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너머를 꿈꾸는 마음이 물 위를 아름답게 수놓은 순간. 마카오의 시티 오브 드림스에서 마주한 예술적 장면들.

쇼 개발에 5년, 리허설에 2년, 총 7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10년 마카오에서 첫선을 보인 수상 공연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가 15주년을 맞아 다시 관객을 만난다. 이번 공연의 연출을 맡은 안무가 겸 예술 감독 줄리아노 페파리니(Giuliano Peparini)는 기존 공연의 이야기와 캐릭터, 무대 구성을 전면적으로 개편해 팬데믹으로 잠시 중단됐던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태양의 서커스>를 연출한 프랑코 드라고네(Franco Dragone)가 처음 구상한 이 공연은 그동안 4천 회가 넘는 무대를 선보이며 마카오를 찾은 전 세계 관객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공연이 펼쳐지는 시티 오브 드림스는 카지노와 호텔, 각종 미식 공간과 공연장을 두루 갖춘 마카오의 복합 리조트로, 리조트 중심부에는 오로지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의 무대만을 위해 설계한 270도 원형극장이 자리한다. 입장과 동시에 시야를 사로잡는 것은 거대한 호수가 연상되는 수중 무대다. 무대를 가로지르는 뱃사공의 등장과 함께 공연이 시작되고, 곧이어 아크로바틱과 공중곡예, 25m 높이에서 뛰어내리는 하이 다이빙, 오토바이 퍼포먼스까지 수중과 공중을 넘나들며 눈을 뗄 수 없는 장면이 80분간 이어진다. 통제하기 까다로운 물이라는 장치를 무대 위로 가져온 과감한 시도에서, 한계에 도전하며 예술의 가능성을 확장하려는 이들의 집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대사 없이 진행하는 무언극임에도 극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었던 건 배우들의 역동적인 몸짓과 표정, 다채롭게 변화하는 무대 구성 덕분이다. 무대 위 배우들이 물살을 가르며 펼치는 열연이 몇 마디 말보다 더 깊은 울림을 전했다. 신비로운 왕국에 표류한 한 어부가 여왕에게 붙잡힌 공주를 구하는 고전적인 영웅 서사를 따르지만, 페파리니 감독은 관객 모두에게 익숙한 이야기 구조를 밀어붙이는 방식을 택했다. 여기에 전문 다이버와 무용수, 공중곡예사로 구성한 출연진이 단순히 고난도 기술이나 묘기를 선보이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랑과 상실, 희망 같은 감정을 온몸으로 표현해내며 극적인 설득력을 더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감상은 계속된다. 시티 오브 드림스는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생전 마지막으로 설계한 모르페우스를 비롯해 누아, 더 카운트다운, 그랜드 하얏트 마카오 등 개성과 컨셉트가 각기 다른 4개의 호텔과 다이닝 및 T 갤러리아로 이뤄져 있어 그 자체로 하나의 전시 공간처럼 느껴진다. 곳곳을 거닐다 보면 카우스와 무라카미 다카시, 장 미셸 오토니엘 등 세계적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 무대 위의 여운을 잔잔히 이어갈 수 있다. 문화와 예술의 향취가 가득한 마카오에서 보낸 꿈같은 이틀이었다.
웹사이트 www.cityofdreamsmacau.com/en/house-dancing-water
인스타그램 @houseofdancingwa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