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3mcmafamk09_003

지난 몇 시즌 전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컬러풀한 인조 모피. 이제는 계절에 관계없이 액세서리 라인까지 넘나들며 그 영역을 확장하는 중이다. 그리고 이 뜨거운 열풍의 중심에는 런던 태생의 브랜드 쉬림프가 있다. 스물여섯 살의 디자이너 한나 웨일랜드가 첫 컬렉션을 선보인 건 불과 2년여 전. 런던 칼리지 오브 패션에서 텍스타일을 전공하던 시절 만든 열 벌의 코트를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그녀의 예상치 못한 성공기가 시작됐다. 평소 친분이 있던 배우 로라 베일리가 이를 구입해 입고 다녔고, 그 모습을 본 네타포르테가 바잉하면서 순식간에 패션계 데뷔가 이뤄진 것. 통통 튀는 키치한 감각, 런더너 특유의 짓궂고 독특한 감성을 담은 그녀의 인조 모피가 그렇게 초스피드로 전 세계 패션계의 ‘잇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인조 모피 컬렉션 이후, 그녀는 최근 한여름을 공략한 새로운 실크 캡슐 컬렉션 론칭과 곧 열릴 다음 시즌 프레젠테이션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여기 런던에서 한창 작업 중인 한나 웨일랜드와 나눈 짧은 대화를 전한다.

 

hannah weiland

hannah weiland

브랜드 이름을 쉬림프(Shrimp)라고 짓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쉬림프는 어린 시절 나의 별명이었다. 내 모습이 마치 작은 분홍색 새우 같아서 붙여진 애칭이다.
유년기는 어땠나? 당신이 만든 쉬림프 월드와 어떤 연결 고리가 있을 것 같은데. 어린 시절부터 컬러는 물론 그림 그리는 걸 참 좋아했다. 또 유독 동물을 좋아해서 애완동물도 많이 키웠다. 확실히 그런 면이 컬러풀한 인조 모피로 작업하는 데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

 

그렇다면, 인조 모피를 선택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인가? 어떻게 인조 모피 컬렉션을 시작하게 됐나? 모피 알레르기가 있기도 하지만, 단 한 번도 진짜 모피를 입어본 적이 없다. 오래전부터 프랑스 브르타뉴 스타일의 인조 모피 코트를 만들어보고 싶은 꿈이 있었는데, 품질 좋은 인조 모피 생산 공장을 알게 되면서 이를 현실로 구현할 행운을 얻은 게 기점이 됐다. 나와 내 친구들을 위해 코트를 몇 벌 만들어 팔았는데, 그중 하나를 로라 베일리가 런던 패션위크 때 입으면서 이 모든 일이 벌어졌다.
당신이 생각하는 인조 모피의 진짜 매력은 무엇인가? 얼마든지 다양한 목적을 위해 창조적인 시도를 할 수 있는 훌륭한 소재라는 것.

 

프리스프링 컬렉션의 메인 아이템인 데님 자카드 원피스.

프리스프링 컬렉션의 메인 아이템인 데님 자카드 원피스.

올봄을 위해 선보인 프리스프링 컬렉션에 대해 소개해주기 바란다. 아티스트 헨리 다거(Henry Darger)의 작품에서 영감 받았고 순결하고 천진한 감각에 대해서 생각했다. 파스텔 톤의 색과 패턴, 여러 가지 텍스처가 결합된 인조 모피 아이템뿐 아니라 플라워 패턴 데님 자카드와 비딩 장식 데님 등 여름날을 위한 독특한 데님 의상도 추가했다.

 

각각 독특한 성격과 이름을 지닌 귀여운 캐릭터 배지 컬렉션도 인상적이다. 모두 직접 그린 것들이다. 어릴 때부터 낙서하는 걸 좋아했는데 그 취미가 패션 작업으로까지 옮겨졌다. 안감과 실크 잠옷에도 이 일러스트들이 등장하는데 이제는 내 브랜드와 뗄 수 없는 크고 중요한 부분이 됐다. 무엇보다 가상의 캐릭터와 판타지 세계를 창조하는 일이 무척 즐겁다.

 

한나 웨일랜드가 뮤즈로 꼽는 그녀의 멋쟁이 할머니 나나.

한나 웨일랜드가 뮤즈로 꼽는 그녀의 멋쟁이 할머니 나나.

매 시즌 컬렉션을 구성하면서 가장 고심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컬러에 가장 초점을 맞춘다. 그런 뒤 세부적인 다른 부분으로 이동하는 식이다.
당신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뮤즈가 있다면? 인스타그램에도 자주 올리는 나의 할머니 나나. 아흔 살이 넘었지만 여전히 하이힐을 신는 멋진 여성이다.

 

곧 실크로만 구성된 캡슐 컬렉션 ‘Silkies’를 론칭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몇년 전 잠옷 브랜드 ‘포플린’과 협업해 실크 파자마를 만들었는데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었다. 그때의 작업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가해 침실이 아닌 밖에서도 입을 수 있는 실크 컬렉션을 만들고 싶었다.
어떤 의상일지 궁금하다. 봄부터 한여름까지 입을 수 있는 옷들로 고급스러운 실크 소재에 직접 그린 일러스트와 레이스를 더했다. 여름에 입기 좋은 가벼운 이브닝드레스와 점프수트, 버튼 다운 블라우스 등이 있다. 3월 중순부터 오로지 쉬림프 웹사이트(http://shrimps.co.uk)에서만 판매할 예정이니 기대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