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로마 울(Paloma Wool)’이란 이름이 낯선 한국 소비자에게 레이블에 대해 설명해주기 바란다. 내게 패션은 운명과 같다. 내 이름, 팔로마 라나(Paloma Lanna)의 라나(lana)는 영어로 ‘울’이란 뜻이기도 하니까.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내가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Nice Things Paloma S’란 레이블을 운영했기 때문에 옆에서 보고 배운 것이 많다. 2014년 팔로마 울을 론칭했고, 예술적인 비전을 앞세운 토털 브랜드로 성장해가고 있다.

팔로마 울을 ‘프로젝트 브랜드’라고 정의하던데,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우리 제품 하나하나엔 모두 특별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우리는 이를 위해 끊임없이 공간과 예술에 대해 공부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기획하기 위해 노력한다. 팔로마 울 고유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준 광고도 빼놓을 수 없다. 내가 기획부터 촬영까지 직접 진행하는데, 다양성을 위해 매 시즌 새로운 예술가와 합작하고 있다.

팔로마 울에선 예술이 꽤 중요한 요소인 듯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아티스트가 당신에게 영감을 주는가? 앙리 마티스, 에밀 베르나르, 밀턴 에버리 같은 전설적인 예술가도 사랑하지만, 인스타그램에서 찾아낸 신진 아티스트도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준다. 호주의 로미 고스(Romy Goth), 뉴욕의 타냐 포스터나크(Tanya Posternak), 바르셀로나의 타나 라토레(Tana Latorre)가 대표적이다. 이들과 함께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선보이기도 하는데 출시하는 족족 반응이 좋다.

타나 라토레와 합작한 ‘Abrazo Para Siempre’ 프린트가 참 아름답다. 고맙다. 이 그림이 상징하는 것은 ‘영원한 포옹(Hug Forever)’이다. 타나는 나와 내 남자친구가 나체로 포옹하는 사진을 추상적으로 그려냈고 이 프린트를 통해 사랑과 신뢰, 존경을 표현하고 싶다고 했다. 이 세 단어는 팔로마 울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 밖에도 기발한 합작 프로젝트가 눈에 많이 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벤트를 하나 꼽는다면? 건축가 마르타 아르멩골과 팔로마 울이 주도한 피라미드 쌓기! 이 과정에서 팀과 협동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았다.

기획부터 촬영까지 직접 진두지휘한다는 광고 이미지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 모델을 선정할 때도 체형, 성별, 나이 등에 전혀 구애받지 않는 것 같아 인상적이다. 팔로마 울은 ‘여성’에 집중하는데, 특정 타깃이 아니라 ‘모든 여성(All Women)’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점을 기억해주기 바란다. 각각의 광고 이미지는 사소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순차적으로 발전시키는데 이 과정에 특정한 법칙도, 한계도 없다. 오직 본능에 충실 할 뿐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레디투웨어 디자이너가 있다면? 시몽 포르트 자크뮈스. 그의 로맨틱한 비전에 경의를 표한다.

팔로마 울 특유의 청량한 컬러 팔레트가 참 예쁘다. 블루, 그린, 오프화이트 등 자연을 닮은 색을 뽑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이보다 더 아름다운 색은 없을 테니까. 여기에 라일락, 오렌지, 애플 그린, 일렉트릭 블루 등 톡톡 튀는 컬러를 더하면 묘한 느낌이 연출된다.

어떤 제품이 대중적으로 특히 인기가 많나? 린드라(Leandra) 셔츠와 다양한 색의 버고(Virgo) 니트, 에리스(Aries) 니트다.

현재 기획 중인 프로젝트나 2019년에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팔로마 울의 세 번째 책을 출간하고 싶다. 그리고 서울을 포함해 다양한 도시에서 브랜드 팝업스토어를 선보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