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종키츠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계기가 궁금하다. 평소 파리 팔레 루아얄(Palais Royal)에 위치한 메종키츠네 카페를 자주 찾곤 했다.  특유의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향긋한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 참 좋았다. 그곳에서 메종키츠네의 CEO 길다스 로액을 마주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 추구하는 목표와 에너지가 같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모든 과정이 유기적으로 이뤄져 결국 하우스에 합류하게 됐다.

셀린느에서 일한 경력이 메종키츠네의 디자이너로 일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나? 두 시즌에 걸쳐 셀린느에서 일했다. 2007년 피비 필로가 셀린느를 인수했을 때 2년 반 동안 작업했고, 2017년에 디자인 디렉터로 다시 그녀의 팀에 합류하게 됐다. 사실, 셀린느뿐 아니라 스텔라 매카트니, 끌로에, 미우미우 등 많은 레이블에서 경력을 쌓으며 다양한 기술과 브랜드를 운영하는 전략을 습득할 수 있었다. 옷을 비롯해 백, 슈즈, 선글라스, 향수 등 패션을 이루는 전 카테고리에 걸쳐 많이 배웠다. 이 모든 경험을 토대로 메종키츠네의 컬렉션을 구상하는 데 집중했다. 물론 메종키츠네와 내가 과거 일한 레이블들의 색은 확연히 다른 것이 사실이다. 특히, 메종키츠네의 음악적 헤리티지와 위트 있는 에너지, 로고 플레이가 흥미로웠다. 그래서 이 모든 요소를 부각시킬 수 있는 매개체로 보일러룸(Boiler Room)을 선택했다.

1990년대에 성행한 하우스 뮤직을 2019 F/W 컬렉션의 모티프로 삼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음악을 디자인으로 변주했나? 1990년대의 아이코닉한 레이블인 ‘쿨 캣(Kool Kat)’. 이를 ‘쿨 폭스(Kool Fox)’로 재미있게 변화시켰다. 레트로풍의 반복적인 프린트, 니트 인타르시아, 트리밍 디테일 등에 신경 썼다.

이번 컬렉션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드는 남녀 룩을 하나씩 꼽는다면? 여성 라인에선 23번 룩. 양면 개버딘 코튼 소재로 만든 레인코트인데, 무척 실용적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나 어울릴 수 있게 신축성 있는 코튼 스커트와 저지 터틀넥 니트, 탈착 가능한 타이 후드가 포인트인 오프화이트 코튼 포플린 셔츠를 매치했다. 미셸 비비안과 콜라보레이션해 만든 하이힐 부츠도 쿨하지 않나. 남성 컬렉션 중엔 7번 룩이 가장 맘에 든다. 허리에 드로스트링으로 포인트를 준 코튼 재킷과 재패니스 코튼 스냅 팬츠, 앞에 지퍼를 단 티셔츠로 구성했는데 사무실뿐만 아니라 피트니스 센터, 클럽 등 다양한 장소에 어울릴 것 같다.

당신의 디자인에 영감을 주는 아티스트가 있나? 최근엔 일본 밴드 ‘고트(Goat)’의 음악에서 영향을 받았다.

기획 중인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있나? 2020 S/S 시즌 컬렉션 작업과 함께 새로운 콜라보레이션을 기획 중이다. 조만간 구체적인 내용을 알릴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메종키츠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브랜드에 기대하는 방향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팀과 함께 컬렉션을 구상하는 모든 과정이 너무나 재미있었고,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느꼈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함께 발전하고 성장해나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