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소장가치를 지닌 컬렉터스 워치
되팔 목적으로 웨딩 워치를 구매하는 사람은 없지만, 훗날 특별한 가치를 지니게 될 모델을 웨딩 워치로 갖고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시계 경매에서 역대 최고의 해머 프라이스를 연일 경신해온 파텍 필립은 ‘컬렉터스 워치의 왕’으로 불리는 브랜드다. 파텍 필립 도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시계를 그러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걸 잘 안다는 듯, ‘세대(Generation)’라는 주제의 캠페인을 오랜 세월 이어왔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등장하거나 어머니와 딸이 함께 등장하는 이 광고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파텍 필립의 시계는 대를 물려주는 관점에서 구입하라’는 점. 대를 물릴 아이를 낳기 위해서는 결혼이 필수 요소나 다름없기 때문에 파텍 필립 같은 브랜드의 컬렉터스 워치는 훌륭한 웨딩 워치로 인식되고 있다.
파텍 필립에서 미래에 가치가 높아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모델을 고른다면 그랑 컴플리케이션 컬렉션에서 선택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남성용 미니트 리피터 5078R 모델은 언뜻 보기에 단순한 타임 온리 기능의 시계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불투명한 다이얼 너머로 투르비용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으며, 투르비용보다도 제작하기 어려운 미니트 리피터까지 결합한 하이 컴플리케이션 모델이다. 투르비용 워치는 심미적인 이유로 오픈 워크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파텍 필립에서는 강한 햇살에 노출됐을 때 윤활유가 마르는 것을 방지하고자 꽁꽁 숨겨두고 있다. 케이스 옆면 9시 방향에 자리 잡은 슬라이드로 작동하는 미니트 리피터는 2개의 공을 울려 세 가지 소리로 시간을 알린다. 여성용 모델인 미니트 리피터 7000R 또한 미니트 리피터 기능을 가진 모델로서 현재 파텍 필립이 일반적으로 판매하는 여성 시계 중 가장 복잡하다.
랑에 운트 죄네는 독일 작센 주 특유의 메커니즘을 갖고 있으며, 생산량이 적어 전 모델이 희소성을 지녔다. 비대칭적 레귤레이터 다이얼과 디지털 빅 데이트 창이 인상적인 랑에 1은 브랜드를 대표하는 컬렉션인데, 남성용 그랑 랑에 1 문페이즈는 랑에 1에 비해 커진 41mm의 케이스와 메인 다이얼 내부에 적용한 문페이즈가 돋보이는 모델이다. 여성용 컬렉션인 리틀 랑에 1은 지름이 36mm에 이르는 케이스에 자개 다이얼과 컬러풀한 스트랩이 더해져 인상적이다.
하이엔드 컴플리케이션 워치
몇 해 전부터 바젤월드와 SIHH에서 새로 발표하는 최신 모델의 여성용 시계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중요한 추세가 작용했다. 첫째는 기계식 시계의 마지막 블루 오션이 여성 고객이라는 점, 둘째는 시계 시장이 성숙하면서 여성들의 관심이 높아진 점이다. 기계식 시계는 아주 오랜 세월 남성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많은 남성이 사회인으로 첫발을 내디디는 시기나 결혼하는 시기에 맞춰 그동안 꿈꿔온 고급 기계식 시계를 장만했다. 하지만 여성은 예외였다. 시계보다는 고가의 가방이나 주얼리를 선호했으며, 기계식 시계보다 사용 방법이 간편한 쿼츠 모델을 선호했다. 하지만 자동차 시장이 성장하면서 레이싱이나 오프로드 모델에 관심을 보이는 여성이 늘어난 것처럼, 기계식 시계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기는 여성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하이엔드 워치메이커를 중심으로 감지된다. 이는 엔트리급이나 미들 레인지 브랜드에 비해 하이엔드 워치 메이커의 무브먼트 가공 능력이 월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이엔드 메이커는 말 그대로 ‘극도의 고급스러움’을 추구하기 때문에 엔트리급 브랜드처럼 공작 기계로 단순하게 마무리하는 선에서 무브먼트 가공을 마치는 것이 아니라, 부품 하나하나를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장인의 섬세한 손길로 공예적 관점에서 다듬는다. 그리고 보다 복잡한 무브먼트 구조를 지닌 컴플리케이션 워치 분야에서 기계적 아름다움은 극대화된다. 이 때문에 하이엔드 워치 메이커가 만드는 컴플리케이션 워치에 관심을 갖는 여성이 늘어나고 덩달아 웨딩 워치 수요까지 증가했다.
이 트렌드를 주도한 브랜드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이 브레게다. 이전까지 하이엔드 메이커의 여성용 모델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었다. 전통적인 라운드형 케이스에 남성용 모델처럼 컴플리케이션 기능을 탑재한 것, 예술적이고 아방가르드한 디자인의 주얼리 케이스에 쿼츠 무브먼트를 탑재한 것으로 말이다. 하지만 브레게의 레인 드 네이플은 예술적인 타원형 케이스에 독특한 구형 러그, 공예적인 요소, 전통적인 하이엔드 워치 메이커의 인하우스 칼리버를 모두 결합해 단순히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고급 시계에 관심을 갖게 된 여성과 기계식 시계가 가진 가치에 집중하는 마니아적인 수요를 동시에 충족시켰다. 게다가 투르비용 메커니즘을 최초로 개발한 사람이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이니만큼 남성용 모델로는 클래식 컴플리케이션 컬렉션의 Ref. 3355 같은 모델까지 만날 수 있다.
블랑팡은 여성용 하이 컴플리케이션 워치를 만드는 소수의 브랜드 중 하나다. 투르비용과 디지털 방식의 빅 데이트 창을 더한 우먼 투르비용 라지 데이트 모델은 다이얼의 다이아몬드 세팅까지 블랑팡이 직접 개발한 레일 세팅(레일을 연상시키는 라인형 구멍 뒤편에서 다이아몬드를 세팅해 앞면에서 군더더기 없이 다이아몬드가 보이는 방식) 기법으로 구현해 주목을 받았다. 브레게의 특기가 투르비용이라면, 블랑팡은 카루셀(투르비용에 서 발전시켜 보다 높은 안정성을 추구한 중력 상쇄 기능을 지닌 장치) 분야의 스페셜리스트인데, 르 브라쉬스 원-미닛 플라잉 카루셀은 그 기술력을 온전히 녹인 대표 모델이다. 이 외에도 하이엔드급 여성용 컴플리케이션 워치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온 메이커로 파텍 필립, 바쉐론 콘스탄틴, 반클리프 아펠, 피아제, 예거 르쿨트르, 까르띠에 등이 있다.
페미닌한 여성 주얼리 워치와 남성미를 과시하는 스포츠 워치의 결합
시계를 고를 때 여성은 대부분 여성미를 극대화한 주얼리 워치에 큰 매력을 느끼고, 남성의 대다수는 볼드한 디자인의 스포츠 워치를 소장하고 싶어 한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동일 브랜드의 동일 컬렉션을 착용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가치관을 깨고, 브랜드만 같을 뿐 완전히 디자인이 다른 시계를 웨딩 워치로 나누어 차는 커플이 늘어나는 추세다. 불가리의 옥토 컬렉션은 역사상 최고의 시계 디자이너로 꼽히는 제랄드 젠타의 유작으로, 특유의 기하학적인 케이스와 남성적인 느낌이 공존하는 시계다. 옥토 벨로치시모는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인 마세라티와 협업한 모델의 베이스가 됐을 만큼 레이싱 스포츠의 요소가 강한 크로노그래프 워치다. 디바스 드림은 불가리가 창립 1백30주년을 기념해 디바 컬렉션을 재해석한 하이 주얼리 컬렉션이다. 쿼츠 무브먼트로 구동하며 케이스를 감싸는 주얼리 장식은 216년 로마의 카라칼라 대욕장 모자이크 장식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마초적인 시계일지 모르는 오데마 피게의 로열 오크 컨셉은 제랄드 젠타 생애 최고의 역작으로 꼽히는 로열 오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컬렉션이다. 오데마 피게 매뉴팩처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하이 컴플리케이션 모델만을 선보이는 로열 오크 컨셉 컬렉션의 슈퍼소네리 모델은 2006년부터 스위스의 명문 로잔 공대와 협업해 개발한 사운드 메커니즘을 적용한 미니트 리피터 모델이다. 그 결과 종전의 미니트 리피터 워치와 완전히 다른 기능으로 보아도 좋을 만큼 크고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여성을 위한 하이 주얼리 워치 컬렉션 다이아몬드 퓨리는 오데마 피게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여성의 이미지를 잘 표현하고 있다. 덮개를 덮으면 팔찌로 보이는 이 시계는 쿼츠 무브먼트를 적용했으며, 총 1천5백 시간 동안 4천6백35개의 다이아몬드를 화이트 골드 브레이슬릿과 시계 전체에 세팅했다.
까르띠에 최초의 매뉴팩처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를 탑재해 만든 칼리브 드 까르띠에 크로노그래프 워치는 큼지막한 크라운과 푸시 버튼, 과장된 크라운 가드와 두툼한 러그가 근육질의 남성을 연상시킨다. 좌우 배열의 투 카운터와 6시 방향의 날짜창, 바 인덱스와 로마숫자 인덱스를 결합한 다이얼 디자인이 특징적이다. 입노즈는 까르띠에의 여성 하이주얼리 워치 컬렉션으로 가녀린 실루엣을 갖고 있으면서도 귀족적인 존재감을 표현한다. 다이아몬드를 세팅하고 굵기에 변화를 준 오벌형 트리플 베젤이 신부의 티아라를 연상시키며, 로마숫자 인덱스와 기요셰 패턴을 적용한 다이얼은 고전미를 풍긴다. 파텍 필립, 바쉐론 콘스탄틴, 피아제, 블랑팡, 쇼파드 역시 남성적인 스포츠 워치 컬렉션과 쿼츠 무브먼트를 탑재한 여성 주얼리 워치 컬렉션을 동시에 전개하는 브랜드들이다.
전천후 일상용 커플 워치
시계 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들었다 해도 여전히 생애 첫 고급 시계를 구매하는 시점은 대부분 결혼을 앞둔 때다. 그래서 처음 시계를 구입하는 신랑 신부는 기능과 내구성, 디자인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매일 착용할 수 있는 전천후 일상용 시계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오메가는 일상용 고급 시계 브랜드 중 최상위권의 인지도를 자랑한다. 특히 라운드형 케이스, 폴리싱 베젤, 3열 브레이슬릿 등 스위스 시계의 전형을 보여주는 씨마스터 아쿠아 테라는 완성도 높은 디자인과 견고한 내구성 덕택에 많은 이들이 드림 워치로 꼽는다. 해양용 시계로 개발된 만큼 만족스러운 방수 기능을 지녔으며, 스위스 고급 워치의 표준이 될 만한 품질을 보여준다.
태그호이어의 까레라는 브랜드를 상징하는 컬렉션이니만큼 방대한 레퍼런스를 갖고 있다. 그중에서도 까레라 칼리버 호이어 01 모델은 브랜드 최초의 인하우스 무브먼트인 칼리버 1887을 탑재한 모델로 오픈워크 다이얼이 기계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까레라 레이디 칼리버 9 오토매틱 28mm 모델은 케이스 지름이 28mm밖에 되지 않는데도 기계식 무브먼트를 탑재해 가치를 높였다.
스위스 워치 브랜드 중 일곱 번째로 오랜 역사를 지닌 보메 메르시에의 플래그십 컬렉션인 클립튼은 짝수 시간대의 아라비아숫자 인덱스와 홀수 시간을 나타내는 바 인덱스를 결합한 다이얼 디자인, 정면과 측면 사이를 부드럽게 나누는 폴리싱 경사면 케이스, 만족스러운 착용감을 제공하는 7열 브레이슬릿이 특징이다. 남성용 클립튼 크로노그래프 컴플리트 캘린더 모델은 날짜에 관한 모든 정보와 문페이즈 기능을 담아냈으며, 여성용 클립튼 스틸 오토매틱은 실버 선레이 다이얼 위에 얹은 골드 컬러 아플리케 인덱스와 핸즈가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롤렉스, 까르띠에, 그랜드 세이코, 몽블랑, 오리스, 티파니, 라도, 해밀턴, 미도, 티쏘 등이 일상용 고급 시계 분야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