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워킹걸(Working Girl)>의 여주인공 멜라니 그리피스가 입은 어깨 라인이 각진 수트부터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즐겨 입던 봉긋한 퍼프볼 블라우스, 왕년의 핀업 걸 제리 홀의 섹시한 드레스까지, 1980년대의 아이코닉한 숄더 패드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커다란 어깨 라인을 두고 ‘파워 드레싱(Power Dressing)’이라 표현한 사람이 있을 만큼 2017 S/S 시즌 디자이너들이 구현한 실루엣은 꽤 강렬하다. 발렌시아가는 지난 시즌에 이어 과감하게 각진 (‘어깨 깡패’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을 만큼!) 어깨선을 부각시킨 테일러드 재킷과 오버사이즈 코트를 무지갯빛으로 선보여 힙스터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으며, 질샌더의 다양한 파워 숄더 아이템은 미니멀리즘을 등에 업은 구조적인 실루엣으로 호평을 받았다.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패션을 상징하는 한 요소인 퍼프볼을 개성 있게 변주한 디자이너들 역시 눈에 띄었다. 특유의 로맨티시즘을 쿠튀르풍으로 풀어낸 구찌 룩의 중심에는 겹겹의 러플과 팝콘처럼 부푼 벌룬 소매가 자리했고, 풍성한 퍼프소매와 잘록하게 조인 허리 라인을 극명하게 대비시킨 스텔라 매카트니의 원피스는 단번에 에디터의 위시리스트에 오를 만큼 예뻤다. 아방가르드한 실루엣으로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 자크뮈스는 또 어떤가. 지난 시즌에 이어 과감한 어깨 라인에 초점을 맞췄다는 이 천재 디자이너는 구조적인 라인 하나로 드라마틱한 컬렉션을 창조하는 데 성공했다.
제리 홀의 관능미를 현대적으로 구현한 숄더 라인을 원한다면 생 로랑에 그 해답이 있다. 이브 생 로랑의 아카이브에서 1980년대 글램한 요소만 고르고 골라 컬렉션을 구상한 안토니 바카렐로는 한쪽 어깨만 뾰족하게 올린 비대칭 실루엣을 연출한 미니드레스와 가죽, 오간자 등 다양한 소재로 벌룬 소매를 만들어낸 상의를 앞세워 성공적인 데뷔를 알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터뷰 자리에서 대놓고 제리 홀을 오마주했다고 밝힌 겐조의 클러버 룩에도 풍선처럼 부푼 러플 소매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파워 숄더가 처음이라면, 직각으로 각진 어깨 라인보다 귀엽게 봉긋 솟은 퍼프볼 소매에 도전해보세요. 아이템 자체가 여성스러우니 스니커즈나 슬라이드를 매치하면 쿨한 룩을 연출할 수 있을 거예요.” 유명 스타일리스트 조셉 카셀(Joseph Cassell)의 조언처럼 특유의 사랑스러운 느낌이 부담스럽다면 와이드 팬츠, 진 등 매니시한 아이템을 함께 입어 분위기를 중화하는 것이 좋겠다. 요는, 이토록 트렌디한 아이템이니 망설이지 말고 과감히 도전해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