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형 보정을 위해 와이어가 있는 속옷을 입던 여성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는 의식의 한 경향인 ‘자기 몸 긍정주의(Body Positivity)’의 영향으로 속옷의 보정 기능보다 편안한 착용감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것이다. 사실 여성의 속옷에는 성별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고정관념이 바탕에 깔려 있다. 심미성만을 고려해 통풍이 잘 되지 않는 소재를 쓰거나 리본과 레이스를 장식하는 데 따른 불편, 회음부 위치에 맞지 않는 봉제 위치 등의 문제를 가진 기존 제품은 속옷의 기본적인 기능이 무엇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같은 이유로 유명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이 매출 하락을 견디다 못해 23년 만에 컬렉션 제작을 전면 중단했다. 이 사실은 소비자들이 기존의 장식적 속옷을 거부하고 보다 편안한 속옷을 원한다는 방증이다. 반대로 매출이 상승한 브랜드도 있다. 소비자의 변화 욕구에 맞춰 오이쇼나 에어리 등 유명 속옷 브랜드에서 다양한 체형에 맞는 제품이나 임산부용·수술용 브라 등 기능성 속옷을 선보였고, 우리나라에도 건강을 우선하는 속옷 브랜드가 생겨났다. 브라렛과 사각팬티 등을 대표 제품으로 내세운 속옷 브랜드가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이런 추세에 발맞춰 속옷에 대한 인식 변화가 거세게 일고 있다. 인에이, 톤포투, 단색 세 브랜드의 주역과 함께 변화하는 속옷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DANSAEK

대표 황태은

브랜드와 대표 제품을 소개해주기 바란다. 단색(Dansaek)은 여성의 생애주기별 신체 변화에 초점을 맞춘 기능성 의류를 판매한다. 대표 제품인 ‘논샘 팬티’는 국내 최초의 일체형 위생 팬티다. 특허받은 5중 구조 흡수 패드는 흡한 속건 기능이 뛰어나 생리 기간에도 평소처럼 편안한 착용감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했다.

브랜드의 근간을 이루는 ‘여성 몸의 다양성’과 ‘편안한 속옷’을 추구하게 된 계기가 있나? 어릴때부터 피부가 예민해 시판 중인 여성용품에 늘 불만을 품었다. 결정적으로는 출산 후 딸이 내가 겪은 불편을 느끼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직접 제품을 만들어 창업했다.

최근 나타나는 속옷에 대한 인식 변화는 여성 인권 운동과 별개로 볼 수 없을 것이다. 단색을 운영하면서 이 부분의 변화를 피부로 느낀 사례가 있나? 브랜드 공식 SNS에 ‘노브라 챌린지’관련 게시물을 올린 적이 있다. 단색은 브라를판매하는 브랜드라 업로드 직전까지 고민이 많았는데, 많은 사람이 ‘브라 착용은 선택이자 자유’라고 댓글을 남겨줬다. 그 댓글을 보며 지금 판매하는 제품군에 매몰되지 않고 브랜드 철학을 밀고 나가야겠다고 다짐했고, 그럴 용기를 얻었다. 또한 단색은 여성 기업이고, 여성을 위한회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좋은 제품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성을 위한다는 목표에 어긋나지 않도록 불법 촬영 기기 탐지 보조 제품인 단색 레드카드도 출시했다. 노브라 챌린지를 이끌고 n번방 사건 등 여성과 관련한 사회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일을 통해 매번 여성 인권에 대한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체감하고 있다.

룩 북 촬영 시 고려하는 점은? 보통 전문 모델을 섭외하지만, 임부용 레깅스는 실제 고객을 모델로 섭외해 단색의 제품이 여성의 다양한 신체변화에 주목한다는 점을 나타내고자 한다. 기획하고 있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있으면 소개해주기 바란다. 브라렛을 새로 선보일 계획이다. 또 나의 출산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안에 출산용품을 출시하려고 한다.

최종 목표는 뭔가? 여성은 일생 동안 이차성징, 임신, 출산을 경험하며 몸의 다양한 변화를겪는다. 이러한 여성의 신체 변화에 주목하고 여성이 전 생애에 걸쳐 편안하도록 돕는 제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신체 변화를 겪는 시기마다 찾게 되는 기능성 의류 브랜드로 키우고 싶다.

 

IN-A

대표 김 현

브랜드와 대표 제품을 소개해주기 바란다. 인에이(in-A)는 여성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여유롭고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속옷, 홈 웨어 브랜드다. 론칭 초기부터 출시 중인 ‘스텔라’ 라인은 브라렛을 처음 경험하는 여성들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착용감과 인에이 특유의 색조화가 돋보이는 제품이다. 브랜드의 근간이 되는 ‘여성 몸의 다양성’과 ‘편안한 속옷’을 추구하게 된 계기가 있나? 10여 년전 해외에서 패드와 와이어가 없는 홑겹 브라를접하고 그 편안함에 충격에 가까운 강한 인상을 받았다. 오랫동안 와이어와 두툼한 몰드 컵으로 이뤄진 브라를 습관적으로 입는 이유를 곰곰이 따져보는 계기가 되었다.

최근 나타나는 속옷에 대한 인식 변화는 여성인권 운동과 별개로 볼 수 없을 것이다. 인에이를 운영하면서 이 부분의 변화를 피부로 느낀 사례가 있나? 우리나라 여성들은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인다. 일례로 브랜드 운영 초기에는 택배 상자나 송장에 속옷이라고 표기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이 많았는데 요즘은 찾아보기 어렵다. 쇼룸 고객 중 상당수가 기본으로 제공하는 패드를 받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룩 북 촬영 시 고려하는 점은? ‘있는 그대로아름답다’라는 주제를 가식 없이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에 일반인 모델을 인터뷰하고 촬영했다. 처음 시도 할 땐 국내에 자기 몸 긍정주의 개념이 없던 때라 겁이 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후 다양한 체형과 연령, 인종의 사람을 모델로 선정했는데 언젠가부터 그것 또한 보여주기식 억지 루틴이 되어가는 것 같아 최근에는 체형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 데 집중하고 있다.

기획하고 있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있다면? 메시 소재 시스루 속옷을 새로 출시했다. 과감한 기획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소비자들의 인식이 많이 바뀐 것을 체감하고 있다. 더운 여름에 답답한 브라 대신 메시 소재의 속옷을 입어보기 바란다.

최종 목표는 뭔가? 속옷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변하고 있고, 그 변화가 대단히 선진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빠른 변화에 모두 같은 속도로 따르길 바라는 것 또한 누군가 에겐 폭력적인 일이 될 수 있다. 우리가 외출복을 다양한 상황에 따라 선택해서 입듯 속옷 역시 여러 선택지가 생기길 바라고, 그 다양성을 이루는
데 인에이가 큰 도움이 되고 싶다.

 

TONE FOR TWO

대표 이영숙, 임하경

브랜드와 대표 제품을 소개해주기 바란다. 톤포투(Tone for Two)는 취향에는 성별이 없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성별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상품과 문화를 만들기 위해 설립한 브랜드다. 몸에 걸치는 가장 기본적인 옷인 ‘속옷’이 여성들에겐 기능성이 아니라 미적 가치에만 중점으로 두는 ‘란제리’로 소비되는
현실이 안타까워 편안한 착용감에 중점으로 둔 여성용 드로즈를 고안했다. 톤포투의 대표 제품은 사각팬티다. 몸에 꼭 맞는 드로즈 세 가지 라인과 헐렁한 트렁크 라인이 있다.

브랜드의 근간을 이루는 ‘여성 몸의 다양성’과‘편안한 속옷’을 추구하게 된 계기가 있나? 브랜드를 설립하기 전부터 성별이 취향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이 가장 강하게 투영된 상품인 속옷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여성도 ‘여성스러운’ 란제리가 아니라 기능적인 속옷을 입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인체’를 여성이라는 범주로 한정하지 않는 ‘다양성’을 부여하고 싶었고 그 결과 편안한 속옷을 만들게 되었다.

최근 나타나는 속옷에 대한 인식 변화는 여성인권 운동과 별개로 볼 수 없을 것이다. 톤포투를 운영하면서 이 부분의 변화를 피부로 느낀 사례가 있나? 처음 여성용 드로즈를 출시했을 때는 많은 사람이 남성용 사각팬티와 구별하지 못했고, 바지와 다른 점을 알아채지 못했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며 많은 여성이 당연하게 감수했던 란제리류 속옷의 불편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또, 남성들이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에게 사각팬티를 선물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 여성들의편안함을 생각하는 인식의 변화가 여성에서 남성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한다.

룩 북 촬영 시 고려하는 점은? 브랜드 룩 북을 만들 때는 전달 주제나 메시지에 부합하는 모델을 선정한다. 예컨대, 스포츠용 ‘그랑프리 드로즈’는 여성들의 운동 목적이 오로지 다이어트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여성의 힘, 근력을 보여주기 위해 근육이 잘 발달한 크로스핏 선수를 모델로 촬영했다. ‘슬림 핏 트렁크’는 다문화 가정 지지 프
로젝트를 위한 제품으로 정하고, 흑인 모델과 룩북을 촬영했다. 우리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데 그치지 않고 성 소수자, 다문화 가정, 장애인등 소수자의 인권을 지지하는 캠페인을 벌인다.

기획하고 있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있다면? 이제까지 그랬듯이 다양한 소수자를 위한 기부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지금까지 청소년 성 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과 서울특별시 한부모가족지원센터에 톤포투 제품을 기부했다. 사회의 선순환이 톤포투가 벌이는 캠페인의 가장 큰 목표다.

최종 목표는 뭔가? 어떤 체형이든, 어떤 활동을 하든 톤포투 제품을 입을 수 있도록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부합하는 속옷을 만들고 싶다. 앞으로 브라, 수영복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더불어 성 소수자를 위한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등 여성과 사회를 위한 의미있는 일을 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