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지 하디드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Tommy × Gigi’ 캡슐 컬렉션을 향한 대중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지난 시즌에 이어 타미 힐피거의 뮤즈로 등극한 지지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1990년대를 텍스트로 한 스포티 스트리트 룩을 테마로 캡슐 컬렉션을 선보였다. 그녀와 디자이너 타미 힐피거가 입을 모아 말하는 ‘클래식 아메리칸 헤리티지’를 강조하는 데에 90년대는 매우 효과적인 매개체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봄 러키 블루 스미스와 헤일리 볼드윈을 모델로 촬영한 타미 힐피거 진 캠페인에서 선보인 빈티지한 데님 재킷이며 로고 장식 크롭트 톱은 출시되자마자 불티나게 팔려나갔으니까.

“1990년대는 광기 어린 시대였어요. 그래서 더 아름답죠.” 90년대 유스컬처를 핫한 트렌드로 부활시키는 데 일조한 디자이너 고샤 루브친스키가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올가을에도 그가 이토록 찬양(!)하는 90년대 쿨키즈 룩이 어김없이 눈에 띈다. 흥미로운 변화는 펑크와 그런지, 미니멀리즘으로 국한되던 90년대 룩이 좀 더 실용적인 스포티즘으로 전향했다는 점.

 

그 때문일까? 올가을 유독 스포츠 브랜드들이 1990년대로의 회귀를 표방하며 이미지 쇄신에 나서고 있다. 최근 브랜드의 전성기이던 90년대를 향한 노스탤지어를 강하게 드러내는 캘빈 클라인. 그 수장이 된 라프 시몬스가 F/W 시즌 아디다스와 콜라보레이션해 선보인 컬렉션의 테마 역시 ‘레트로 스포티즘’이다. 복고적인 컬러를 입은 가죽 벨크로 스트랩 장식 스탠스미스며 하이톱 매트릭스 스피릿이 어찌나 쿨해 보이는지!

이뿐만이 아니다. 한동안 패피들에게 퇴물 취급을 당한 설움을 벗어던진 휠라, 리복, 푸마의 반전 키워드 역시 90년대다. 이들은 한때 촌스럽게 여겨지던 ‘로고 플레이’ 스웨트셔츠와 크롭트 톱을 앞세워 젊은 세대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휠라는 지난 S/S 시즌 제이슨 우와 함께 기획한 콜라보레이션 라인을 성공적으로 론칭한 것을 기점으로 올해 선보인 휠라 오리지날레 블랙 라인으로 트렌디한 이미지를 굳혔으며, 리복은 클래식 스니커즈가 대히트를 친 후 2016F/W 시즌 노엘 갤러거의 딸이자 핫한 10대 모델 아나이스 갤러거를 뮤즈로 발탁해 젊고 신선한 이미지를 굳히는 데 성공했다.

 

푸마는 또 어떤가! 2016 F/W 시즌, 리한나와 합작한 데뷔 컬렉션 ‘펜티 푸마 바이 리한나(Fenty Puma by Rihanna)’의 등장에 대중은 열광했다. 이 영민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90년대 일본 스트리트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힙스터들의 욕구를 제대로 자극했다. 특히 그레이 인조 퍼 슬라이드는 온라인에 뜨자마자 30분도 채 안 돼 품절 사태를 빚었을 정도.

 

스포츠 브랜드뿐 아니라 2016 F/W 시즌 디자이너들의 캣워크에서도 90년대 스트리트 룩이 심심찮게 포착됐다. 퍼블릭 스쿨의 디자이너 듀오 다오이 초와 맥스웰 오스본은 DKNY의 수장을 겸임한 이후에도 여전히 90년대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크롭트 톱이며 오버사이즈 다운 재킷, 슬립 드레스, 데님의 하모니는 뼛속까지 ‘쿨 키드’인 디자이너들의 DNA를 위트 있게 입증했다. 90년대에 유행한 힙합 문화를 힙하게 재해석한 알렉산더 왕, 고유의 에스닉 룩에 90년대 그런지 무드를 조합해낸 에트로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한 끗 차이로 촌스러워지기 쉬운 90년대 룩을 힙하게 연출하고 싶다면 패피들의 스트리트 룩을 참고하면 된다. 특히 켄달 제너와 지지 하디드는 한 매체에서 평소 입는 오프 듀티 룩(Off-duty Look)이 전부 90년대 스타일이라고 밝혔을 정도로 크롭트 톱과 스포티 브라톱, 데님, 초커 등을 감각적으로 믹스 매치한다. 포인트는 과하게 펑키하거나 그런지한 무드로 흘러가지 않게 중심을 잡는 것. 전체적인 색감을 모노톤으로 통일하는 것도 좋다. “2016년에 ‘쿨하다’는 정의는 90년대와 긴밀히 연관되어 있어요. 아이러니하지만 재미있죠.” 다오이 초와 맥스웰 오스본 듀오의 말처럼 쿨해지고 싶다면 1990년대에 집중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