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 새 흐름을 만들 이들은 누구일까. 영화, 미술, 음악, 문학, 미식 신을 면밀하게 살펴온 16인의 전문가가 찾아낸, 지금 가장 주목해야 할 젊은 이름들.

WRITER 한유리

©전인

불의에 맞서는 발언문, 입장문에서부터 세상의 모순을 파고드는 에세이, 인터뷰, 단편소설에 이르기까지. 한유리 작가는 정확한 글을 쓴다. 그 정확함은 아프고 슬프지만, 이상하게도 발랄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세상이 주는 고통에 분별력 있게 다가가고 싶은 사람 혹은 화가 많은데 그럼에도 세상을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한유리 작가의 글을 반드시 읽어보길 권한다. @yurihanlovesyou라는 SNS 주소에서부터 알 수 있듯 일단 작가는 당신을 사랑한다. 이제 우리가 독자로서 그 사랑에 답할 차례.

commented by 한채원(책방 ‘이것은 서점이 아니다’ 공동대표)

POET 이새해

Evoto

이새해 시인의 시집 <나도 기다리고 있어>를 읽었다. 첫 시를 읽고 내가 그를 기다려왔다는 걸 알았다. 책을 덮으며 생각했다. 그가 보고 듣고 상상하며 접붙인 세계 때문에 나는 어떤 시공간을 이전과 같이 바라보지 못하게 되었다. 좋은 시는 우리에게 그런 일을 한다. 나는 조금 달라진 채 3월로 들어선다.

commented by 이훤(시인 겸 사진가)

NOVELIST 성해나

성해나 소설가는 2022년 첫 소설집 «빛을 걷으면 빛»을 시작으로, «두고 온 여름» 등을 통해 단정하고 진중한 언어로 타인을 향한 이해를 따스하게 그려왔다. 강렬한 단편소설 <혼모노>로 2024년 젊은작가상을, 또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로 2025년 젊은작가상을 연달아 수상하며 문단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에서 진행한 ‘2024 한국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앞으로 무궁무진한 작품 세계로 수많은 독자들을 만날, 성해나 작가의 내일이 기대된다.

commented by 정민교(문학동네 한국문학 편집자)

POET 이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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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나는 문학 예술 창작 공간 ‘포에트리앤’에서 만났다. 그는 한쪽 다리에 깁스를 하고 <아이는 왜 폴렌타 속에서 끓는가> 읽기 모임에 참석했다. 발가락을 다쳐서 일이 커졌다고 했다. 천천히 말하면서 간혹 미소짓던 그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고통을 감내하는 그의 근원적 태도 같은 것일까? 그리고 한참 후 수업 시간에 다시 만난 그는 내게 시를 보여주었다. 솔직히 말하겠다. 나는 그의 어떤 시를 읽고 소름이 돋았다. 그와 친해지고 싶었다. 그에게 포에트리앤 운영진의 구성원이 되어달라고 졸랐다. 그렇게 1년 가까이 한 공간에 있었다. 그리고 다음 해에 그는 등단했다. 그 작품은 아니지만 더욱 놀라운 작품들이 그에게 숨겨져 있었다. 그는 여전히 천천히 말하고 조용히 웃는다. 간혹 찡그릴 때도 있지만 단단한 미소가 그것을 덮는다. 이실비 시인의 시에는 그런 것이 있다. 고통과 웃음이 함께 있고, 이 복잡한 세계를 환기하고,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선다.

commented by 이영주(시인 겸 문학 예술 창작 공간 포에트리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