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을 벗겨내며, 치유로

“우리는 우리의 몸을 떠나고 싶어 하잖아요. 오래된 통증과 상처, 질긴 고통, 지루한 외로움.” 강화길 작가가 4년 만에 선보인 장편소설 <치유의 빛>은 여성의 ‘몸’에 주목한다. <다른 사람> <화이트 호스> 등을 통해 한국 사회 속 여성의 삶을 서늘하게 그려온 그는 이번 신작에서 갑작스러운 체구 변화 이후 통증과 끔찍한 사고를 겪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는, 몸이라는 ‘공간’에 갇힌 인물의 서사가 타인의 시선, 가족, 학교와 소도시 속 여성들을 향한 억압의 겹을 도려낸다. 서로를 향한 동경과 애증, 질투, 소유욕을 밀도 있게 느끼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끝내 우리가 찾던 ‘치유의 빛’을 귀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