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 홀스빗 로퍼

구찌 홀스빗 로퍼

언제부터인가 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할 때나 쓰던 ‘스틸레토보다 스니커즈가 더 좋다(Sneakers before stilettos)’는 표현이 패션계에서도 통하는 듯하다. “스타일에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를 불어넣는 데는 단조로운 실루엣의 로퍼가 제격이에요. 다양한 핏의 진에 원색 플랫 슈즈나 키튼 힐 슈즈를 신으면 완벽하죠.” 평소 위트 넘치는 룩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완성하며 많은 팬을 몰고 다니는 블로거 린드라 메딘의 말이다. 그녀는 최근 데님 팬츠에 빨간색 구찌 홀스빗 로퍼를 신거나 펜슬 스커트에 두툼한 뉴발란스 스니커즈를 매치하는 등 굽이 낮은 슈즈에 제대로 홀렸다.

린드라 메딘

린드라 메딘

 

슈즈에도 엄연히 트렌드가 존재한다. 2010년, 알렉산더 맥퀸의 쇼킹한 30cm 에일리언 힐이 등장한 이래 한동안 기상천외한 형태의 킬 힐이 우후죽순 등장하더니 이자벨 마랑의 베켓 웨지 힐 스니커즈가 그 뒤를 이어 폭발적인 붐을 일으켰다. 다음 주자는? 스탠스미스, 슈퍼스타를 줄줄이 히트시킨 아디다스와 빈티지 코르테즈, 볼텍스 라인을 제대로 부활시킨 나이키를 꼽겠다.

전문 스트리트 레이블뿐 아니라 2015 F/W 시즌 피비 필로가 세린느 컬렉션에서 선보인 새하얀 가죽 슬립온도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으며 ‘덕후’를 양산했다. 포인트는 로맨틱한 분위기의 니트 원피스에 실내화를 꼭 닮은 투박한 스니커즈를 매치한 점.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 역시 샤랄라한 빈티지풍 드레스에 다양한 버전으로 변주한 홀스빗 로퍼를 신은 룩으로 ‘미켈레 이펙트(Michele Effect)’란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막스마라는 또 어떤가. 마릴린 먼로 특유의 요염한 관능미를 고스란히 녹여낸 레이디라이크 룩에 날렵한 스틸레토 대신 포멀한 태슬 장식 로퍼를 매치한 것은 그야말로 탁월한 선택이다.

 

“여성스러운 롱 드레스에 로퍼를 신은 여성들이 참 세련돼 보여요. 아, 쿨하다는 말이 더 적합할 것 같네요.”

최근 패션 피플의 스트리트 룩을 유심히 봤다면, 스타일리스트 레슬리 프리마(Leslie Fremar)의 말에 쉬이 공감할 듯하다. 몸에 꼭 끼는 세린느의 니트 원피스에 플랫 슈즈를 신은 조반나 바탈리아(Giovanna Battaglia), 홀스빗 퍼 슬리퍼부터 플로럴 프린트 원피스까지 온통 구찌 신상품으로 스타일링한 블로거 헤드비그 옵스헤우그(Hedvig Opshaug) 등 소위 옷 잘 입는다고 소문난 여인들이 대부분 페미닌한 스커트 차림에 낮은 슈즈를 신었으니 말이다. 앞서 소개한 린드라 메딘의 말처럼 청바지에 로퍼로 포인트를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단, 발목까지 내려오는 길이의 부츠 컷 진 팬츠나 와이드 팬츠를 입어 로퍼를 부각시키는 편이 키가 더 커 보이니 참고하길. 한동안 기승을 부리던 킬 힐 퍼레이드에 고통받았다면 스니커즈가 스틸레토 못지않게 섹시해 보이는 이 순간을 만끽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