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과 혁신의 에너지로 무장한 새로운 세대가 등장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후반에 출생한 Z세대, 그리고 2010년 이후 출생한 알파 세대. 항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두 세대를 둘러싼 10가지 키워드를 선별해 그들에게 각 키워드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물었다. 어떤 집단을 몇 개의 단어로 정의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실패를 전제하더라도 다가올 세대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이 결국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라 믿으며.
‘ME’ism
자신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라이프스타일
다른 누구보다도 자신을 중심으로 살아가려는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다. 과거의 가족이나 집단 중심적 사고에서 멀어졌다는 뜻. 사실 MEism(미이즘)이라는 단어는 초기에 자기중심주의를 뜻했으나, 점차 타인보다는 자신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하는 말로 확대되고 있다. MBTI나 퍼스널 컬러, 유전자 검사가 유행하고, 다시 사주 열풍이 부는 등 스스로에 대해 깊이 알아보려는 욕망이 커졌다.
🥰 어릴 때부터 자의식 과잉 상태였다. 내 또래는 어느 정도 다 그런 듯하다. 다들 자기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즐거워 보인다. 심지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설명하고 그걸 증명하기 위해 작위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MBTI가 T인 경우 더 차갑게 말하려고 사회성을 버리는 식이다. 이런 경향이 너무 당연해서 예전에는 어떤 즐거움으로 살았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박성희, 대학생, 2000년생
👍 학교에 갔다가 학원 다녀와서 공부하다 보면 나에 대해 알 시간이 없다. MBTI 같은 테스트를 하면 바로 정리되어 나오니까 더욱 유행하는 것 같다. 나를 더 빠르고 쉽게 알아보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김소민, 중학생, 2010년생
👑 미이즘은 자신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라이프스타일이 아니라 나를 캐릭터처럼 보고 해석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욕망일 뿐이다. 내가 이런 사람인 걸 남이 알아줬으면 해서 안달하는 사람들 같다. 물론 나도 그렇고. 사실 미이즘의 실체는 내가 아니라 타인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인생이 아닐까. 강연수, 대학생, 2002년생
💞 한국은 집단주의가 강조되는 사회였기에 나답게 살아가기는 어려웠지만 이제 집단만으로는 나를 표현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사회로 변하고 있다. 나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 모습을 알아가는 데 흥미를 느껴 MBTI나 강점 검사 등을 통해 자아 탐구와 성찰을 즐기는 편이다. 양이진하, 대학생, 2004년생
💐 나도 나를 중심으로 살아간다. 타인과 상호작용하며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이 있고, 그 또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 나의 최종적인 목표는 이 세상에 내 편이 아무도 없을 때도 지치지 않고 살아가는 법을 찾는 것이다.나를 중심으로 두는 태도는 타인에게 상처받고 싶지 않은 방어기제이기도 하다. 채린, 대학생, 2000년생
CROSS SHOPPING
크로스 쇼핑
고가 상품과 저가 상품을 동시에 구매하는 소비 경향. 전쟁과 팬데믹, 기후 위기 등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온 세대이기에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대응하는 소비 패턴을 보이기 마련이다. 당장의 소비로 최대한의 만족을 찾기 위해 가용 소득 내에서 지출하면서도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프리미엄 제품을 구매하는 식. 팬데믹 이후의 보복 소비, 건강식품이나 음식 등 특정 분야에 한해 고급 제품을 구매하는 양상을 예로 들 수 있다.
💸 극단적으로 최고가와 최저가 제품을 동시에 구매한다기보다 건강식품이나 옷처럼 특정한 분야에서 비교적 고가의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 외 제품군도 최저가 제품만 선택하는 것은 아니고 가성비 높은 제품을 먼저 고려하는 정도다. 나윤정, 회사원, 1996년생
💰 터무니없이 비싼 돈을 주고 프리미엄 제품을 사는 데서 행복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나에게 필요한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해 잘 쓸 때, 소위 ‘가성비 갑’ 혹은 ‘뽕 뽑기’가 가능할 때 행복하다. 이근영, 대학생, 2001년생
☕ 아침으로는 1천원짜리 학식을 먹고 나서 5천원 가까이 되는 커피를 마시는 내 소비 패턴과 비슷하다고 본다. 최동일, 대학생, 2001년생
🎧 보상 심리가 강해 힘든 일이 있을 때 비싼 물건을 구입한다. 코로나19에 걸렸을 때는 밖에 나가지 못하는 것이 답답해 에어팟 맥스를 샀고, 취업 준비 때문에 기가 빨렸을 때는 비싼 값을 주고 커스텀 키보드를 구입했다. 김민주, 대학생, 2000년생
VIRTUAL WORLD
또 다른 현실, 가상 세계
가상공간을 대하는 태도에는 Z세대와 알파 세대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 현실과 가상공간을 분리하는 Z세대와 달리, 알파 세대는 가상공간도 하나의 현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이는 것. 가상현실 SNS 제페토의 유행뿐만 아니라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의 경우 지난해 전 세계 하루 평균 접속자 수 5천만 명을돌파했고, 이중 알파 세대의 이용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 ‘3D 퍼즐과 보드게임’이라는 수업에서 교육용 메타버스 플랫폼인 코스페이시스를 이용해본 적이 있다. 가상현실 세계를 직접 만드는 건데, 내 방을 디자인하거나캐릭터를 만들기도 했다. VR과 AR 콘텐츠도 직접 제작할 수 있다. 김은혜, 중학생, 2010년생
🧝♀️ 수업 시간에 메타버스에서 수학 문제를 푸는 앱을 활용한 적도 있다. 온라인 아바타를 만들어 수학과 관련된 세상을 돌아다니며 문제를 푸는 거다. 추효림, 중학생, 2010년생
👼 버추얼 아이돌이나 메타버스 같은 가상 세계가 익숙하지 않은 편이다.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한 것은 좋지만, 법과 제도보다 빠르게 발전하는 가상현실의 위험성은 재고해야 할 것 같다. 김솔, 대학생, 2000년생
🙌 가상 세계에서 활동하는 버추얼 아이돌의 모습이 실제 아이돌보다 더 개성 있어 보인다. 김민후, 중학생, 2010년생
WE, OUR, COMMUNITY
나노 커뮤니티
구체적인 관심사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커뮤니티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선다. 원하는 키워드를 검색해 오픈채팅방에 들어가고, 딱 맞는 커뮤니티가 없으면 스스로 만드는 등 온·오프라인상에서 연결된 감각을 찾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커뮤니티의 범위가 각자의 취향이나 흥미에 맞게더욱 세분되었다는 점. 카카오에 따르면 지난해 오픈채팅 사용자 수는 팬데믹 이전에 비해 70% 이상 늘었고, 10대는 게임·팬덤, 20대는 학교·취업·뷰티·패션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 온라인상에서 친구들을 많이 만난다. 인스타그램에서 친구의 친구와 서로 팔로를 하고 연락하다가 친해지면 실제로 만나기도 한다. 아이돌 정보를 얻기 위해 오픈채팅을 이용하는 친구들도 많다. 추효림, 중학생, 2010년생
💌 덕질을 할 때는 나와 같은 것을 좋아하고 서로 발굴한 콘텐츠를 공유할 동지가 절실하다. 인터넷을 뒤지고 뒤져 내가 발붙일 나노 커뮤니티를 찾아내곤 했다. 배소혜, 대학생, 2004년생
👭 커리어와 관련된 오픈채팅에 참여해본 적이 있다. 정보 공유용채팅방이라 가볍게 확인하기 좋고, 인터넷 검색보다 빠르고 편리할 때가 있다. 예술 경영 커뮤니티 기반의 채팅방에도 참여해봤는데 친밀한 관계를 형성해 오프라인 모임이나 티켓 나눔을 진행하기도 했다. 윤민주, 전시 기획자, 2000년생
😎 대학원 입시를 위한 정보 공유 오픈채팅방에 참여해봤다. 그런데 인간적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채팅에 참여한 경험은 없고, 앞으로도 영영 없을 것 같다. 김가영, 대학원생, 2000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