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의 개성으로 옷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끄는 소재가 있다. 소박하고 목가적인 느낌을 주는 리넨이나 청명한 색감으로 생기를 불어넣는 셀비지 데님, 그리고 입는 순간 고급스러움을 선사하는 가죽 같은 것들 말이다. 이 중에서도 가죽이 지닌 매력은 두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다. 은근한 광택은 PVC나 비닐 소재에 비할 수 없이 우아하고, 가공법에 따라 빳빳하게도 유연하게도 변하는 특성은 구조적인 형태를 구현하기에 제격이다. 별다른 액세서리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멋스러우며, 단정하면서도 반항적인 두 가지 상반된 이미지를 지닌 점 역시 인상적이다. 여기에 묵직한 블랙 컬러까지 더해지면, 평범한 디자인이라도 단숨에 엄청난 존재감을 발하는 옷으로 거듭나게 된다. 세계적인 디자이너들 역시 이러한 장점에 주목해 블랙 레더 아이템을 대거 선보였다. 최근 유행하는 컷아웃과 비대칭 구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오프화이트와 릭 오웬스부터 바이커 룩의 디테일을 빌려 SF영화의 전사 같은 느낌을 가미한 펜디와 리처드 퀸, 수트와 드레스처럼 포멀한 아이템에 가죽의 록 무드를 결합한 발렌티노와 미우미우, 에르메스, 살바토레 페라가모가 대표적인 예다. 디자인이나 분위기는 제각각 다르지만, 모두 강렬함이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그러나 런웨이에서 모두가 갈구하는 이 강렬함이라는 장점은 안타깝게도 현실 세계에서는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RPG 게임이나 영화 <매트릭스>에서 갓 튀어나온 것처럼 보이고 싶은 사람은 거의 없을 테니까. 그래서 <마리끌레르>의 패션 에디터 4인이 일상에서도 비교적 무난하게 소화할수 있을 만한 블랙 레더 아이템을 고르고 입어봤다. 새 시즌의 이 아름다운 트렌드가 과하거나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외면당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LEATHER COAT

펜디 테일러드 코트

고전적인 디자인의 테일러드 코트 8백만원대 펜디(Fendi).

벨라 하디드가 입은, 잘빠진 블랙 가죽 코트를 보며 설렜다. 꼿꼿하게 각을 세운 어깨선과 잘록한 허리 라인을 강조한 가죽 코트의 존재감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했으니까. 베이식한 화이트 티셔츠와 진 팬츠 위에 입어도 예쁠 테지만, 올가을엔 펜디 컬렉션의 스타일링처럼 코트에 얇은 벨트를 둘러 포인트를 주고 싶다. 여기에 청키한 러버 솔 첼시 부츠와 드롭 이어링을 더하면 금상첨화일 듯.

 

LEATHER PANTS

루이 비통 타이트 가죽 팬츠

몸의 곡선을 따라 부드럽게 밀착되는 가죽 팬츠 가격 미정 루이 비통(Louis Vuitton).

수많은 가죽 아이템 중 특히 팬츠를 즐겨 입는다. 버뮤다 팬츠, 와이드 팬츠, 스키니 팬츠 등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은 스타일이 없을 정도. 유독 팬츠를 좋아하는 이유는 심플한 티셔츠와 만나도 갖춰 입은 느낌을 주고, 우아한 블라우스에도 쿨한 감성을 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어떤 상의와도 합이 잘 맞는다는 말씀. 올가을에는 루이 비통의 타이트한 팬츠에 눈길이 간다. 적당히 은은한 광택과 견고해 보이는 두께, 실용적으로 입을 수 있는 신축성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가죽 팬츠 특유의 섹슈얼 무드를 극대화한 쇼 스타일링 역시 신의 한 수!

 

LEATHER DRESS

발렌티노 러플 드레스

로맨틱한 분위기를 강조한 러플 드레스 7백40만원 발렌티노(Valentino).

심플한 블랙 레더 드레스는 가을철 활용도 높은 아이템 중 하나다. 간편하게 입을 수 있는 데다 차려입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여러 제품을 눈여겨 보던 중 발렌티노의 러플 미니드레스가 눈에 띄었다. 스커트 밑단의 로맨틱한 러플이 소재가 가진 강렬한 이미지를 완화 해주기 때문에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장점이 있다. 또 부츠, 펌프스 등 매치하는 신발에 따라 다채롭게 스타일링할 수 있으니 올가을 가죽을 가장 손쉽게 즐기는 방법이 아닐까.

 

LEATHER JACKET

미우미우 주머니 재킷

여러 개의 주머니가 달린 재킷 가격 미정 미우미우(Miu Miu).

가죽 재킷 하면 떠오르는 투박한 이미지 때문에 구입을 차일피일 미루던 중, 미우미우의 컬렉션 피스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더없이 모던한 디자인에 무게감을 덜어주는 광택, 허리 부분을 조이면 아워글라스 형태로 연출할 수 있는 낙낙한 실루엣, 그리고 30년은 족히 입을 법한 클래식한 디자인까지! 이번 생에 만난 가죽 아이템 중 가장 만족스럽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미우미우의 컬렉션에서는 레더 셋업으로 상하의를 맞춰 입었지만, 개인적으로 낡고 찢어진 스트레이트 진 팬츠와 함께 프렌치 스타일로 입어볼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