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세라피나 사마가 만드는 이사 아르펜의 옷들은 매 시즌 현란한 컬러와 독특한 디자인으로 화제가 된다. 2016년 리조트 시즌 푸크시아 핑크, 토마토 레드, 그린을 조합한 룩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데 이어 올겨울엔 1980년대 하이틴 스타 몰리 링월드의 스타일에서 영감 받은 ‘바우와우’ 톱이 인기를 끌었다. 배우 다코타 존슨부터 인플루언서 브리트니 자비에까지 많은 패션 피플이 바우와우 톱을 입은 사진이 SNS를 뜨겁게 달궜으니까. 이탈리아의 한적한 도시 라벤나에서 태어나 건축학을 공부하기 위해 런던으로 간 후 센트럴 세인트 마틴 스쿨에서 패션 코스를 이수한 세라피나 사마는 끌로에, 아크네 스튜디오 등 다수의 브랜드에서 경력을 쌓았고, 2012년 자신의 레이블을 론칭했다.

새로운 리조트 컬렉션은 당신의 고향 라벤나에서 보낸 홀리데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들었다. 내 고향 라벤나는 너무도 아름다운 도시다. 바닷가의 이 한적한 도시엔 온통 사랑스러운 모자이크 패턴으로 장식한 교회들이 있다.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면 1980년대 후반 마을의 여인들이 모두 비슷한 패턴으로 옷을 입은 장면이 그려진다.

아! 당신의 어머니와 이모를 제외하고 말하는 것인가? 물론 그렇다. 특히 두 명의 이모가 모두 포크풍의 코스튬에 심취해 있었다. 빈티지한 텍스타일과 독특한 오버사이즈 주얼리 같은 것들. 귀여운 프린트가 그려진 빈티지 핸드백들도 기억난다. 내가 어릴 때 생일 선물로 바비 인형을 사달라고 했는데, 이모가 대신 빈티지 백을 줬을 정도다. 당시 내가 엄청 실망하자 이모가 이렇게 말했다. “날 믿어. 언젠가는 내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을 테니까.”

어릴 때부터 패션 분야에서 일하고 싶었나? 본능적으로 느꼈던 것 같다. 다양한 옷을 입은 소녀들을 스케치하는 것이 가장 좋았으니까. 머리를 만지는 것도 좋아해서 헤어 스타일리스트가 되고 싶기도 했다. 아! 플로리스트도 멋져 보였다.

어떻게 패션계에서 본격적으로 커리어를 쌓게 됐나? 런던에 건축학을 전공하러 왔는데 곧바로 내게 맞지 않는 옷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 스쿨로 옮겨 커리어를 쌓기 시작했다. 졸업 후 2년간 끌로에에서 파올로 멜린 앤더슨, 한나 맥기본과 함께 일했다. 당시 이들에게서 가치 있는 많은 걸 배웠다.

당신의 레이블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많은 브랜드에서 프리랜서로 경험을 쌓았지만 그럴수록 ‘디자인’에 목말랐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친구와 가족들을 모아놓고 아주 작은 컬렉션을 펼친 적이 있었다. 화려한 컬러 블록, 로맨틱한 퍼프소매 등 현재 이사 아르펜의 시그니처 스타일은 모두 당시 만든 요소다. 너무 재미있었다. 그러다 30세를 기점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하지 못할 거라고.

이사 아르펜 고유의 스타일은 어떤 것인가? 러플! 살랑살랑한 프루프루(Frou-Frou) 룩에 푹 빠져 있고, 이것들을 위트 있게 조합하는 것을 좋아한다. 예를 들면 커다란 태피터 리본이 달린 톱에 진 팬츠를 매치하는 식이다.

명백히 1980년대 무드에 매료돼 있는 것 같다. 1980년대 이탈리아 패션에 꽂혔다. 극도로 글래머러스한 요소가 많지만, 사실 1980년대는 미니멀리즘과 그런지 룩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시기이기도 하니까. 사진작가 파올로 로베르시가 디자이너 로메오 질리의 컬렉션을 촬영한 사진집이 있는데, 지금 봐도 참 매력적이다. 라파엘 전파 여성들이 입었을 법한 활짝 핀 꽃 형태의 스커트와 매스큘린한 수트가 함께 찍혀 있는데 어찌나 로맨틱한지!

10년 후의 자신을 상상한다면? 나는 순간에 집중하면서 사는 스타일이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