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는 각자의 목적이 있다. 누군가는 새로운 미식을, 또 누군가는 고요한 풍경 속에서 사색하는 시간을 찾는다.

화려한 조명과 포르투갈풍 역사적 건축이 공존하는 마카오에서는 도시의 시작과 끝, 그 모든 결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마카오 반도의 아침은 고요했다.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은 성 라자루스 지구(St. Lazarus District)에는 오랜 세월의 결이 스며 있었고, 성당을 중심으로 파스텔 톤 건물이 늘어선 거리는 19세기 포르투갈 건축양식이 잘 보존되어 우아한 유럽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길을 따라 10분 정도 걷다 보니 세인트 폴 성당 유적(RuinsofSt. Paul’s)이 모습을 드러냈다. 16세기에 완공된 예수회 성당으로, 마카오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중 하나다. 1835년 대형 화재로 대부분이 소실되어 지금은 전면 파사드만 남았지만, 정교한 조각과 섬세한 문양만으로도 당시의 웅장한 자태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후 조약돌을 이어 붙인 포르투갈식 포장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성 아우구스티누스 광장(St. Augustine’s Square)을 만날 수 있다. 물결무늬 보도 칼사다(calçada)가 매력적인 이곳에서는 마카오가 ‘아시아의 유럽’이라 불리는 이유를 실감하게 된다. 복잡한 도심 한가운데에서 불쑥 마주한 이 작은 광장은 마치 유럽의 조용한 마을 한편에 들어선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오후에는 도시의 활기를 느꼈다. 미래적 감각이 돋보이는 공연, MGM 코타이 호텔의 <마카우 2049(Macau2049)>는 장이머우 감독이 연출한 초대형 퍼포먼스로, 전통 예술과 첨단 기술이 교차하는 무대다. 거대한 LED 스크린과 입체 음향, 키네틱 조명이 어우러져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어 찾은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 (TheHouseof DancingWater)> COD(CityofDreams, 시티 오브 드림스 호텔)에서 펼쳐지는 세계 최 대 규모의 수중 쇼로, 2천 석 규모의 원형극장에서 아크로바틱과 발레, 다이빙이 어우러진 장대한 공연을 경험할 수 있다. 수면이 열리고 닫히며 끊임없이 변주되는 장면은 숨이 멎을 만큼 웅장하게 느껴졌다. 마카오라는 도시의 화려함을 다시금 실감한 순간이었다.

타이파 빌리지(TaipaVillage)의 밤은 낮과는 완전히 달랐다. 낮에는 포르투갈풍 건물과 벽화, 좁은 골목이 어우러져 소박한 정취를 느끼게 하지만, 해가 지면 조명과 간판 불빛이 골목을 물들이며 낭만적인 분위기로 변해갔다. 타이파 빌리지에서 여유로운 밤 산책을 즐 다면, 이제 지붕이 없는 오픈톱 버스 투어(Open-Top Bus Tour)에 올라 마카오의 야경을 한 눈에 담을 차례. 코타이 스트립의 호텔군을 시작으로 마카오 타워, 세나두 광장, 반도의 구시가지까지, 마카오의 화려함과 고요함이 공존하는 풍경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하루의 마지막은 COD(CityofDreams, 시티 오브 드림스 호텔) ‘디너 인 더 스카이(Dinner in the Sky)’에서 마무리했다. 하늘 위 약 50m 상공으로 테이블이 서서히 떠오르며 도시의 불빛이 발아래로 펼쳐지는 특별한 경험이 시작된다. 360도로 펼쳐진 파노라마 속에서 코타이 스트립의 야경과 멀리 보이는 마카오 타워의 불빛은 마치 축제처럼 이어졌고, 바람이 스치며 와인 잔 맞부딪히는 소리가 마카오의 밤을 완성했다. 하늘 위에서 즐기는 음식의 맛 또한 특별했다. 특히 홍콩식 밀크티의 풍미가 더해진 달콤한 디저트는 뜨거웠던 마카오의 온도를 부드럽게 식혀주었다. 역사적 장소와 독특한 문화 예술, 낭만적인 밤, 잊지 못할 미식 경험까지. 마카오에서 보낸 하루는 단 한순간도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