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단 에디션스(Kwaidan Editions). 일본 영화에서 따온 브랜드 네임이 독특하다. 평소 동양 문화에 관심이 많은가? 영화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었나? 처음 브랜드를 시작했을 때 두 디자이너의 공통 관심사인 영화를 주제로 컬렉션을 준비하게 되었다. 특히 강렬한 일본 영화인 <카이단 (Kwaidan)>을 떠올렸다. 이 영화는 단편소설인 일본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귀신이 등장하는 공포영화인데 이 영화에서 느껴지는 속도와 긴장감에 압도되었다. 조용하면서도 강렬했는데 우리가 원하는 브랜드의 이미지가 바로 이런 느낌이길 바랐다.

새롭게 선보이는 2019 F/W 컬렉션의 컨셉트는? 지듯 카이단 에디션스는 전 세계의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길 원한다. 이번 시즌 컨셉트는 과학소설, 미래, 인간 복제를 다룬 1973년 영화 <World on a Wire>에서 시작됐다. 독일인 감독이 만든 영화로 처음 보면 아주 절제된 듯 보이지만 그 안에 파격적인 뜻을 내포한다. 그 이중적인 이미지가 좋았다. 여기에 공장, 창고, 병원, 살균된 공간 등 매우 산업적인 환경에서 영감 받은 디테일을 가미했다. 모든 색깔, 재료, 질감이 이곳에서 시작됐다.

브랜드를 론칭한 지 2년 정도 지났다. 그간 전 세계에 팬이 많이 생긴 것을 체감하는지. 전 세계의 많은 여성들과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고 느낀다. 단순히 인기가 많은 것을 떠나 다양성과 인종을 뛰어넘는 컨셉트 등 우리가 브랜드를 만들 때 제시한 비전을 지지하는 여성들이 많아졌다. 그들과 계속해서 함께 진화하고 성장하며 직간접적으로 연결되기를 바란다.

카이단 에디션스의 룩은 간단명료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특별하고 파워풀하다. 두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카이단 에디션스만의 디자인적 특징은 무엇인가? 매번 현실과 비현실, 가시적인 표면과 그 아래 숨겨진 것 사이의 긴장감을 표현하려 한다. 어려운 이야기 같겠지만 옷의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 외에 눈에 보이지 않는 마감재, 재료의 느낌까지 신경 쓴다는 의미다. 미묘하지만 그 차이가 만들어내는 특별함이 분명히 존재한다.

2019 S/S 컬렉션에서 베스트 룩을 꼽는다면? 광택이 있는 PVC 소재의 블루 컬러 드레스!

매 시즌 선보이는 이미지가 참 예쁘다. 스태프를 선정하거나 촬영하는 과정에 두 디자이너가 관여하나? 그렇다. 카이단 에디션스의 세계와 가치관을 전달하는 모든 부분에 관여한다. 우리는 옷의 겉모습을 표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여성의 내적인 부분까지도 섬세하게 표현되기를 원해 여성 사진가와 일하려고 노력한다. 또한 영화적인 배경지식을 갖고 있거나 영화계에서 경력을 쌓은 사람들과 일하는 것도 좋아한다. 이번 시즌엔 영화감독이자 패션 사진가인 카밀 비비에와 작업했다.

패션을 넘어 다른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 아티스트 도미니크 곤잘레스 포스터와 하는 협업에 대해서 소개해달라. 우리가 대학생이었을 때 다양한 오브제를 사용한 설치 작업과 영상, 시각예술가 겸 영상 연출자인 도미니크 곤잘레스 포스터(Dominique Gonzalez-Foerster)의 작품을 처음 접했다. 그녀의 직접적인 표현 방식은 늘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그래서 우리가 브랜드를 론칭한 후 꽤 여러 번 러브콜을 보냈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를 만나게 되었다. 이후 그녀가 협업하고 있는 아티스트 페레즈도 소개받았고 영상물과 네온사인을 설치한 공간 전시 <엑소투어리즘(EXOTOURISM)>을 함께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일이라고 느끼지 못할만큼 즐겁게 작업했고, 커뮤니케이션을 바탕으로 한 진정한 협동이었다.

두 디자이너가 브랜드를 론칭하기 전 각기 다른 브랜드에서 일했다. 듀오로 함께 일하는 데 있어 의견 충돌은 없나? 각기 다른 브랜드에서 쌓은 경험의 차이가 서로를 보완해준다고 생각한다. 특히 훙은 사업가적인 부분에서 능력이 뛰어나고 레아는 좀 더 아티스트적인 면모를 지녔다. 학생 시절부터 벌써 14년을 함께한 파트너라서 이제 서로의 생각까지도 읽을 수 있는 것 같다.

카이단 에디션스의 2019년 목표는? 성장. 좀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하고 창조적인 작업을 하면서 카이단 에디션스다운 것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