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프 코트라고 히어로물에 등장하는 ‘망토’를 떠올리면 오산. 디자이너들이 2019 F/W 시즌 각자의 개성을 담아 다양하게 변주한 케이프 코트가 패션 트렌드의 최전선에 등장했다.

“한때 오버사이즈 코트를 케이프처럼 어깨에 툭 걸친 패션 피플이 대거 등장했죠. 그 흐름을 타고 소매가 뚫린 케이프 코트가 급부상한 거예요.” <리카> 매거진의 패션 디렉터 알렉산드라 칼이 말했듯이 올가을엔 유독 신선한 느낌의 클‘ 로크(cloak)’가 런웨이를 뜨겁게 달구었다.

바닥에 끌릴 듯 길게 내려오는 오버사이즈 망토를 일컫는 클로크는 어떤 옷차림에 걸치든 드라마틱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돌체 앤 가바나의 빅토리안풍 엠브로이더리 클로크는 잘 재단한 블랙 팬츠 수트 위에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고, 랄프 로렌 쇼의 피날레를 장식한 번쩍이는 골드 클로크는 블랙 새틴 가운과 위화감 없이 어우러졌다. 미쏘니는 또 어떤가. 몸의 선을 타고 유려하게 떨어지는 니트 클로크는 노마드 룩을 감각적으로 연출하기에 손색없었다.

다양한 소재 역시 눈에 띄었다. 1970년대풍 레트로 룩을 힙하게 구현한 에디 슬리먼이 셀린느 쇼에서 주로 선보인 옷 역시 케이프였다. 쇼의 오프닝을 알린 캐멀컬러 케이프 코트도 멋지지만 진 팬츠 위에 걸친 풍성한 모피 케이프 코트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며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정교하게 짠 크로셰 니트 케이프며 몽글몽글한 핑크 퍼를 안감으로 덧댄 무통 코트로 소녀 같은 매력을 부각시킨 미우미우도 빼 놓을 수 없다. 여기에 관능적인 레오퍼드나 클래식한 체크 패턴을 더한 케이프 코트를 선보인 마크 제이콥스, 반지르르 윤이 나는 양질의 가죽 케이프를 앞세운 살바토레 페라가모, 밀리터리풍 파워 숄더 케이프 코트로 1990년대 무드를 극적으로 드러낸 발맹까지 수많은 브랜드가 뜨거운 트렌드 행렬에 동참했으니! 베이식한 옷차림에 잘빠진 케이프 코트 하나만 더하면 드레스 업 효과를 제대로 연출할 수 있으니 믿고 도전해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