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건강을 위한 안내서, 마지막 이야기.

HPV(사람유두종바이러스) 백신은 언제 맞아야 하나요? 이미 성 경험이 있어도 맞는 게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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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V 백신은 성관계를 경험하기 전에 맞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그 이후라도 백신 접종으로 얻을 수 있는 예방 효과는 충분히 존재해요. 따라서 성 경험 여부와 관계없이 접종을 권합니다. 출산을 한 이후라도 얼마든지 백신을 맞을 수 있고요.

더 자세히 말하자면, HPV 백신 접종은 만 9세부터 가능한데요. 우리나라에서는 만 12~13세에 맞을 것을 권해요. 이때가 무료 접종 시기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죠. 청소년기나 어른이 된 이후에 HPV 백신 접종 정보를 처음 접했다면, 주사를 총 3번 맞아야 한다고 들었을 거예요. 각각 2개월, 4개월 간격으로요. 그런데 사실 나이가 어리다면(만 9~14세) 2회 접종만으로도 항체가 생겨요. 처음 접종하고 나서 6~12개월 뒤에 한 번만 더 맞으면 되죠.

남성도 HPV 백신을 맞는 게 좋다고 하던데요. 자궁경부암 예방을 위한 거 아닌가요? 왜 접종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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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V는 성관계하는 사람 모두 성별과 관계 없이 감염될 수 있는데요. 자궁경부암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발병할 수 있는 생식기 사마귀, 음경암, 항문암, 구강 후두암 등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국내외에서 만 9-26세에 남성에게 접종을 권하고 있죠. 26세 이상이라면 의료진과 상담한 뒤에 접종할 수 있고요. 백신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맞는 거예요. 그러니 남성도 HPV 백신 접종을 ‘여성 파트너를 위해 내가 희생하는 일’이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성병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어요. 완치가 가능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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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병은 일종의 균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니 당연히 치료할 수 있습니다. 클라미디아, 임질, 유레아플라즈마, 마이코플라즈마, 트리코모나스 등 대부분의 성병 균은 항생제로 치료합니다. 주사제와 먹는 항생제를 함께 쓸 수 있고, 보통 항생제를 먹는 기간은 일주일 정도예요. 다만 병변이 있는 동안에는 절대로 성관계를 하면 안 되고, 치료하고 4주 정도 뒤에 균이 없어졌는지 확인하기 위한 검사를 다시 받아야 합니다. 간혹 치료 이후에도 검사에서 계속 양성이 나온다고 “몸속에 균이 있다가 재발하는 거 아니에요?” 물으시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는 사실 잘못된 성생활 습관 등으로 성병에 재감염된 경우일 때가 많습니다.

HPV는 2년이면 대부분 자연 소멸서, 그냥 바이러스만 있는 경우라면 따로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콘딜로마(곤지름, 생식기 사마귀)가 발생하는데요. 이때는 병변의 크기와 범위에 따라서 약물 치료, 냉동 치료, 레이저 치료를 하게 됩니다. 특히 콘딜로마는 한 번 생기면 1~2년간은 자주 재발하고, 그때마다 또 치료를 해야 하니 반드시 재발 방지를 위한 치료를 같이 받으시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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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사실을 확인했을 때 가장 놀랄 수 있는 건 아마 HIV(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일텐데요. 우선 HIV 감염이 곧 에이즈(AIDS, 후천성 면역결핍 증후군)인 것은 아닙니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인체의 면역력이 많이 떨어지고, 각종 감염성 질환과 종양이 나타나는 상태를 에이즈라고 하는 거거든요. 에이즈도 이제는 불치병이나 걸리면 무조건 사망에 이르는 병이 아니고요. 다만 에이즈는 완치가 아니라 바이러스 억제와 면역력 회복, 합병증 예방을 목표로 치료합니다. 때문에 약은 평생 먹어야 해요. 하지만 사실 당뇨나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도 평생 약을 먹으며 관리해야 하잖아요. 그런 점에서는 동일하다고 볼 수 있죠.

HIV 감염이 확진되면, 가능한 빨리 항레트로바이러스제를 시작하도록 권고합니다. 현재로서는 2~3가지 약제를 병합하는 칵테일 요법이 표준치료법인데요. 치료를 시작한 뒤 2주가 지나면 바이러스 수가 급격히 줄고, 8주면 혈액에서 검출되지 않을 정도로 억제할 수 있습니다. 꾸준히 치료 받으면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위험도 없고요. 또 최근에는 하루에 한 알 복용하는 단일 복합제나 한 두달에 한 번씩 맞는 장기지속형 주사제도 도입되는 등 치료법과 약제도 계속 발전하고 있답니다.

성병에 감염된 경우, 파트너와는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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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파트너에게 알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죠. 하지만 진솔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해요. 감염 사실을 숨기지 말고, 있는 그대로 말하면 됩니다. “내가 질 분비물에서 불편한 증상이 있어 최근 검사를 받았는데 성병 진단을 받았어. 너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어서 바로 알리고 싶었어. 나는 치료를 받고 있고, 아무래도 너도 함께 검사받고 치료를 하는 것이 좋겠어.” 같은 식으로요. 성병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흔한 질환이므로, 자신을 탓하거나 너무 부끄러워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다고 상대방을 섣불리 성병의 원인으로 지목하거나 질책하는 것은 삼가야 합니다. 지금 내가 한 사람하고만 성관계를 갖고 있다고 해도, 반드시 그에게 옮았다고 할 수는 없거든요. 잠복기 등이 있으니까요.

너무 갑작스럽게 감염 사실을 알리기 보다는 둘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조용한 장소에서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파트너가 충격을 받을 수 있으니, 충분히 대화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고요. 치료와 예방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미리 성병에 관한 정확한 정보와 치료 계획을 알아본 뒤 이를 상대에게 공유해 주세요. 필요하다면 함께 병원에 방문해 검사를 받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다만 치료가 끝날 때까지는 성관계를 잠시 중단하거나, 하게 된다면 콘돔을 꼭 사용하세요. 만약 성병 감염 사실을 들은 상대가 더 이상 연락을 원하지 않거나 거리를 두고 싶어한다면, 그 의사 역시 존중해야 합니다.

성병 감염 사실을 솔직히 알리지 않으면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에이즈 등 일부 성병에 감염되었는데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성관계를 하는 경우, 상해죄에 해당해요. 성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모르고 옮겼다 하더라도 과실치상죄에 해당하고요. 그러니 꾸준한 검진과 투명한 정보 공유,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