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장마철은 썩 달갑지 않은 손님입니다. 요즘은 창문 너머로 부슬부슬 내리는 빗소리에 잠을 깨는 아침을 마주하곤 하는데요. 습한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장마에 젖어버린 어깨를 가볍게 만들어 줄 플레이리스트를 추천합니다.


뷔, ‘Rainy Days’

방탄소년단 뷔(V)가 부른 솔로곡 ‘Rainy Days‘는 직관적인 제목에서 느껴지듯 뷔의 솔직함이 담긴 사랑 노래입니다. ‘Rainy days I’m thinking ’bout you’라는 가사는 비가 올 때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누군가를 마음속에서 끄집어내는데요. 느린 템포의 얼터너티브 팝 R&B 장르가 여유로우면서도 듣기 편안한 뷔의 보컬을 만나 조화를 이루죠. 특히 헤어진 연인을 떠올리며 뒤척이는 뷔의 모습을 담은 뮤직비디오는 사랑을 품에 안아봤던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방준석, ‘비와 당신’

비와 당신’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면 떠오르는 故 방준석 음악감독의 대표곡입니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 <라디오 스타>에 삽입된 해당 곡은 극 중 배경인 영월의 짙은 녹음을 가로지르는 듯한 OST죠. 자칭 ‘88년도 가수왕’ 최곤(박중훈)과 매니저 박민수(안성기)의 뜨거운 우정을 그린 <라디오 스타>에서 최곤을 대표하는 곡으로 소개되는데요. 이별한 연인을 힘겹게 잊었으나 비가 오는 날이면 마치 비가 내리는 것처럼 눈물이 난다고 고백하는 ‘비와 당신’은 마치 최곤과 박민수의 우정을 대변하는 듯합니다.

‘비와 당신’은 극 중 박중훈이 부른 버전과 영월의 밴드 ‘이스트 리버’로 등장한 카메오 노브레인(No Brain) 버전을 비롯해 럼블피쉬의 리메이크 곡이 있을 정도로 많은 아티스트들의 리메이크 버전을 들을 수 있는 명곡인데요. <라디오 스타>의 음악감독이자 ‘비와 당신’을 작곡한  故 방준석의 오리지널 버전은 사무치는 애환이 더욱 간절하게 느껴지는 버전입니다.


NCT 127, ‘우산’

비가 내리는 날에 좋아하는 이와 단둘이 작은 우산을 함께 써본 적이 있나요? 왼쪽 어깨가 비에 흠뻑 젖어도 상관없다는 ‘우산’은 NCT 127의 풋풋한 사랑의 감정이 여실히 느껴지는 곡입니다. 비는 질색이지만 함께 우산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영원하면 좋겠다고 할 정도로 비가 좋아졌다고 하는데요. 아무리 싫은 비여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이대로 시간이 멈추길 바라고 익숙한 거리도 헤매고 싶기 마련이죠.


자이언티, ‘내가 좋아하는 것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도 트럼펫과 피아노의 연주를 만난다면 환상의 재즈 연주로 변모하곤 합니다. 비 오는 날은 유독 경쾌하면서도 리드미컬한 재즈 음악과 잘 어울리는데요. 자이언티(Zion.T)의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이를 증명하는 곡이죠. 그래미 어워즈 수상자인 재즈 트럼페터 베니 베낵 3세(Benny Banack III)와 협업한 이 곡은 비가 오고 난 후 날이 점차 걷히는 듯한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자이언티 표 재즈곡입니다. 특히 ‘비 오는 날에 아스팔트 냄새’처럼 별거 아닌 일상 속 단순한 소재를 연인을 만나러 가는 설레는 길로 바라보는 자이언티의 섬세한 시선이 도드라지죠.


김건모,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

1992년 김건모가 데뷔 앨범으로 내놓은 1집 <Kim Gun Mo>는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명반으로 손에 꼽히는 앨범입니다. 이에 수록된 타이틀곡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는 메가 히트를 기록한 곡이자 김건모를 대표하는 명곡이죠. 이승철의 서정적이면서 재지한 ‘잠도 오지 않는 밤에’를 뉴잭스윙 풍으로 재해석한 곡으로, 쏘아 올리면서도 툭툭 내뱉는 김건모의 랩이 귀에 쏙쏙 들어오는데요. 당시에는 한국에서 흔하지 않았던 스타일의 곡이어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죠. 비 오는 밤에 남아있는 서글픔과 대조되는 분위기의 신나는 곡이기에 더욱 매력적인 곡입니다. 이후 아이유가 두 번째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둘>에서 커버해 젊은 세대에게 다시금 조명 받은 곡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