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후미 나가사카(Fumi Nagasaka)는 젊음의 한가운데 있는 인물들을 20여 년 동안 프레임에 담아왔다.
순수와 열정, 방황하는 마음마저 기꺼이 품은 채 지금을 살아가는 청년들의 면면.
그 안에 담긴 찰나의 자유, 다름 아닌 모두의 청춘.

마리끌레르 청춘 월드리포트 WORLD REPORT YOUTH Marie Claire
마리끌레르 청춘 월드리포트 WORLD REPORT YOUTH Marie Claire
마리끌레르 청춘 월드리포트 WORLD REPORT YOUTH Marie Claire

청춘의 순간들을 사진에 담아내는 작업을 20여 년간 이어가고 있다. 청춘을 주제로 다룬 계기는 무엇인가?

처음부터 청춘이라는 주제를 염두에 둔 건 아니었다. 2000년대 초반 무렵, 당시 20대이던 내가 보고 느낀 것을 기록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10~20대 젊은이들이 내 사진에 자주 담겼다. 그중에서도 특히 뉴욕과 유럽의 거리를 배경으로 패션업계나 언더그라운드 문화에 몸담고 있는 지인들의 모습을 포착한 사진이 많았다. 그렇게 작업을 이어가다가 <Untitled Youth>라는 제목의 사진집을 만들면서 일상이나 여행 도중 마주친 청년들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버스 정류장, 공원, 식료품 가게 등 어디에서든 매력적인 청년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때마다 기쁜 마음으로 카메라를 들고 있다.

촬영은 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진행해왔나?

우선 함께 작업하고 싶은 청년들에게 다가가 나와 내 작업에 대해 소개했다. 인연을 맺은 그날 바로 카메라를 들지는 않고, 따로 약속을 잡고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그들이 품은 각양각색의 꿈과 열정, 고민 등을 들으면서 작업의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이후 날짜와 장소를 정하고, 의상을 직접 챙겨달라고 부탁하기도 하면서 촬영을 준비했다. 촬영 당일, 카메라 앞에 선 인물들이 본인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드러낸다고 느낄 때 직감적으로 셔터를 눌렀다. 단번에 이루어지는 작업은 아니었지만, 모든 과정이 즐거운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뷰파인더를 통해 청년들을 마주하며 청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나?

청춘은 찰나다. 청춘이 빠르게 지나가버린다는 사실이 때로는 허무감을 안기기도 한다. 젊을 때 겪은 일들은 삶 전체를 두고 보면 그다지 대단한 사건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시절에는 사소한 경험도 강렬하게 다가올 수 있지 않나. 마치 첫사랑과 이별한 후 모든 게 끝나버린 기분을 느끼듯이 말이다. 이처럼 청년들은 먼 미래가 아닌 지금을 충실히 살아가고, 그렇기에 청춘이 덧없지만 소중한 시기라는 생각에 다다랐다. 그래서 청년들이 삶을 대하는 시선과 방식을 관찰하는 작업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

청춘을 기록하는 촬영을 마친 이후 그들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지켜본 적이 있나?

그렇다. 나와 촬영한 모든 사람을 기억하고 있고, 그들에게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다. 예전 작업물을 살펴볼 때면 ‘10년 전에 만났던 이 아이는 이제 30대가 되었을 텐데,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궁금해하기도 한다. 다행히 소셜미디어가 발달한 덕분에 계속 연락을 주고받거나 근황을 살피는 친구들이 많다. 한층 성장한 그들의 삶에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 있으면 흐뭇하기도 하다. 절친한 언니 또는 누나 입장에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듯한 기분도 든다.

오랜 기간 청년들과 꾸준히 소통하면서 청춘을 대하는 시선에 어떤 변화가 생겼나?

작업 초반에는 나도 청년들과 같은 세대에 속한다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40대가 된 지금은 젊음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채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이제는 청춘의 한가운데 있는 사람들을 촬영하면서 내가 놓치거나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순수와 천진난만한 태도, 유약한 내면 등을 생각하며 청춘의 마음을 계속 되새기고 있다. 사진을 보는 이들도 저마다 그 마음을 떠올릴 수 있었으면 한다.

인간은 나이 들기 마련이고, 언제까지나 청년일 수 없다. 그럼에도 잊지 말아야 할 청춘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은 걱정과 책임을 짊어지게 되고, 익숙한 틀에서 벗어나거나 즉흥적인 일들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방법을 잊어버리기 쉽지 않나. 현실적인 문제와 삶의 무게에 가려진 청춘 시절의 자유를 상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것들은 신경 쓰지 않고, 오직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면서 자기 삶의 개성을 펼쳐가는 자유로운 정신. 그것이야말로 청춘의 본질이자 육체를 초월한 청춘의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다.

청춘 시절의 기억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나?

청춘은 무수한 도전과 실패를 겪고, 기쁨과 슬픔을 비롯한 여러 감정을 크게 느끼는 시기다. 그때의 경험은 미래와 삶 전반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지금 당신이 청춘의 나이라면, 좋은 추억을 간직하고 나쁜 기억은 변화의 발판으로 삼으면서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보기를 권한다. 무작정 밖으로 나가서 눈앞에 펼쳐진 장면들을, 이 세상을 마음껏 누려보는 거다. 그러다 문득, 인생을 뒤흔들 만큼 의미 있는 순간을 마주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마리끌레르 청춘 월드리포트 WORLD REPORT YOUTH Marie Claire
마리끌레르 청춘 월드리포트 WORLD REPORT YOUTH Marie Claire

“오직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면서
자기 삶의 개성을 펼쳐가는 자유로운 정신.
그것이야말로 청춘의 본질이자

육체를 초월한 청춘의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다.”

마리끌레르 청춘 월드리포트 WORLD REPORT YOUTH Marie Claire
마리끌레르 청춘 월드리포트 WORLD REPORT YOUTH Marie Clai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