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책방에서만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온기가 있다. 전국 곳곳 동네 서점 3
남해, 흙기와
남해의 주택가 한가운데 흙 기와로 지은 집 한 채가 있다. 주인장이 직접 로스팅한 원두로 커피를 내리는 책방 ‘흙기와’다. 서점에는 책방지기의 취향과 마음가짐이 고스란히 담길 수밖에 없다.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존엄할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는 주인장의 이야기를 듣고, 이곳에 마음이 동할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부터 시몬 드 보부아르의 <아주 편안한 죽음>, 프란츠 카프카의 <우연한 불행> 등 서점의 큐레이션을 따라가다 여행과 함께할 책 한 권을 고르려 한다. 여행이 끝난 뒤 일상에서 다시 그 책을 마주할 때, 이곳에서 느낀 소리 없는 배려를, 아늑하고 고요한 시간을, 남해를 거닐던 기억을 몇 번이고 곱씹을 거라 생각하며 말이다.
add 경남 남해군 남해읍 화전로38번길 28-25
속초, 문우당서림
오랜 시간을 버티며 그 도시의 어린이와 청소년을 길러냈을 지역 서점에는 경외감이 든다. 1984년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는 ‘문우당서림’은 속초 사람들의 한 평생을 곁에서 함께 살아온 동네 서점이다. 이곳에서는 특별히 ‘오로지 서점 에디션’을 만날 수 있는데, 전국 5곳의 서점과 협업해 시대와 국가, 언어를 가리지 않고 선정한 양서 다섯 권을 리커버 에디션으로 선보인다. 지난 6월 두 번째 ‘오로지 서점 에디션’이 발매됐다. 헤르만 헤세의 <삶을 견디는 기쁨>이 남아 있으면 좋겠다. 근처의 동아 서점도 함께 들러야 할 곳.
add 강원 속초시 중앙로 45
instagram @moonwoodang_bookshop
광주, 이것은 서점이 아니다
한강 작가를 향한 축하의 세리머니는 광주에서 사서 읽는 책 한 권으로 하려 한다. 비록 한시적일지라도 모두가 책을 읽는 문화가 일어나는 게 작가가 바라는 유일한 세리머니일 것 같기 때문이다. 서점 추천은 상희 작가에게 받았다. 제법 반항적이면서도 귀여운 이름만으로도 갈 이유가 충분했는데, 서가에 들이는 책 선정의 기준이 ‘읽어본 책’ 그중에서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 혹은 ‘세상을 더 살고 싶게 만드는 이야기인가’라는 말을 듣고 마음을 빼앗겼다. 게다가 서점이 아닌 날에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공연, 강연, 교육, 소모임이 이어진다니 여행 날짜에 맞춰서 벌어지는 행사도 놓치지 않을 생각이다. 여행지에서 작은 동네 서점들을 발견하게 될 때마다 ‘귀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곳에서 찾은 책 한 권이 어떤 땐 여행의 전부가 될 때도 있으니.
add 광주 동구 충장로22번길 8-12 101호
instagram @notbookstore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