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해진 밤공기 속, 고요의 시간을 강렬하게 빛내줄 위스키 한 잔이면 제법 완벽한 하루의 마무리가 된다. 찬장에서 지난 더운 날들을 함께하던 위스키 중 눈이 띄는 하나를 잡아들고 따르려 할 때 익숙함이 주는 아쉬움이 스쳐 지나가며 생각했다. ‘그거 한 모금이면 딱일 것 같은데···’. 지난 베트남 출장에서 경험했던 산토리 위스키의 츠쿠리와케 에디션이 떠오른 것이다.

산토리 위스키의 츠쿠리와케 2024 에디션

츠쿠리와케(Tsukuriwake) 에디션은 산토리 위스키(Suntory Whisky)의 위스키 블렌더들이 여러 세대를 거쳐 완성한 노하우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다. 츠쿠리와케는 ‘만들다’라는 의미의 ‘츠쿠리(Tsukuri, 作り)’와 ‘나누다’라는 의미의 ‘와케(Wake, わけ)’, 두 단어의 조합처럼 ‘다양한 제조 방식을 통한 장인 정신’을 뜻한다. 과거에 하쿠슈 지역에서 숙성된 오크의 종류에 초점을 맞췄던 과거와 달리 여러 오크통을 사용한 숙성 방식을 통해 야마자키와 하쿠슈 증류소의 경계를 넓히는 4가지 싱글몰트 위스키를 선보이게 된 것. 출장 중 머물렀던 숙소 중 한 곳이었던 그란 멜리아 나트랑(Gran Melia Nha Trang)의 고급 일식을 전개하는 레스토랑, ‘시부이(Shibui)’만의 오마카세와 함께 츠쿠리와케 2024 에디션과 완벽한 페어링을 경험했다.

2024 하쿠슈 피티드 몰트 18년

첫 번째로 만난 위스키는 2024 하쿠슈 피티드 몰트 18년(2024 Hakushu Peated Malt Aged 18 Years). 맑고 부드러운 하쿠슈 땅에서 오랜 기간 숙성을 거쳐 뚜렷한 스모키함과 스파이시한 후추 향이 돋보여 츠쿠리와케 시리즈 중 가장 인상 깊은 위스키였다. 니트(Neat)로 맛볼 때 강렬함 뒤에 상큼한 과일향이 더해져 무겁지 않은 깔끔한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TASTING NOTES

  • 향 ｜ 세이지, 풋사과, 파인애플이 어우러진 싱그러운 탑노트
  • 테이스트 ｜ 허브, 자몽, 아카시아 꿀이 어우러진 복합적인 스모크함
  • 피니시 ｜ 녹색 시트러스 풍미와 함께 은은하게 느껴지는 신선하고 깔끔한 스모키함
연어 덴푸라와 야마자키 골든 프로미스

부드럽고 고소한 연어 덴푸라와 함께 페어링한 위스키는 야마자키 골든 프로미스(Yamazaki Golden Promise). 이름처럼 1960년대 스코틀랜드에서 처음 재배된 매우 우수한 곡물 품종 중 하나인 골든 프로미스(Golden Promise) 보리로 만들어졌다. 아메리칸 오크통에서 숙성되며 만들어진 풍부한 맥아 맛이 돋보이는 야마자키다. 은은하게 달콤한 향이 매력적이라 물을 더해 더욱 깊은 향을 즐겨보는 것을 추천한다.

TASTING NOTES

  • 향 ｜ 맥아, 바닐라, 꿀이 섞인 달콤한 향
  • 테이스트 ｜ 오렌지 마멀레이드와 커스터드가 가미된 풍부함
  • 피니시 ｜ 길고 지속력 있는 시트러스하고 달콤한 과일 향
2024 야마자키 아일라 피티드 몰트와 페어링한 푸드는 명란 소스와 날치알이 더해진 블랙 타이거 새우

세 번째로 등장한 위스키는 2024 야마자키 아일라 피티드 몰트(2024 Yamazaki Islay Peated Malt)로 가장 독특한 위스키로 기억된다. 청정한 물과 함께 숙성되며 나오는 특징적인 단맛과 개성 있는 풍미와 스모키함이 조화롭게 더해져 부드러운 향을 만들어낸다. 독특한 맛이라 음식과의 페어링에 의문이 들었지만 요리를 한 입 맛보니 완전히 이해됐다. 블랙 타이거 새우에 명란 소스와 날치알을 얹어 입안 가득 짭짤함이 남아있을 때 이 위스키를 한 모금하니 고소하면서도 쌉싸름한 맛이 살아나며 새로운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매콤 짭짤한 한식과의 페어링도 기대가 되는 위스키였다.

TASTING NOTES

  • 향 ｜ 비스킷 향의 은은한 스모키함
  • 테이스트 ｜ 부드럽고 달콤한 브라운 슈거에 이어지는 오렌지의 쌉싸름한 맛
  • 피니시 ｜ 따듯하면서도 달콤한 스모키함
야마자키 미즈나라 18년과 페어링한 푸드는 고추장 소스를 곁들인 와규 스테이크

마지막으로 등장한 위스키는 야마자키 미즈나라 18년(Yamazaki Mizunara Aged 18 Years). 작년에 출시된 야마자키 미즈나라 100주년 기념 에디션에 이어 나온 제품이라 먹기 전부터 가장 기대한 위스키다. 미즈나라 오크는 작업 과정이 매우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그만큼 산토리 위스키의 시그니처 아이템이기도 하며 미즈나라 캐스크만의 스파이시함을 가졌기 때문. 미즈나라의 복합적이고 깊은 풍미로 가장 긴 여운을 가져다준 위스키이기도 하다.

TASTING NOTES

  • 향 ｜ 진한 다크 체리, 잘 익은 복숭아, 계피, 육두구 향
  • 테이스트 ｜ 밀 맛을 곁들인 은은한 오르가네트
  • 피니시 ｜ 정향, 샌달우드, 말린 코코넛 향기가 강조되며 오래 지속되는 여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