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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수영장에서만 은밀히(!) 입던 기능성 수영복을 입고 거리를 돌아다니다니. “유명 브랜드의 로고가 박힌 스포츠 브라와 브리프를 의도적으로 노출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요. 수영복도 다양한 방법(multifunction)으로 연출할 수 있어야 하죠.” 꾸레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듀오의 말처럼 수영복도 란제리처럼 하이패션으로 승화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지난 2016 F/W 겐조 쇼에 등장한 레이스 원피스 수영복과 사이하이 부츠, 그래픽 팬츠의 하모니는 스윔티메이트 트렌드의 화려한 시작을 알렸고, 올여름 3.1 필립 림은 ‘스윔티메이트’를 대놓고 키워드로 내세웠다. “빅토리안풍 플로럴 프린트와 1990년대 스포티한 실루엣으로 대변되는 캘리포니아 걸을 표현하기 위해 수영복만 한 오브제가 없었어요.” 디자이너의 의도는 적중했다. 헤일리 볼드윈, 켄달 제너 등 내로라하는 힙스터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으니까. 캘리포니아 쿨 키즈를 대변할 애슬레저 룩을 다채롭게 변주한 알렉산더 왕 역시 래시가드, 보드 쇼츠, 스포츠 비키니 브라톱을 메인으로 위트 넘치는 룩을 선보였다. 이 밖에 1990년대 스포티 무드와 로큰롤 무드를 감각적으로 버무리기 위한 매개체로 수영복을 활용한 타미 힐피거, 현란한 색채와 저지 소재로 1960년대 이탤리언 젯셋 룩을 구현한 에밀리오 푸치의 쇼도 꽤 흥미롭다.

수영복을 스트리트 룩으로 자연스레 연출하고 싶다면, 켄달 제너와 지지 하디드의 파파라치 컷을 참고하길. LA 특유의 싱그러운 분위기가 가득한 그녀들의 시그니처 아이템을 언급할 때 가장 먼저 꼽는 것이 바로 스포츠 브라와 크롭트 톱이니까. (특히 레이스업 디테일 원피스 수영복에 마이크로 미니 쇼츠를 입고 롱 베스트를 걸친 지지 하디드의 룩은 레전드로 꼽힌다!) “쿨하면서도 섹시하죠. 노출이 두렵다면 래시가드나 스판덱스 소재의 집업 톱을 활용해도 좋아요.” 스타일리스트 리스 클라크의 말처럼 1퍼센트의 용기만 더 하면 스윔티메이트 룩은 충분히 실용적일 수 있다. 물론 ‘혹독한 다이어트’란 전제 조건이 붙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