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첼 조는 유명 스타일리스트로 이름을 알리며 자신의 패션 브랜드를 론칭했고, 키아라 페라니는 세계적인 패션 블로거에서 디자이너로 영역을 넓혔다. 한국에도 이들의 자리를 넘보며 자신만의 디자인을 선보이는 이들이 있다. SNS와 온라인을 통해 입소문을 타며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온라인 패션 마켓의 파워 인플루언서들을 소개한다.
instantfunk.kr
인스턴트펑크 김지혜
어떻게 디자인을 시작하게 됐나? 입고 싶은 옷이 있는데, 막상 찾아보면 의외로 맘에 쏙 드는 걸 찾기 힘들었다. 기본적인 아이템일수록 오히려 내 입맛에 꼭 맞는 스타일이 잘 없더라. 항상 ‘약간만 더 오버사이즈면 좋겠다, 길이가 조금만 더 길었으면 좋겠다’ 싶은 아쉬움이 있었다. 친구들이랑 이런 얘기를 하다가 ‘내가 몇 개 만들어볼까?’ 하고 진짜 몇 개 만들어본 것이 계기가 됐다. 처음엔 브랜드까지 내고 일을 크게 벌일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말이다.
인스턴트펑크는 어떤 브랜드인가? 기본적인 컨셉트는 유니섹스, 오버사이즈다. W컨셉의 제안으로 캡슐 컬렉션을 론칭했는데 남녀 모두 입을 수 있는 MA-1 재킷, 가죽 라이더 재킷을 가장 먼저 선보였다. 주로 옷장에 꼭 하나 있어야 하는 베이식하면서 스타일리시한 아이템을 소개하는데, 핏과 소재에 신경을 많이 썼다.
셀러브리티들이 착용한 모습도 심심치 않게 포착된다. 지금 내가 스타일링을 담당하는 셀럽은 고준희와 김소연인데 고맙게도 인스턴트펑크 옷을 좋아해준다.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해 다른 셀럽들이 입을 때도 있고, 그들이 먼저 협찬을 요청할 때도 있다. 여자 셀럽뿐 아니라 지코, 자이언티, 크러쉬 같은 남자 뮤지션들도 인스턴트펑크의 아이템을 잘 소화해줬다.
앞으로의 계획은? 곧 2016 S/S 룩북 촬영차 베를린에 간다. 트렌치 코트, 셔츠, 드레스 등 다양한 아이템을 준비했다. 좀 더 영하고 캐주얼한 무드의 세컨드 라인 ‘스웨트펑크’도 선보일 예정이니 기대해도 좋다.
cluedeclare.com
클루드클레어 구동현
클루드클레어에 대해 소개한다면? 베이식한 아이템에 컬러나 디테일로 포인트를 준 여성복 브랜드다. 이번이 두 번째 시즌인데, 러블리한 스타일부터 시크한 무드까지 매 시즌 20여가지 아이템을 출시하고 있다. 본업이 스타일리스트이니만큼 룩북을 통해 어느 한쪽 분위기에 치우치지 않는, 믹스 매치 스타일링 방법까지 보여주려 한다. 온라인 스토어뿐 아니라 쿤, 인터섹션 같은 오프라인 편집매장에서도 클루드클레어를 만날 수 있다.
박형식, 임시완, 이현우, 육성재 같은 핫한 남자 셀럽의 스타일링을 담당한다. 그런데 왜 여성복 브랜드일까? 평범한 남자들이 평소에 입고 다니는 옷은 스타일이나 아이템이 상당히 한정적이다. 그에 비해 여성복은 훨씬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지 않나. 남자인 내가 만든 옷을 여성 고객들이 입고 만족하면, 마치 내가 특별한 능력을 가진 것처럼 느껴져 신기하고 기분이 좋다.
브랜드를 론칭한 계기는?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기 때문에 내 브랜드를 내고 싶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다. 스타일리스트로 일하면서 많은 옷을 보고, 잘되는 브랜드를 가까이에서 접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막연히 생각뿐이었는데, 일하면서 점점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틀이 정리가 되더라.
스타일리스트와 디자이너는 비슷하지만 다른 영역 아닌가? 스타일링은 연예인이나 클라이언트의 만족을 얻는 일이지만, 디자인은 불특정 다수인 대중에게 평가받는 일인 듯하다. 그래서 옷이 팔릴 때의 기분은 스타일링한 결과물이 나올 때와는 또 다르다. 당연히 좋아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고, 지금까지 과신했던 부분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원단, 부자재, 생산까지 모두 내가 컨트롤하다 보니 마치 자식 같은 기분이 든다.
maree-shop.com
마레미니어처 전진오
아동복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사실 성인복은 이미 포화 상태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틈새시장을 노린 거다. 안 어울린다고 하는 분들도 있지만, 평소에 아이들을 무척 좋아한다. 곧 태어날 조카에게도 입히고 싶고.
마레미니어처는? 세련되지만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유니섹스 브랜드다. 마치 마가렛 호웰처럼. 베이식한 아이템이지만 실루엣이나 밸런스가 멋스러워서 자꾸 손이 가는 옷 말이다. 여자를 볼 때도 샤랄라한 스타일보다 청바지에 후드 티 입는 스타일을 더 좋아한다. 마레미니어처는 화려하게 꾸미는 스타일을 선호하지 않는 내 취향을 완벽히 반영했다고 할 수 있다.
스타일리스트와 디자이너, 두 가지 일을 병행하기 힘들지는 않은지? FT아일랜드, 안재현, 에릭남, 신성록 등의 스타일링을 맡고 있는데, 본업에도 충실해야 하고 새로운 사업도 운영해야 하니 바쁘기는 하지만 재미있다. 만약 마레미니어처가 아주 잘되면 직업이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웃음)
아동복은 조금 생소한 장르 아닌가? 어른들은 불편해도 예쁘면 참고 입는데, 아이들은 안 그렇다. 예쁜 것은 기본이고, 활동성에 편안함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아기 엄마인 친구들에게 민폐를 좀 끼쳤다. 아이에게 입혀보게 하고, 이것저것 물어보고, 피드백도 받았다.
반응이 좋다고 들었다. 주변에서 많이 도와줬다. 지인들이 SNS에 홍보도 많이 해줬고, 친구 덕에 추사랑 같은 꼬마 셀럽에게도 우리 옷을 입힐 수 있었다. 첫 시즌에 5개 아이템으로 시작했는데, 자신감을 얻어 S/S 시즌엔 15가지 정도로 늘렸다. 어라운드더코너, 위즈위드에도 입점했고 해외에서도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도 진행해볼 생각이다.
letoile.co.kr
레뚜알 박문정
레뚜알의 컨셉트는? ‘L*toile’은 별을 뜻하는 프랑스어다. 레뚜알의 모든 주얼리 디자인은 밤하늘의 별과 그 반짝임을 형상화했다. 하나의 주제로 풀어나갔기 때문에 제품이 서로 잘 어우러진다. 그래서 다양한 레이어링도 시도할 수 있다.
주얼리 제작을 시작한 계기는? 스타일링할 때 주얼리로 포인트 주는 것을 좋아한다. 평소에 목걸이나 귀고리를 잘 하고 다녔는데, 주위에서 내가 착용한 주얼리에 대해 많이 궁금해했다. 그러던 중 내가 원하는 디자인의 주얼리를 직접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스케치를 시작했다. 대학 때 공예를 전공하기도 했고.
유명 패션 블로거지만, 직접 제품을 디자인하고 생산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상상만으로 그려낸 디자인을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기까지 꽤 여러 번 수정 작업을 거쳤다. 모든 것이 고민과 선택의 연속이었지만, 희망 사항과 현실을 조율해나가며 지금의 레뚜알 주얼리를 완성했다.
레뚜알 주얼리가 인기를 끌게 된 비결이 궁금하다. 시중에는 유명 브랜드를 카피한 주얼리가 넘쳐난다. 그 사이에서 레뚜알만의 정체성과 유니크함이 돋보인 듯하다. 워낙 별 모티프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다 보니 더 친밀하게 다가간 것 같기도 하고. 지나치게 과감하지도 화려하지도 않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착용할 수 있어 사랑받는 게 아닐까?
galondeblanc.com
갈롱드블랑 하현경
갈롱드블랑을 소개한다면? 기본적으로 유니크한 페미니티를 추구하고 트렌디한 스타일을 선보이려고 노력한다. 갈롱드블랑의 옷을 입으면 자신감이 생기고 드레스업한 느낌이 들도록 희소성 있는 아이템을 제작하고 있다.
직접 옷을 만들게 된 이유는?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내가 입고 싶은 옷을 만들게 됐다. 첫아이를 가졌을 때 육아 정보를 공유하고 싶어 블로그를 시작했는데, 블로그에서 취향이 같은 이웃이 많이 생겼다. 이웃들을 대상으로 공동구매를 진행했는데, 점차 내가 만든 옷을 좋아하는 마니아층이 생기더라. 좀 더 체계적이고 책임감 있게 제작하고자 갈롱드블랑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어려움은 없었는지? ‘맨땅에 헤딩’ 하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머릿속에 상상한 옷이 똑같이 나올 줄 알았는데, 처음 나온 샘플을 보고 크게 실망했었다. 원하는 소재를 찾으러 며칠씩 원단 시장을 찾아다니기도 하고, 모든 과정을 혼자서 하다 보니 시행착오가 많았다. 하지만 그 경험을 통해 많이 배우고 느꼈다.
두터운 마니아층을 가지게 된 비결은?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에서 보고 찾아오는 고객이 많은 편이다. 워낙 갈롱드블랑만의 색깔이 뚜렷하고 추구하는 컨셉트가 명확하다 보니 그게 옷에 잘 표현이 된 것 같다. 자기 색깔이 분명하고 남다른 멋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 여성들이 좋아해주는 것 같다.
bymonthly.com
바이먼슬리 김민아
브랜드 컨셉트가 독특하다. 바이먼슬리는 매달, 그달에 꼭 필요한 아이템을 제작, 셀렉해 파는 컨셉트 스토어다. 그래서 고르고 골라 그달의 무드에 꼭 어울리는 아이템만을 선보인다. 하나를 사더라도 제대로 된 제품을 사자는 주의라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만을 판매한다. 우리 제품은 대부분 에센셜하면서 트렌디한데, 트렌치코트처럼 누구나 봄이 되면 입고 싶어 하는 에센셜 아이템을 트렌디하게 디자인해 풀어내는 식이다.
브랜드를 론칭한 계기가 있나? 단순하게는 내가 입을 옷을 내가 만들고 싶었다. 취향이 독특한 편이 아닌데 그래서 더 마음에 드는 옷을 찾기가 힘들었다.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분명히 있으리라는 확신이 있어 사업성을 보고 시작했다.
블로그도 인기가 많다. 보통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제작 상품을 판매하는데, 나는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블로그를 시작했다. 아이템의 다양한 활용도를 보여 주려고 시작했는데, 지금은 옷 이야기뿐 아니라 일상을 나누면서 위로도 받고 기쁨도 얻는다. 고객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수단이면서 개인적으로도 매우 아끼는 공간이다.
바이먼슬리만의 매력은? 고객들이 ‘바이먼슬리를 입으면 너무 차려입은 티가 나지 않으면서도 은근한 멋이 느껴져서 좋다’는 후기를 많이 남긴다. 그것이 바이먼 슬리만의 매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