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늘어지는 오후의 빛, 이제는 조금 미지근해진 바람 사이로 여름의 끝이 느껴진다.
7인의 사진가에게 가장 뜨겁고, 찬란했던 여름 끝 풍경을 받았다.
사랑하는 여름 음악과 함께.

Lim Yoo Keun

Lim Yoo Keun

나의 여름 | 오랜만에 맞은 휴일에 연희동으로 커피 한잔 마시러 나가는 길이었다. 날은 무척이나 뜨거웠는데, 차 앞 창문과 보닛에 비친 하늘이 너무나 파랗고 시원해 보였다. 그 장면을 꼭 찍고 싶어 부랴부랴 집에 있는 카메라를 가지고 나와 포착한 순간이다.

여름 음악 | 고요한 여름밤엔 Red Hot Chilli Peppers ‘Californication’, 에너제틱한 여름낮엔 Bibi Flash ‘Histoire d’1 soir(Bye bye les galères)’

내가 사랑한 여름 | 나는 계절의 변화를 바라보는 걸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여름의 끝을 가장 사랑한다. 뜨겁게 내리쬐던 해가 넘어갈 때쯤 즐기는 소월길 드라이브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름 취미다.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틀고, 차 창문을 다 열고, 한껏 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운전하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매년 여름마다 더 바쁘고 열심히 일해서 그런지, 길어진 여름이 끝나갈 무렵 은근슬쩍 코끝에 시원한 바람이 닿는 그 순간을 언제나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