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결국 엄마를 닮게 되는 걸까?
어머니에 대한 애정과 충성심, 동시에 그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삶을 살고자 하는 욕망 사이에서 많은 여성이 갈등한다.

자신의 모습에서 엄마를, 엄마의 모습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여성들의 생생한 경험담과 전문가의 목소리를 경유해
이 오래된 질문을 들여다봤다.

“어차피 부모를 닮을 거라면 차라리 빨리 닮아라!” 프랑스 소설가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가 딸에게 한 말이다. 하지만 정말로 그렇게 되기를 바랐을까? 그의 책 <나는 한 여자의 딸이다(Je suis la fille d’une femme)>에 실린 문장들은 모녀 관계가 얼마나 복잡하고 양가적인지를 낱낱이 고백한다. 친밀함과 경쟁심이 한데 뒤섞인 이 관계는 때로 깊은 상처를 남기고, 예상치 못한 순간 불안으로 우리를 덮쳐오기도 한다. 46세 여성 오로르는 어느 날 아침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아들에게 소리를 지르다 문득 거울을 봤는데,
그 순간 제가 엄마가 격하게 화낼 때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더라고요.
온몸에 소름이 돋았어요.”

엄마를 그대로 닮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만으로도 식은땀이 나는 건 오로르만이 아닐 것이다. 모나는 ‘왕비 마마’라 부를 만큼 권위적인 엄마의 성격을 닮을까 봐 두려움에 떤다. 아멜리는 나이가 들면서 엄마처럼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사람이 되는 일만은 피하고 싶다고 말한다. 루시는 자신이 그토록 싫어했던 엄마의 통제적인 면이 자신에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절망한다. “나이가 들수록 모든 걸 통제하려 들고, 점점 까다로운 사람이 되어가요. 머리가 복잡해요. 역시나 엄마를 닮을 수밖에 없는 걸까요?”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이 여성들이 공유하는 감각은 분명하다. 언젠가 자신도 그들처럼 살게 될지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이다.

부모를 닮아가는 걸 두려워하는 게 흔한 일일까? 가족 상담 전문가 겸 철학자 니콜 프리외르(Nicole Prieur)는 그렇다고 말한다. “딸들은 성장 과정에서 세 단계를 거칩니다. 어린 시절에는 자연스럽게 엄마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그들을 본보기로 삼아요. 하지만 청소년기가 되면 자신을 엄마와 구분 지으려는 움직임이 시작되죠. 그리고 성인이 되면 어린 시절 자신을 힘들게 했던 그들의 단점을 의식적으로 피하려 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 과정을 동일시와 반동일시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특히 여성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심리적 방어기제로, 엄마를 닮고 싶다는 충동과 그들과 달라지고 싶다는 욕망이 동시에 작동한다는 것이다.

딸들은 종종 엄마의 모난 성격을 겪으며 언젠가 자신도 엄마와 같은 삶을 반복하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을 느낀다. 정신과 의사 야스민 리에나르(Yasmine Liénard)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주로 어머니의 행동 양식과 성격을 통해 스스로를 이해하려 합니다.” 어머니라는 존재는 우리를 온전히 이해해주지 못한 사람으로 기억되기도 하고, 때로는 우리의 삶을 가로막는 존재로 인식되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사랑을 지나치게 많이 주거나, 충분히 주지 않은 사람으로 떠올리기도 한다. “어쩌면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기 때문에 원망하는 건지도 모르죠. 우리는 어머니를 이상적인 존재로 여기지만, 이들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가끔은 충동적이고, 이기적이며, 우울해지기도 하는 평범한 인간일 뿐입니다.” 아멜리는 혼자서 엄마를 감내해야 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아버지가 외도로 집을 떠났는데, 엄마는 그 상처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어요. 저도 엄마처럼 외롭고 우울하게, 세상에 대한 불만을 잔뜩 안고 살게 될까 봐 두려워요.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을 한다는 사실에 죄책감이 들기도 하고요.” 상담을 계기로 아멜리는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고, 부담을 내려놓고 좀 더 자유로워졌다.

오로르는 친구들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어머니 때문에 힘들었던 적이나 닮고 싶지 않은 어머니의 단점에 대해 사람들과 대화하고 나면 속이 한결 후련해요. 아픈 기억이지만 이제는 웃으면서 이야기하기도 하고요. 예전에는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 “그래도 너를 낳아준 분이야”, “어머니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신 거야” 같은 말을 들으며 못된 딸 취급을 받곤 했는데, 요즘은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어요.” 하지만 이렇게 털어놓는 일이 늘 쉽지만은 않다.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결국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고, 때로는 분노와 죄책감, 나아가 수치심까지 경험하기 때문이다. 니콜 프리외르는 이렇게 설명한다.

“행동이나 성격에 대해 불평할 수는 있어도
‘엄마를 닮고 싶지 않다’는 말은 마치 그들을 배신하겠다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죠.
하지만 이는 결코 그들을 부정하는 게 아닙니다.
여성들이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의 일부일 뿐이에요.”

모녀 사이에 흐르는 이 팽팽한 긴장은 딸이 출산을 경험하고 엄마가 되는 순간 더욱 증폭되기도 한다. 노에미는 이렇게 말한다. “엄마는 한 번도 저희를 안아주거나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없어요. 차가운 분이셨죠. 제 딸을 처음으로 품에 안았을 때, 저는 절대 엄마처럼은 되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했어요.” 니콜 프리외르는 말한다. “임신과 출산을 겪은 뒤 아이를 기르는 첫해 동안 여성들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부쩍 자주 떠올립니다. 특히 결핍을 지닌 어머니의 모습이 다시 떠오르면서, 자신은 어머니보다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닮고 싶지 않다고 해서 그들을 사랑하지 않는 걸까? 야스민 리에나르는 오히려 그 반대일 수 있다고 말한다. “어머니에 대한 애정과 의존이 지나치다는 신호일 수 있어요. 성격과 습관부터 삶을 바라보는 방식까지 너무나 많은 것을 물려받았기 때문에, 어머니에게서 완전히 독립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닮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사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사실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알고 있죠. 결국에는 받아들여야 할 현실과 싸우고 있는 셈입니 다.” 한편 어머니의 치명적인 단점을 내면화했을지라도, 자기 성찰을 통해 이를 충분히 완화할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어머니 세대는 자신을 적극적으로 변화시킬 환경을 가져보지 못한 걸지도 몰라요.
하지만 오늘날 여성들은 책이나 상담, 명상처럼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자신의 극단적이거나 충동적인 성향을 어느 정도는 조절할 수 있죠.”

그렇다면 이 오래된 두려움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 중요한 것은 어머니와 적절한 정서적 거리 두기다. 니콜 프리외르는 이렇게 말한다. “주로 가족에게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의무감, 즉 보이지 않는 충성심 때문에 우리는 어머니의 영향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합니다. 자신을 그들과 반대로 규정하려고 애쓰는 한 우리는 여전히 그 영향 아래에 머물게 되죠. 단지 ‘저 사람처럼 되고 싶지 않다’고 바라는 것만으로 자신이 달라질 거라 믿는 것은 혼자만의 착각인 경우가 많아요. 그들도 그저 우리와 다른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계속될 삶을 위해 그 차이를 받아들일 때 비로소 자유로워 질 수 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고, 무엇을 바라는가?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순간 우리는 이미 어머니와 다른 존재가 되기 시작한다. 이는 부모를 배신하는 일이 아니라, 그저 우리 각자가 되고 싶은 여성으로 나아가는 과정일 뿐이다. 어쩌면 끝내 받지 못할지도 모르는 이해를 기다리는 일은 이제 접어두고, 그들을 이전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건 어떨까? 우리가 사랑하는 어머니의 특성, 그들이 우리에게 물려준 것을 인정해보는 거다. 그들의 유머 감각, 너그러움, 예술을 향한 열정 같은 것들 말이다. 마음의 평화를 찾아가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때로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기도 하다. 특히 어머니가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모녀 관계 문제를 다루는 코치 클레망스 비엘리(Clémence Bielly)는 자신의 책 <혹시 문제는 당신의 어머니일까?(Et si c’était votre mère le problème?)>에서 어머니의 영향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제안한다.

“제가 상담하는 여성들 중에는 어머니와 같은 운명을 반복하게 될까 봐
근원적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어요.
하지만 사회는 여전히 어머니에게 무조건적 사랑과 감사를 베풀어야 한다고 말하죠.
그러지 않으면 불효 자식이나 괴물 취급을 받기도 합니다.”

자신이 느끼는 불편한 감정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큰 해방감을 경험할 수 있다고 비엘리는 말한다. “어머니들을 비난하자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그들을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증오할 수 있어요. 중요한 건, 어머니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과거에 그들이 저지른 유해한 행동들을 묵인하거나 정당화하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실천에 옮기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클레망스 비엘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become.your.own.mama)을 통해 여성들이 오랜 시간 갈등을 피하고, 가족의 평화를 유지하도록 사회적으로 길들여져왔다고 지적한다. 모녀 사이의 해 묵은 갈등은 결국 가부장적 사회구조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작가 클레르 리샤르(Claire Richard)는 ‘어머니 공포증(Matrophobia)’을 주제로 한 자신의 에세이 <우리의 어머니를 용서하기(Pardonner à nos mères)>에서 이 문제를 다루기도 했다. 페미니스트 시인 에이드리엔 리치(Adrienne Rich)가 처음 제시한 이 개념은, 딸들이 자신의 어머니처럼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심리를 일컫는다. 클레르 리샤르는 이렇게 말한다. “이 개념을 접하고 나서 제 삶의 한 부분이 이해되기 시작했어요.” 그는 에세이를 통해 가정 안에서 여성들이 성차별적 규범을 어떻게 내면화하고, 그것이 어떻게 딸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는지를 탐구한다. 또한 리샤르는 딸의 입장에서 그들의 상처뿐만 아니라 강한 분노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여성의 신체와 섹슈얼리티를 둘러싼 사회의 억압적 규범에 느끼는 분노부터, 아버지에게 지나치게 종속되어 있거나 삶의 열정을 잃은 어머니를 바라보며 느끼는 분노까지 말이다.

때때로 우리를 짓누르는 이 무거운 관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상처가 너무 깊을 때는 관계를 잠시 끊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세대를 초월한 여성 간의 연대를 꿈꾸며 그들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밀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부모와의 적절한 거리를 찾아 나선다. 자신에게 맞는 거리를 말이다. 그렇다면 어머니에게서 벗어나는 일이 곧 자신을 더 사랑하는 길일까? 니콜 프리외르의 말을 다시 떠올려보자. 어머니에게서 받은 상처와 그들의 결점을 받아들이는 일은, 결국 우리 자신의 연약함을 받아들이는 일이기도 하다. 그 어머니에 그 딸?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