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시작은 또 그놈의 세린느 때문이다. 피비 필로가 2015 봄·여름 컬렉션에서 선보인 동그란 골드 헤어 클립을 본 순간, 머리에 반짝이는 모던한 헤어핀 하나를 미치도록 꽂고 싶어졌다. 헤어핀이라면 10여 년 전 심은하가 유행시킨 살바토레 페라가모와 에트로 스타일의 헤어핀 을 꽂고 양갓집 규수 흉내를 내던, 철없던 고등학생 시절 이후 잊고 지낸 추억 속 아이템이 아니던가. 그런데 철 지난 구닥다리 액세서리라고만 치부했던 헤어핀을 다시 머리에 꽂고 싶어질 줄 생각이나 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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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S/S CELINE

사실 최근 결혼을 하면서 가장 먼저 돌입한 결혼 준비가 몇 년 째 고수했던 단발머리를 기르는 것이었다. 하는 수 없이 지난 몇 달 간 유지했던 지겨운 포니테일 스타일에 달리 변화를 줄 방법이 없던 차에 만난 마음에 쏙 드는 모던한 헤어핀 은 꽤 쉽고 근사한 대안이 었다. 그리하여 결국 손에 넣은 것이 프랑스 태생의 헤어 액세서리 디자이너 브랜드 실뱅 르 헨(Sylvain Le Hen)의 보름달처럼 둥근 골드 헤어 클립. 헤어 스타일리스트 실뱅 르 헨이 론칭한 이 헤어 액세서리 전문 브랜드는 고급스럽고 심플한 디자인의 다양한 메탈 헤어핀으로 해외는 물론 최근 서울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도 꽤 인기다. 시장엔 재빠르게 값싼 카피 제품이 수두룩하게 나왔을 정도고, 국내에서 유일하게 정식으로 바잉하는 셀렉트 숍 에보키니는 여러 번 리오더했을 정도로 없어서 못 판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그렇다면 이 모던한 메탈 헤어핀의 매력은 과연 뭘까? 에디터의 개인적인 품평부터 밝히자면, 평소 즐기는 베이식하고 말끔한 옷차림에 더해도 손색없을 만큼 세련되고 간결한 용모가 한몫한다. 손가락 마디에 끼던 너클링부터 열 손가락 가득 껴야 직성이 풀리던 얇은 메탈 링의 유행도 한풀 꺾였고, 싱글 이어링은 귀를 뚫지 않은 에디터로서는 시도조차 할 수 없는 트렌드였으니 이토록 쉽고 새로운 액세서리의 등장이 반가울밖에. 또 화려한 액세서리를 싫어하는 개인적인 취향상 평소 잘 하지 않는 블링블링한 주얼리를 대신해 데이 웨어는 물론 이브닝 웨어에까지 두루 활용할 수 있으니 이만큼 훌륭한 아이템도 없다는 게 결론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일찍이 자신의 온라인 스타일 저널에서 헤어 핀의 유행을 예고했던 토템(Toteme)의 설립자 엘린 클링은 매일같이 입는 블랙 터틀넥과 로 데님에도 놀랍도록 잘 어울린다며 모던해진 헤어핀의 변신을 반겼고, 스타일리스트 바네사 트라이나는 포니 테일 스타일에 우아하고 현대적인 터치를 더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실뱅 르 헨의 조각 같은 메탈 헤어핀을 꼽았으니 이 스타일리시한 패션 인플루언서들의 추천을 믿고 도전해볼 만하지 않은가.

“올봄 한국에서는 머리에 핀을 꽂아야 멋쟁이다. 신은경, 심은하 등 발랄한 신세대 탤런트들이 텔레비전을 통해 선보인 후 각종 머리핀이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다.” 1995년 경향신문 패션 기사의 첫 단락처럼, 올겨울 당신의 머리에 반짝이는 모던한 헤어핀 하나쯤 꽂아야 멋쟁이라는 소리 좀 듣게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