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RTUAL REALITY

지난 시즌 ‘증강현실 쇼’를 선보였던 스튜디오 케이는 이번 시즌 더욱 과감한 선택을 했다. 고전적인 컬렉션 방식을 버리고 공간과 시간의 제약에서 완전히 벗어난 홀로그램 쇼를 선보인 것. 모델들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검은 바닥 대신 피라미드 형태의 가상구조 안을 걸었고, 0.1초 만에 관객을 스쳐 지나가는 대신 제자리걸음하며 오랜 시간 화면에 머물렀다. 이번 가상현실(VR) 쇼의 가장 큰 수확은 그동안 프레스와 바이어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컬렉션 현장이 대중에게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는 점. “홀로그램 패션쇼를 통해 스마트 패션의 미래상이 보여지길 바란다”고 밝힌 홍혜진 디자이너의 새로운 패션 세계를 기대할 이유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OLD & YOUNG

키미제이와 티백의 런웨이에 유난히 많은 플래시 세례가 쏟아진 이유는? 바로 이들, 최고령 모델과 최연소 모델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키미제이 쇼의 오프닝을 맡은 캐주얼한 옷차림의 할아버지 모델, 그래픽 패턴의 원피스로 드레스업 한 할머니 모델 그리고 티백 쇼에 등장한 의연한 표정의 어린이 모델까지. 톱 모델 못지않은 존재감으로 런웨이를 장악한 이들의 ‘모델 포스’를 감상해보길.

 

 

PAY ATTENTION!

역대 서울패션위크 중 이보다 더 파격적인 퍼포먼스가 있었을까? 참스는 새 시즌 메인 패턴인 레오퍼드를 강조하기 위해 이색적인 호랑이 탈 퍼포먼스를 기획했다. 결과는? 국내외 프레스의 관심을 끄는 건 물론, ‘레오퍼드=참스’라는 새로운 공식을 각인시키기까지 했으니 대성공인 셈!

 

 

DO YOU KNOW HANBOK?

이번 시즌 헤라 서울패션위크의 서막을 연 것은 다름 아닌 한복 패션쇼. 한국인 최초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초청을 받아 패션쇼를 진행했던 김혜순 명인의 한복으로 채워진 쇼는 간결하면서도 인상적이었다.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모델이 등장한 점 역시 눈여겨볼 만했는데, 이는 한복이 한국의 전통 의상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세계인 누구나 입을 수 있는 포용력 있는 옷이라는 디자이너의 철학에서 비롯된 기획이었다. 해외 프레스의 찬사를 받은 한복 오프닝 쇼는 서울이 어엿한 주요 패션 도시가 되었음을 자축하기에도 적절했다.

 

 

DANCING WITH THE SHOW

디앤티도트 쇼의 후반부, 갑작스러운 암전에 관객이 일제히 술렁였다. 짧은 정적 후 등장한 4명의 댄서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을 때 추억의 명곡(?) 현진영의 ‘흐린 기억 속의 그대’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고, 음악에 맞춰 춤추는 이들 사이로 등장한 모델들은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며 피날레를 이어갔다. SJYP 역시 대세 댄서 리아킴의 춤을 선보이며 프레젠테이션에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브랜드의 청량한 컬렉션 피스와 그녀의 시원시원한 안무가 어찌나 잘 어울리던지 현장에 있던 이들 모두 음악이 끝날 때까지 눈을 떼지 못할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