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ner Garden’(2021)

‘Slightly Altered’(2019)

 

우크라이나의 예술가 로만 노벤 Roman Noven 과 타냐 슈체글로바 Tania Shcheglova.
예술과 삶에 대한 가치관을 공유하는 두 사람은
2008년부터 ‘싱크로독스 Synchrodogs’라는 팀을 이뤄 협업하고 있다.
사진부터 영상과 미디어 아트까지, 10여 년간 펼쳐온 이들의 예술 세계는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에 주목한다. 자연에 감사하고, 서로 다른 존재에게 친절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Inner Garden’(2013)

‘Inner Garden’(2020)

낯설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이 인상적이다. 예술이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한다. 우리의 작품이 현실의 대안을 독창적으로 표현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자극하기를 바라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 현실이 아닌 꿈에서 많은 영감을 얻고 있다.

꿈속 장면을 작품에 담아내기 위해 어떤 방법을 활용하나? 10년째 ‘아이디어 비밀 기록장’을 쓰고 있다. 한밤중에 꾼 꿈을 자세히 적어놓은, 싱크로독스의 자산이라 할 공책이다. 현재 수백 가지 아이디어가 담겨 있다. 새 작업을 시작할 때, 이 공책을 펼쳐보며 아이디어를 시각예술로 구현하고 있다.

자연을 담아낸 작품이 많다. 자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자연환경이 파괴되는 사례를 자주 접했다. 우크라이나 남서부의 카르파티아 산맥에 자리한 작은 마을들이 도시로 탈바꿈하는 과정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인간이 자연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고, 자연으로 인해 우리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자주 생각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을 다룬 작품이 점점 많아졌는데, 최근에 진행한 혼합 미디어 프로젝트 ‘이너 가든(Inner Garden)’은 자기반성과 현실도피를 통해 자연과의 조화를 찾는 인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봉쇄되었을 때 머릿속으로 멀리 여행을 다녀온 이후에 만든 작품들을 모았다.

자연과 어우러진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들은 나체에 가깝고,거울이나 금가루를 비롯한 요소로 뒤덮여 있기도 한다. 나체는 인간이 태어난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가장 순수한 모습이라 생각한다. 나체가 자연의 일부처럼 느껴져 작품에 함께 담아내고 있다.

 

‘Inner Garden’(2020), ‘Inner Garden’(2021), ‘Slightly Altered’(2017), ‘Slightly Altered’(2017)

‘Synchrodogs series’(2011)

‘Inner Garden’(2020)

최근 3D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프로젝트 ‘The Point of No Return’을 선보였고, 이를 NFT(대체 불가능 토큰)로도 판매하고 있다. 사진부터 영상과 미디어 아트까지 작업 영역을 확장해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싱크로독스로 활동을 시작한 후 10여 년이 흐르는 동안 과학기술이 크게 발전했다. 새로운 기술이 한번 등장하면 이전 시대로 되돌아갈 수 없듯이, 우리도 내면에 숨은 잠재력을 발견하며 계속 성장하고 싶다. 우리의 창작 과정이 한정적 방식을 따르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현대의 다양한 도구를 활용할 수 있는 혼합 미디어 작업을 제일 좋아한다.

예술과 과학의 관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예술과 과학이라는 서로 다른 세계는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우리의 최근작도 이와 깊은 관련이 있다. 11개의 짧은 장면으로 구성한 첫 번째 영화는 ‘예술을 통해 바라본 과학의 진보’를 주제로 한다. 예술계에서 본 적 없던 신선한 작품이 될 거라고 믿는다. 지난해에 작업하기 시작했는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잠시 중단했다. 상황이 나아지면 언젠가 꼭 완성하고 싶다.

전쟁 상황에서 예술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작품에 담아낸 메시지를 통해 행동해야 한다. 어떤 형태로든, 침묵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도 우크라이나를 돕는 기부금을 모으기 위해 인쇄물을 판매하고, 연설에 참여하고, SNS를 통해 전쟁의 참담한 실상을 널리 알리는 중이다.

당신이 예술을 통해 꿈꾸는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의 필요성을 알리는 것. 인간이 자연을 배려하고, 해하지 않는 정도로 사랑하도록 격려하고 싶다. 더 나아가 모두가 나와 다른 존재에게 친절하기를 바란다. 보다 나은 세상은 개개인의 행동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의식하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밝고 행복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꽃과 나무, 빛, 사람, 일상 등 모든 존재가 지닌 아름다움을 발견하기를 기대한다.

싱크로독스의 작품을 마주한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의 작품을 살펴보며 미소 짓기를, 숨겨진 메시지를 찾아보며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바란다. 감상을 마친 마음에 새로운 삶의 영감이 가득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