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REMY SCOTT

걸을 때마다 부드럽게 나부끼는 깃털을 보면 마를렌 디트리히의 고혹적인 모습이나 페스티벌 걸들의 원색적인 코스튬 룩이 막연히 떠오른다. 이처럼 고루한 이미지를 지닌 깃털이 2017 F/W 시즌 디자이너들이 힙하게 변주한 룩을 앞세워 반전의 2막을 열었다.

관전 포인트는 고급스러우면서도 생경한 깃털 특유의 텍스처를 역이용해 신선한 분위기를 연출한 룩들. 발렌시아가, 오주르 르주르, 프라다, 캘빈 클라인 등 대중이 열광하는 레이블은 저마다 깃털 특유의 이국적 이미지를 앞세워 젊고 생동감 넘치는 룩을 대거 선보였다. 특히 미우치아 프라다는 지난 시즌부터 깃털의 역동적인 움직임에 집중 했는데, 이번 시즌엔 다채로운 컬러를 입힌 비즈와 풍성한 깃털, 매 끈한 실크 등 성격이 다른 소재를 한데 섞어 위트 있는 룩을 완성했다 (그녀의 장기인 ‘맥시멀리즘’이 다시금 빛난 순간이었다). 라프 시몬스의 캘빈 클라인 데뷔작은 또 어떤가. 패션 피플의 이목이 집중된 캘빈 클라인 런웨이에 등장한 원피스는 PVC 소재와 곱게 염색된 깃털 엠브로이더리가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선사했다. 이 밖에 줄리드 리브랑의 자유로운 정신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키는 매개체로 깃털을 활용한 소니아 리키엘, 브랜드의 전설적인 아카이브 룩을 풍성한 깃털 드레스로 재현한 발렌시아가, 깃털에 현란한 색을 입힌 스톨과 코트로 개성 있는 쇼 룩을 완성한 오주르 르주르, 제레미 스캇도 눈여겨볼 만하다.

“쿠튀르의 한 요소로 여기는 깃털을 스트리트풍으로 변주한 룩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죠.” 제레미 스캇의 스타일리스트로 유명한 칼린 세르프 드 듀드질레의 말처럼 디자이너들이 대중화한 깃털의 다운그레이드를 만끽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