다. 이곳 이외에 다른 공간은 없었다. 사람들은 아침이면 신선했고, 밤이면 지쳐 있었다. 수많은 나날 동안 그들은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근면함이 한 덩어리로 서로 뒤엉켜 굴러갔고, 유능함이 헛되이 발버둥치 다 제풀에 지쳐갔다. 이렇게 길을 걷다가 한 귀족의 마부와 눈이 마주쳤다. 그래서 얼른 버스에 올라타고, 한 정류장을 간 후 뛰어내려 식당에 들어가 식사를 하고, 그리고 다시 거리로 나왔다. 모든 것이 규칙적인 속도로 이동하고 흘러갔다. 그중에는 흐릿한 안개와 희망도 있었다. 인간은 인간을 당연하게 이해했다. 누구나 첫눈에 상대의 거의 모든 것을 알아냈다. 그러나 인간의 내면은 비밀로 남았다. 영혼은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했다. 바퀴가 삐걱거리고 목소리들이 커졌다. 하지만 세계 전체는 기묘하게 고요했다. 236p
<여백의 예술>
현대문학, 이우환
comment:
‘이우환’은 1969년에 쓴 비평으로 일본 미술 운동인 모노파의 이론적 토대를 만들고, 1970년까지 40편이 넘는 평론을 발표하며 일본 미술계에서 한국에서보다 먼저 이름을 날렸습니다. 이후 여러 번의 전시와 비엔날레를 참여하며 한국작가로서 명성도 떨치게 되었습니다. 이우환은 그림보다 글로 앞서 주목받은 사람이었습니다. 이우환은 이 책을 통해 예술에 대한 생각을 담담히 풀어냅니다. <여백의 예술>은 소수책방의 스테디셀러이기도 합니다.
예술은 시이며 비평이고 그리고 초월적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가지 길이 있다. 첫 번째는 자기의 내면적인 이미지를 현실화하는 길이다. 두 번째는 자기의 내면적인 생각과 외부 현실을 짜엮는 길이다. 세 번째는 일상의 현실을 그대로 재생산하는 길이지만 거기에는 암시도 비약도 없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예술로 여기지 않는다. 내가 선택한 것은 두 번째의, 내부와 외부가 만나는 길이다. 거기에서는 내가 만드는 부분을 한정하고 만들지 않은 부분을 받아들임으로써 서로 침투하기도 하고 거절도 하는 다이내믹한 관계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 관계작용에 의해 시적이며 비평적이며 그리고 초월적인 공간이 열리기를 바란다. 나는 이것을 여백의 예술이라고 부른다. 16p
최소한의 접촉으로 최대한의 교감을 부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로 돌아가는 훈련을 쌓음으로써 세계 속으로 나를 풀어놓지 않으면 안 된다. 스스로를 세계의 일부로 활동하게 하는 편이 나를 전일하게 하는 직접경험이 가능하게 된다. 그런 뜻에서 나는 장소적인 미니멀리스트이다. 368p
<산 연기 : Respect for Acting>
퍼스트북, 우타 하겐
comment:
이 책의 저자 ‘우타 하겐’은 미국의 배우입니다. 그는 토니상을 수상한 배우이며 매우 성공한 연기 교사이기도 합니다. 특히 우타 하겐이 쓴 연기 수업 관련 책은 많은 대학 연기 수업의 교재로도 쓰일 정도로 인기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이 책의 번역자인 김윤철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 책은 연기를 지망하는 초보자가 올바른 연기관을 확립하고 참 연기의 바탕을 다지는 데도 도움이 되지만, 매너리즘에 빠져 번민하는 기성 연기자들이 진실하고 신선한 연기력을 회복하기 위해 재교육용으로도 적합하다.”
다른 공연예술에 비해서 연기에 대한 일반의 존경심이 없는 까닭은 아마도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를 훌룡한 평론가로 여기는 데서 비롯되는 것 같다. 어느 청중도 바이올린 연주자의 팔굽힘이나 활놀림에 대해서, 또는 화가의 팔레트나 붓질의 기교에 대해서, 도는 앙트르샤(발레에서 뛰어오르는 동안에 두 발꿈치를 여러번 치는 것)를 볼품없게 만드는 근육의 긴장에 대해서 논하지 않는다. 그러나 배우들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판에 박은 충고들을 해대기 좋아한다. 배우는 열심히 듣는다. 그러면서 연기에는 어떤 기술이나 기교 또는 예술도 필요 없다는 죄 많은 통념을 더욱 강화시켜준다. 몇몇 천재들은 이런식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그들은 천재였다. 비록 우리 모두가 그런 재능을 타고날 수는 없다손 치더라도 지난날의 치기 또는 헛치기 식의 관행들이 허락하는 수준보다는 더 높은 수준의 연기를 발전시킬 수 있다. 5p
스타니스랍스키의 말을 나는 늘 되새긴다. “여러분 속에 있는 예술을 사랑하고 예술 속에 있는 여러분을 사랑하지 마라” 25p
‘연기’는 행동이다! 지금까지 내가 다뤘던 모든 것은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대상(물) 연습들과 그 구체적인 기술상의 문제들까지도 진정한 행동에 대한 깨달음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작품의 탐구를 위해 모든 숙제와 연습, 감각기억에 대한 작업, 성격탐구 및 대체를 통한 동일시, 상황과 관계와 목표 및 장애에 대한 탐색 등은 모두 궁극적으로 행동으로 마무리되어야 하며 그러지 않으면 아무 가치도 없게 된다. 행동들(순간순간에 여러분이 하는 것)의 총계가 여러분의 등장인물을 노출시킨다. 행동의 선택이 등장인물의 육체와 영혼, 즉 새로운 ‘당신’ 의 이야기를 전해 주어야 한다! 여러분의 선택과 집행은 또한 여러분의 예술적 완성도를 결정지어 주는 요소가 된다. 227p
관객에게 실패와 동경, 꿈과 욕망, 인간존재의 부정적이며 긍정적인 측면들을 드러내 주는 것- 이것이 우리가 헌신적인 연극예술가로서 취해야 할 목표들이다. 그때 우리는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것이며 우리 스스로를 존경하게 되고 또한 연기행위를 존경하게 될 것이다. 273p
<경험으로서의 예술>
책세상, 존 듀이
comment:
184쪽의 얇고 가벼운 책이나 결코 쉬운 책은 아닙니다. 미학 분야에서 철학의 정점이자 완성으로 평가받고 있기도 합니다. ‘존 듀이’는 천여 편의 논문과 저서를 남긴 대철학자로서 이 책에서는 예술이 인간의 일상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우리의 일상과 소박한 생활을 담는 예술이야말로 본연의 모습과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책에서는 오늘날 예술이 안고 있는 문제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이야기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해결책도 기술하고 있습니다.
철학이나 미학 모두가 이론적으로 심화될 때 발생하는 문제는 현실 또는 생활의 문제에서 철학이나 미학이 멀어진다는 것이다. 듀이에게는 이러한 현실과 이론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였다. 듀이가 평생 역점을 둔 철학적 핵심이 바로 이분법적 세계관의 극복이었다. 바로 이 점이 듀이가 존경받는 철학자이면서도 다른 한편에서 경멸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그의 도구주의는 목적과 수단, 정신과 물질, 이론과 실천, 순수 예술과 실용 예술 등의 유기적 통합이라는 명제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오늘날 우리의 문화예술이 처한 불균형과 혼란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를 상당히 설득력 있게 기술하고 있으며, 가장 신뢰할 만한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9p
이미 많은 예술 이론이 존재하고 있다. 만약 또 다른 미학을 제시하기에 족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새로운 접근 방식을 통해서 발견될 것이다. 현존하는 이론들의 순열과 조합이 쉽게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 현행 이론들의 난관은 예술을 기성의 구획으로 위치시킴으로써, 혹은 구체적 경험의 대상들과 단절시켜 예술을 ‘정신화’하는 예술의 개념으로부터 이론이 시작되는 데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신화에 대한 대안은 예술 작품의 비속화, 저열한 물질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작품들이 일상의 경험속에 존재하는 성질들을 이상화하는 방식을 밝히는 어떤 개념에 있을 것이다. 예술작품은,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직접적인 인간적 배경 속에 놓일 경우, 격리적인 예술이론들이 일반의 동의를 얻을 때 보다 더 폭 넓은 지지를 얻을 것이다. 33p
예술이 존재한다는 것은 바로 추상적으로 서술되어온 것들에 대한 구체적 증거이다. 예술의 존재는 사람이 자기 생명을 확장시킬 의도로 물질이나 에너지를 이용한다는 증거이며, 또한 인간 자신의 기관, 즉 두뇌, 감각, 감각 기관, 근육 조직 등의 구조와 일치해 그것을 행한다는 증거이다. 예술은 생물의 특징이 되는 감각, 욕구, 충동, 활동 등의 총합을 인간이 의식적으로 혹은 의미의 차원에서 복구할 수 있다는 데 대한 생생하고 구체적인 증거이다. 의식이 개입한다는 것은 규칙, 선택 능력, 배열이 거기에 더해지는 것이다. 이리하여 그것은 예술을 무제한으로 다양하게 변화시킨다. 그러나 의식의 이런 개입은 또한 의식적 이념으로서의 예술의 이념으로 인도하고, 인류 사상 최대의 지적 위업으로 인도하는 것이다. 6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