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아프 서울 갤러리, 작가 인터뷰

키아프 서울 갤러리, 작가 인터뷰

 

 

 

키아프 서울 갤러리, 작가 인터뷰

김동현 Chief Manager

제21회 키아프 서울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무엇인가? 아트 페어라 칭해왔지만, ‘국제’라는 수식에 대해 자문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 시간을 지나 21주년을 맞는 올해, 세계 3대 아트 페어 중 하나인 프리즈와의 협업을 선보이며 자문에 대한 확신을 얻게 되었다. 지난 20년간 해온 우리의 노력이 잘못된 방향이 아니었음을 확인 받은 셈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국제 아트 페어로서 보다 명확한 기조를 가지고 나아가야 할 시기라 생각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뜨거운 관심과 기대를 모으는 중이다.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순간은 언제인가? 작년 5월에 프리즈와 공동 개최를 한다고 발표했을 때부터 시작된 것 같다. 이후에 하나씩 새로운 발표를 할 때마다 굉장히 즉각적으로 반응이 오고, 날이 가까워질수록 관심의 농도가 진해짐을 체감한다. 점점 더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는 것을 보며 ‘점점 그날로 가고 있다’ 라는 기대와 걱정이 공존하는 중이다.

어떤 의미의 기대와 어떤 형태의 걱정일까? 이전까지 키아프 서울만의 개별적인 행사를 치러온 것이라면, 올해는 프리즈 서울과의 협약을 통해 국내 미술 시장의 저변을 넓히고 새로운 비전을 만드는 하나의 기점을 만드는 행사가 되지 않을까 싶다. 가능성이 보다 넓어지는 것에 대한 기대가 크다. 반면 걱정이라면, 많은 사람이 기대하는 큰 변화가 당장 눈에 띄는 결과로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는 큰 도약을 하겠지만 올라가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보다 멀리 내다보며 긴 호흡으로 계획을 세워나가는 중인데, 이를 같은 호흡으로 지켜봐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전시기획 팀장으로서 어떤 부분에 가장 힘을 쏟고 있나? 소통하고 조율하는 것. 각 팀원들의 업무가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데다 키아프 서울 이사회, 프리즈 서울 팀과도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모두와 원활하게 소통하며 각자의 의견을 잘 조율하는 것이 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지 않을까 싶다. 각 팀의 상황을 비롯해 가능성과 한계를 빠르게 파악하고 대처하는 방식으로 준비하고 있다.

올해 키아프 서울은 17개국, 164개 갤러리가 참가한다. 갤러리를 구성하는 기준점은 무엇이었나? 심사할 때 핵심 키워드는 ‘가장 갤러리 다운 일을 하는 곳’이었다.새로운 전시를 기획해 작가를 소개하고 작품을 판매하고, 이를 다시 작가를 성장 시키는 데에 투자하고, 또 다른 젊은 작가를 찾아내 미술계에 올리는 일을 잘 수행하는, 그러니까 갤러리의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 기준이었다. 시각 미술이라는 생태계 안에서 가장 건강한 역할을 하는 갤러리와 작가가 들어와야 하고, 우리 역시 아트 페어의 본질에 맞는 역할을 해내자는 게 주요한 기조다.

본질이라는 단어가 인상 깊다. 제21회 키아프 서울은 스물한 번째가 아니라 마치 두 번째 20년을 시작하는 첫 단계로 느껴진다. 그렇다. 올해는 우리도 갤러리도 작가도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이 되는 시점이 될 거라 예상한다. 그렇기에 더 확실한 기준을 정립하는 것이 필요했다.

프리즈 서울과의 협업 못지않게 주목받는 섹션이 있다. 미디어 아트와 NFT에 중점을 두고 젊고 신선한 갤러리와 작가를 소개하기 위해 신설된 키아프 플러스다. 어떤 의도에서 기획한 섹션인가? 올해 3월에 열린 화랑미술제는 40주년을 맞았고, 키아프 서울은 지난해에 20주년을 맞았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20년마다 새로운 페어가 등장하는 주기가 생긴 것 같다. 40년 전에는 ‘아트 페어란 것을 결성하자’라는 의도였다면, 20년 전에는 ‘그 행사가 국제적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키아프 서울이탄생했다. 그리고 20년이 흐르는 사이 새로운 장르가 나타나며 아트 신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보자는 의견이 있었고, 그 결과 키아프 플러스를 만들게 됐다. 물론 ‘아직 미디어 아트나 NFT에 대해 조금 더 확인이 필요하다’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렇지만 다 확인한 후에 하는 것보다 우리가 먼저 시도하는 것을 보여주면, 그로 인해 보다 많은 기회가 열릴 거란 바람과 기대가 있다. 한편으론 올해 해외 갤러리가 많이 들어오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국내 갤러리의 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도 하나의 연유가 됐다. 새로운 페어를 만들어 국내 갤러리, 특히 젊은 갤러리들이 대중에게 인사할 자리를 마련해주자는 의도도 있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보는 섹션이나 이벤트가 있다면? 참여하는 모든 갤러리의 기획과 구성이 흥미롭지만,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부분은 솔로 부스다. 코엑스 A홀에서 16개 갤러리가 단 한 명의 작가만 소개하는 솔로 부스로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이건 어떻게 보면 모험이고 또 한편으론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시도다. 이 중에는 새로운 해외 갤러리가 다수인데, 서울이라는 시장이 뜨겁다곤 하는데 아직 체감하진 못해서 우선 주력하는 작가와 경험 차원에서 진입하려는 경우가 많다. 우리도 갤러리도 서로 실험대에 오른 셈인데, 이들이 얼마나 좋은 결과를 얻는지를 유심히 지켜볼 생각이다.

1년간 키아프 서울을 준비하면서 감지한 국내 미술 시장의 흐름은 어떠한가? 2019년을 기점으로 젊은 관람객의 참여가 확연히 증가하는 추세다. 그들이 기성 컬렉터와 다른 건 온라인에서 굉장히 다양하게 소통하면서 정보 공유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정확한 타깃팅을 설정하고 공격적으로 페어에 참여한다.그에 대한 반증이 키아프 서울에도 오픈 런을 하는 MZ세대가 늘고 있다는 건데, 사실 개인적으로 이런 현상을 MZ세대만의 일로 한정 지어보진 않는다. 전반적으로 국력이 올라가고 라이프 스타일이 변화하면서 음악이나 영화, 책, 미식, 공연 등으로 여겨지던 문화 생활의 범주에 시각 예술도 진입한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들의 일상 가까이에 미술이 다가가는 흐름이라 본다.

미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이 시점에서 기대하거나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건 작가들 인 것 같다. 시각 예술 콘텐츠의 핵심이 생산자이지 않나. 이들에겐 지금이 기회이자 위기다. 키아프 서울을 방문하는 해외 갤러리스트나 큐레이터, 컬렉터를 통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는 반면, 개방된 문을 통해 해외 작가들의 유입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입지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영화 산업에서 스크린쿼터제 폐지가 논의되던 상황과 비슷하다. 양면성이 존재하지만, 기대하는 부분이 더 크긴 하다. 예전에는 굳이 해외 갤러리로 들고 나가야만 보여지던 것들이 이제는 해외에서 와서 보는 상황이 되었으니 말이다. 이 기회를 잘 활용해 국내 작가들의 가치가 더 높아졌으면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 우리는 더 멋지고 큰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트 페어의 묘미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최고의 갤러리들이 출품하는 주요 작품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유명 작가의 비싼 작품이든 신진 작가의 작품이든 똑같은 컨디션에서 동등하게 보여지는, 말 그대로 아트를 페어하게 관람할 수 있는 장이라 생각한다. 중견 작가는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 시킬 수 있고 젊은 작가는 선배 작가들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무대가 된다. 이런 독특한 경관을 확인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또 그들에게 집중하는 서비스 등이 모여 행사가 완성된다. 화려하고 눈부신 축제이자 치열한 전쟁터라 볼 수도 있겠다.

올해 키아프 서울이 궁극적으로 갖는 목표는 무엇인가? 키아프 서울이 한국 최대 규모의 국제 아트 페어로서 갖고 있는 의미에 대해 고려해봐야 할 것 같다. 2018년부터 키아프는 변화를 거듭해 왔다. 시스템을 개선했고 특히 올해는 큰 폭으로 혁신하고 있다. 우리가 행사를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점 중 하나가 키아프 서울의 움직임이 국내 아트 신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우리가 선진적인 시스템을 도입하고 개선하며 변화를 시도하면, 다른 국내 아트 페어들도 이에 반응하고 당연히 갤러리와 컬렉터, 작가들에게까지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난다. 심지어 액자집과 작품을 운송하는 업체까지도. 우리가 공익단체는 아니지만 이렇듯 외부에 미치는 영향력이 있기 때문에 사소한 것 하나도 선택하고 결정하는데 최대한 다양한 이들을 고려하려 노력한다. 더불어 프리즈 서울과의 협업을 통해 이제는 해외에 서울을 비롯한 한국의 아트 신을 앞장서서 드러내는 주요한 역할까지 부여받았다. 결국 키아프 서울과 연결된 모든 관계들을 긍정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목표가 생겼다. 무척이나 부담되는 일이지만 우리가 미술 시장에 조금이나마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을 동력 삼아 나아가는 중이다.

 

신동우 Project & Partnership

키아프 서울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 키아프 서울이 펼쳐지는 코엑스 밖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행사와 프로젝트, 그리고 브랜드와의 파트너십을 담당한다. 프로젝트 중 가장 주요 업무는 8월 22일부터 9월 25일까지 인천국제공항에서 진행되는 NFT 특별전이다. 올해 참가 갤러리 중 20개 갤러리의 주요 작품을 한국을 찾는 컬랙터 및 내외빈들에게 가장 먼저 선보이는 전시다. 파트너십의 경우 후원사로 참여하는 각 브랜드의 전략과 구상을 함께 진행하는내비게이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 키아프 팀에서 일의 동선이 가장 넓을 것 같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지점은 무엇인가? 간극을 줄이는 것. 최근 미술 시장이 크게 주목받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본이 몰리고 시장도 확장되는 과정에 있다. 변화가 일어나는 과정이다 보니 키아프의 방향성과 파트너사의 방향이 다를 때가 있는데, 그 간극을 줄여 나가면서 파트너사가 아트 페어 내에서 겉돌지 않도록 하는 데에 신경 쓰고 있다.

키아프 서울이 진행되는 기간에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신설된 키아프 플러스에서 NFT 시장에서 큰 화제를 모은 BAYC(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 클럽) 특별전이 열린다. 특별전답게 에트나와 알타바 그룹이 BAGC라는 새로운 NFT프로젝트를 공개할 예정이다. 어렵지 않게, 흥미로운 방식으로 NFT를 접할 수 있는 이번 전시를 놓치지 말았으면 한다. 아트 페어의 묘미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동시대 미술 시장의 지형도를 그릴 수 있다는 것. 세계 각국의 갤러리가 최고의 작품을 모아 만든 부스를 한 공간에서 볼 수 있으니까. 돌아 보면 비슷한 맥락이 보이기도 하고, 반대로 고유한 특성이 돋보이기도 한다.

최근에 감지한 한국 미술 시장 내 변화가 있나? 아트 페어를 즐기는 방식을 보며 변화를 감지할 때가 있다. 예전에는 작품 구매를 목적으로 방문하는 컬렉터가 주를 이뤘는데, 최근에는 관람을 위해 모이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아트 페어가 하나의 문화 축제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를 보며 아트신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음을 체감한다.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더없이 즐거운 일이다.

한국 미술 시장의 저변 확대 과정에서 바라거나 꿈꾸는 점이 있다면? 내가 맡은 영역에서 바라봤을 땐, 조금 더 긴 호흡으로 같이 나아갈 파트너사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아트 바젤의 경우 1994년부터 스위스의 금융 그룹 UBS가 메인 파트너로 함께하고 있다. 30년 가까이 동행하다 보니 이제 아트 바젤 하면 UBS가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이들이 같이 만드는 결과물에 대해서도 관심도가 높다. 이렇듯 우리에게도 지속적으로 오랜 관계를 맺으며 나아갈 파트너가 있기를 바란다. 올해 같이하는 파트너사들이 그런 관계의 시작점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웃음) 또 한편으론 프리즈 서울과의 협업으로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는 올해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서 서울이 음악이나 영화 외에 시각예술 분야에서도 주목받는 도시로 발전했으면 한다.

 

김유진 Design & Web

키아프 서울에서 어떤 일을 맡고 있나? 도록, 현수막, 티켓 등 물리적 디자인부터 웹사이트까지, 키아프의 아이덴티티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전반적인 디자인 영역을 담당하고 있다. 올해는 키아프 서울과 함께 키아프 플러스를 론칭하면서, 디자인적으로 공통의 정체성을 공유하면서도 키 컬러를 선정해 각 페어의 성격에 맞게 구분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또한 미디어 게이트를 비롯한 영상 작업이 예전보다 많은 편이다. 각 작업물마다 형태나 공개 방식이 다르더라도 아트 페어의 정체성을 동일하고 명확하게 담아내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작가의 글과 작품 이미지를 미리 접하는 즐거움도 느끼며 작업에 임하고 있다.

키아프 서울을 준비하며 인상 깊었던 점은 무엇인가? 올해 키아프 서울은 온라인 티켓을 사용한다. 새롭게 도입한 입장 방식을 안정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 과정이 쉽진 않지만, 키아프 서울을 환경친화적 아트 페어로 만들어줄 수 있는 긍정적인 시도라고 생각한다. 또 미디어 아트나 NFT를 다루는 키아프플러스가 새롭게 탄생한 점도 흥미롭다. 젊은 관람객들이 특히 흥미를 느낄 만한 아트 페어이지 않을까 싶다.

아트 페어의 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전시 공간이나 미술 관련 행사를 찾아가면 만나는 작품이 한정적인 반면, 아트 페어는 수많은 작가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그래서 취향에 맞는 작품을 우연히 마주하는 행복을 어렵지 않게 누릴 수 있다.

 

박준수 General Manager

키아프 서울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 키아프를 총괄하는 김동현 팀장과 담당 업무에 집중하는 팀원들 사이의 중간 관리자 역할을 맡고 있다. 갤러리 전시와 이벤트를 소개하는 ‘키아프 인사이트’를 매개로 하여 갤러리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아트 페어 육성 지원 사업’과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을 비롯한 기관과의 대외 협력 업무를 진행하고 있으며, 아트 페어에서 가장 중요한 컬렉터들과의 릴레이션십을 위해 지속적인 만남을 갖고 있다. 올해 키아프 서울은 전례 없는 큰 규모로 진행된다. 아트 페어 준비에 큰 에너지를 쏟는다는 점은 이전과 다르지 않다. 다만 물리적 규모가 키아프 서울이 꾸준히 열렸던 코엑스를 넘어 키아프 플러스가 첫선을 보이는 세텍까지 확장된 만큼, 더 다양한 콘텐츠로 공간을 채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갤러리뿐 아니라 미술관이나 복합 문화 공간과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올해 키아프 서울을 준비하며 무엇이 제일 흥미로웠나? 기업의 후원과 협찬이 늘어났다. 이를 통해 투입된 자본은 아트 페어 현장을 한층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더 나아가 미술계 전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기업의 후원과 정부 지원이 많아질수록 작가들은 물론, 미술 관련 직업을 가진 이들이 포기하지 않고 재능을 널리 펼칠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지금 키아프 사무국에도 재능과 열정이 있는 동료들이 그만두지 않고 함께하며 내실 있는 아트 페어를 만들어가고 있다.

본인은 7년째 키아프 사무국의 일원으로 함께하는 중이라고 들었다. 그동안 미술을 대하는 대중이 시선이 어떻게 바뀌었나? 5~6년 전만 해도 키아프는 ‘우리만의 리그’ 같았다. 미술 관계자나 전공자, 오랜 시간 작품을 소장한 아트 컬렉터가 관람객의 대부분을 이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약 3년 전부터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군의 관람객의 발걸음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작년부터는 MZ세대가 작품을 구매할 정도로 미술을 향한 대중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올봄에 열린 화랑미술제 때 관람객의 긴 행렬을 보며 관심의 열기를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아트 페어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트 페어에서는 갤러리스트, 컬렉터, 미술 관계자 모두가 한자리에 모이니, 마치 오래간만에 명절 때 만난 가족들처럼 무척 반갑고 활기차다. 여기서 서로 나누는 이야기들이 미술 시장을 만들어간다. 그 점이 매력적이다. 소박하게 일 년에 두 번, 키아프와 화랑미술제에서 작품을 사는 직장인 컬렉터로서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를 직접 발견하고, 그의 작품 활동에 꾸준한 관심을 갖게 한다는 것도 아트 페어의 묘미라 생각한다. 작년에 발견한 한 작가가올해는 어떤 작품을 갖고 나올지 항상 기대하게 된다.

한국 미술 시장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키아프 서울이 한국 미술 시장의 유일한 대안이 되기보다 다양한 플랫폼 중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 한국 미술 시장이 더욱 다양하고 풍성해져서 아트 페어 기간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미술과 관련한 교류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으면 좋겠다. 미술을 향유하고, 작품을 소장하는 것은 개인의삶에 좋은 영향을 준다. 언제나 일상 속에서 미술을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다.

아트 페어를 찾아올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면? 지난해 아트 페어 때 일부 작가에게 관심이 집중되며 ‘오픈 런’ 현상이 생긴 것이 안타까웠다. 매년 수천 명의 작가가 아트 페어에 참여하고, 이들이 소개하는 작품의 개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다양한 방향을 아우르는 시선으로 곳곳을 살핀다면, 분명 마음이 이끌리는 작가의 작품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키아프 서울을 통해 ‘나만의 작가’를 만나게 되기를 바란다.

 

조윤희 Associate Manager

키아프 서울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 갤러리 부스부터 키아프의 내외부 구성 등 전반적인 현장 조성 및 관리를 담당한다. 가장 기본이자 중요한 것은 플로어 플랜(도면) 작업으로, 준비 초기 단계부터 아트 페어의 전체적인 공간을 가늠하며 갤러리 부스, 라운지, 파트너 부스 등 위치와 동선을 구상하고 구체적인 현장을 만들어간다. 특히 매년 부스를 구성하는 기본 재료인 조명이나 바닥재 등 참여 갤러리가 선택 할 수 있는 옵션을 최대한 많이 구성하고 발전시키려 노력한다. 갤러리들은 각자의 스타일을 잘 드러내고, 전체적인 아트 페어의 완성도 역시 높아질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또한 관람객의 시선으로 백여 개가 훌쩍 넘는 참여갤러리들을 지루하지 않게 돌아볼 수 있는 동선을 면밀히 체크하며, 휴식이 필요한 위치를 파악하고, 갤러리 부스와는 또 다른 성격을 가진 파트너 부스까지 동선이 이어지도록 신경 쓴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지점은 무
엇인가? 올해는 구조물을 디자인적으로 정갈하고 깔끔하게 정리하는 데에 많은 힘을 쏟았다. 프리즈 서울과의 협업이나 키아프 플러스의 신설 등, 새로운 이슈가 많다 보니 반대로 외관은 더 명확하고 깔끔해 보여야 한다는 기조가 있었다. 또한 작년보다 더 많은 해외갤러리들과다양한 파트너들이 참여하면서 각자의 니즈를 최대한 충족시키면서도 키아프 전체와 어울리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였다.

올해 새롭게 시도한 부분이 있다면?
키아프 서울의 아이덴티티를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부스 외의 공간 디자인까지 신경을 썼다. 물리적인 규모가 커진 만큼 아트 페어에 들어서는 순간 모든 공간에서 키아프라는 정체성을 느낄 수 있게 노력하였다. 새롭게 조성된 다양한 공간에서 관람객이 쾌적한 전시 관람을 할 수 있도록 이왕이면 제대로 근사하게 만들어보자는 의도가 크다.

키아프 서울의 개최를 앞둔 기분이 어떤지 궁금하다. 단 5일의 축제를 위한 1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 직전이다. 희로애락을 느끼며 모두가 온 힘을 다해 준비한 결과가 부디 무탈하게, 무사히, 아름답기를 바랄 뿐이다. 열심히 쌓아 올린 갤러리들의 부스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사라지는 순간, 후련하고 개운한 기분만 남았으면좋겠다.

 

고세연 Gallery Relations & VIP Management

키아프 서울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국내외 갤러리와 키아프 사무국의 원활한 소통을 돕는다. 최근 한국 미술 시장에 익숙하지 않은 해외 갤러리의 문의가 특히 많아졌는데, 지난해 키아프 서울 보고서 등을 기반으로 조언하고 있다. 키아프 서울의 VIP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아트 페어 기간에 열리는 이벤트를 소개하는 일도 한다.

키아프 서울 개최를 앞둔 지금, 어떤 마음인가? 2년 가까이 준비해온 프리즈와의 공동 개최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해외 작가와 작품이 국내에 새롭게 소개될 때 한국 미술 시장에 어떤 파장이 일어날지 궁금하다.

미술과 관련한 국내외의 활발한 교류를 언제 크게 실감했나? 해외 갤러리가 서울에 지점을 마련하거나, 기존의 갤러리가 규모를 확장하며 존재감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사례가 많아졌다. 서울 분점 개관 4년 만에 더 넓은 곳으로 이전한 페이스갤러리, 약 231㎡ (70평) 규모로 새 단장한 리만머핀처럼 말이다. 아마 한국 미술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임을 예상했기에 일어난 변화가 아닐까 싶다. 이 같은 변화는 미술에 대한 국내의 높은 수요를 알리는 척도이기도 하다.

올해 키아프 서울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을 미리 접하면서 관측한 흐름이 있나? 예전에는 작품을 보면 작가의 출신지를 예측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지역적 특색보다는 작가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경향이 생긴 것 같다. 온라인상으로 접한 여러 국가의 문화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흡수해 개성 있는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가 많아지고 있어 흥미롭다.

아트 페어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추천한다면? 다양한 작가와 작품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아트 페어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 기간에 특별한 전시나 이벤트를 기획한 공간도 찾아가보기를 권한다. 서울 곳곳의 갤러리나 미술관도 꼼꼼히 챙겨본다면 ‘서울 아트 위크’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김혜린 Operation

키아프 서울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아트 페어 현장 조성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참여 갤러리로부터 부스 디자인, 운영 계획, 콘텐츠 등을 전달받아 이들이 의도하는 부스의 모습을 최대한 구현하려 한다. 오퍼레이션 업무를 함께 담당 중인 조윤희 대리가 전체적인 숲을 구성한다면, 나는 각 갤러리와 교류하여 나무들을 돌보며다양하면서도 조화로운 아트 페어 현장을 만든다. 특히, 해외 갤러리는 서울 상황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원활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올해는 키아프 서울과 키아프 플러스를 합해 2백40여 개의 부스가 마련될 예정이다.

키아프 서울을 함께 만들어가는 소감이 어떤가?
미술관 학예팀에서 전시 기획을 하다가 올해 1월부터 키아프의 일원이 되었다. 키아프 서울이 키아프 플러스, 프리즈서울과 더불어 확장해나가는 시점에 합류해 역동적인 분위기에서 함께 성장하고 있다. 관람객으로서 당연하게 즐겼던 것들을 이제 만들어나가는 입장이 된 것이 보람있고, 미술 시장의 변화를 기민하게 반영하는 플랫폼을 만든다는 자부심도 있다.

키아프 서울을 찾아올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키아프 사무국은 단 며칠 동안 열리는 아트 페어를 빛내기 위해 1년의 시간을 쏟아붓는다. 그간 우리의 열정이 9월을 풍성한 ‘미술의 달’로 만들어줄 거란 확신이 든다. 관람객이 이 기간을 만끽하며 자신만의 미술 취향을 발견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더 나아가한국 미술 시장이 건강한 방식으로 성장하여 아시아의 아트 허브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세현 Media & PR

키아프 서울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 홍보와 미디어 소통을 담당한다. 키아프를 조금 더 많은 이들이 인식할 수 있게끔 홍보하고, 미디어 파트너사와 소통하며 미디어 부스 제작이나 여러 협업의 진행을 돕고 있다.

올해 키아프 서울에 관해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신설된 키아프 플러스가 어떤 아트 페어인지 묻는 질문이 가장 많다. 키아프 플러스는 NFT나 미디어 아트를 중점적으로 선보이지만 동시에 젊은 갤러리나 신진 작가들이 보다 다양하고 도전적인 시도를 할 수 있도록 만든 플랫폼이다. 새롭고 신선한 작품을 많이 마주칠 거라 장담한다. 또 프리즈 서울과 협업에 관한 질문도 자주 받는데, 그럴 땐 꼭 공동 티켓에 대한 설명을 빼놓지 않는다. 한 티켓으로 두 페어를 관람할 수 있는 방식은 세계 어떤 페어에서도 볼 수 없던 협업으로 자유롭게 오가며 각 페어의 상이한 매력을 감지하는 즐거움이 있을 거라 본다.

키아프를 대외적으로 소개하는 역할로서 가지려는 태도는 어떠한가? 너무 들뜨지 않으려고 한다. 올해는 유독 설레고 흥미로운 소식이 많은 터라 나 역시 알리는 입장에서 즐겁지만 이 마음을 조금 억누르며 명확하고 확실하게 정보를 전달하려 한다. 특히 프리즈 서울과의 협업은 앞으로 5년간 지속될 테니, 더 신중하게 ‘이런 것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라는 자세로 임하는 중이다.

미술 시장이 확대되면서 새롭게 아트 페어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아트 페어를 즐기는 방식을 추천한다면? 미술 시장이 뜨고 있으니 이 기회에 작품을 꼭 사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지기보다 여러 번 천천히 둘러보면서 마음에 남는 작품을 찾는 방식을 추천한다. 또 아트 페어의 장점인 네트워킹도 적극적으로 활용 해볼 것을 권한다. 갤러리스트나 작가, 큐레이터도 그렇지만 관람객에게도 아트 페어는 유용한 정보 교환의 장이 된다. 호기심이 가는 부스가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질문하면서 작가와 작품에 대한 정보를 배워가는 것도 꽤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다. 올해의 목표는 무엇인가? 매출 상승과 관람객 증가 등 수치적으로 드러나는 지표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많은 이들로부터 ‘즐거웠다’는 후일담을 듣는 것도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이라 생각한다. 적게는 몇시간, 많게는 며칠의 시간을 써서 찾아오는 이 경험이 긍정적인 기억으로 남아야만 또 다음을 기약하게 되기 때문이다.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그래서 내년에 또 갈 계획이다.’ 이런 피드백을 많이 남기는 게 하나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