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연히 알게 된 브랜드에서 수영복을 하나 구입했다. 처음엔 SNS의 이미지에 매료되었다. 바비 인형 같은 몸매의 모델들이 아닌 일반인 모델의 이미지인 점이 마음에 들었다. 뒤늦게 헤이엄은 30대 초반 네 명의 친구들이 모여서 만든 신생 브랜드이며 룩북에 등장하는 얼굴 없는 모델들이 바로 브랜드의 대표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비하인드를 듣고나니 확고한 방향성을 가진 이 브랜드의 매력에 더욱  빠져들었다. 여름휴가를 위해 새로운 수영복을 찾는 이들을 위해 ‘헤이엄’ 을 소개한다. 어디에도 없던 오묘하고 세련된 색감과 자유롭고 편안한 디자인은 물론이며 입어본 사람만 알 수 있는 탄탄한 원단과 안정적인 착용감까지. 당신 역시 이 브랜드의 팬이 될 것이 확실하다.

브랜드 헤이엄(hey,um)을 소개해달라.  헤이엄은 편안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수영복 브랜드다. 수영과 여행을 좋아하는 평범한 네 명의 친구들이 ‘우리가 입고 싶은 수영복’을 만들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헤이엄의 뜻은 우리말 ‘헤엄치다’ 와 ‘hey’를 합친 것으로, 친근하게 누군가를 부르고, ‘서로를 알아가는 시작’의 의미를 담았다. 전문 모델이 아닌 디자이너 본인, 친구, 언니와 동생을 모델로 기용하여 여성의 다양한 체형과 자연스러움과 편안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고객들을 친근하게 ‘치다’님이라고 부른다. ‘헤이엄 치다!’

브랜드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있다면? 사소한 계기로 시작했다. 점심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시중에 판매되는 수영복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을 찾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취향도 체형도 제각각이었지만 이상적인 수영복에 대한 의견이 닮아있었다.
우리는 클래식하고 기본이 탄탄한 수영복이 입고 싶었고, ‘Free size’에 몸을 맞추고 싶지 않았다. 해외 제품의 경우 사이즈나 디자인은 다양했지만 동양인 여성이 입기에는 가슴선이나 엉덩이 부분의 노출이 많았기 때문에 그런 점을 보완한 브랜드는 왜 없을까 생각했다. 불현듯 ‘누구도 시작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라는 말이 나왔고 갑자기 불이 붙었다.

 

룩북을 직접 찍는 것이 인상적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디자이너 네 명의 체형, 사이즈, 콤플렉스가 다 다르다. 때문에 네 명 모두 만족할만한 핏이 나온다면 대부분의 체형을 커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 기준점을 찾기 위해 샘플 작업을 여러 번 진행했다. 룩북 촬영을 앞두고 모델도 우리가 직접 하면 제품의 장점을 더 잘 보여줄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전문 모델을 기용하면 룩북의 퀄리티가 훨씬 높아 보였겠지만 소비자가 구매 결정을 앞두고 ‘내가 입어도 저런 핏이 나올까?’ 하는 의문을 가지지 않았으면 했다. 콤플렉스를 가리기보다는 ‘나도 저렇게 즐겁고 싶다!’는 마음으로 구매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무래도 수영복 룩북이다보니 모르는 사람이 촬영하면 어색한 모습만 찍힐 것 같았다. 오히려 우리끼리 놀면서 촬영하면 포즈나 분위기도 더 자연스러울 거라 생각했고 브랜드가 지향하는 바를 표현하기  더 쉬울 거라 판단했다.

수영복과 사랑에 빠진 순간은 언제인가? 수영 초급반 시절, 몸이 너무 드러나는 것이 싫어서 체형 커버가 많이 되는 검정 수영복을 샀다. 고급반으로 올라갈수록 수강생들이 입고 있는 수영복의 컬러와 무늬가 화려해지더라. 화사한 패턴과 과감한 디자인의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이 활기차게 헤엄치는 모습을 보면서 ‘아, 수영복은 그냥 수영할 때 편하고 즐거우면 되는 거구나.’라고 생각했다. 나도 고급반이 되면 화려한 수영복을 입으리라 다짐도 했고. 그 후로는 수영복을 고를 때 조금씩 과감해졌다. 체형보다는 내 마음에 더 잘 맞는 수영복을 사게 된 계기다.

어렸을 때 가족과 여름휴가로 양양에 갔다. 탄산처럼 시원한 파도가 다리를 스치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지금도 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은 그 시절 엄마 등에 업혀서 파도 속에서 즐거워하는 사진이다. 그리고, 수영이 끝난 뒤 수영복을 말릴 때 나는 시원한 향을 정말 좋아한다. 그 향을 맡으면 바닷바람에 엉킨 머리카락을 말리던 여름밤 냄새, 선크림 향 같은 것들이 떠오른다. 매 해 수영복을 꺼낼 때가 되면 지난 여름날이 떠오르면서 다시 사랑에 빠지게 된다.

수영복 고를 때의 팁이 있다면? 사람마다 체형이 다르지만, 길이 조절이 가능한 수영복을 사는 걸 추천한다. 수영복은 토르소 길이를 기준으로 사이즈를 정하는데, 원 사이즈 수영복의 경우 토르소 길이가 맞지 않으면 핏도 이상하고, 입었을 때 너무 작거나 크게 느껴질 수 있다. 길이 조절이 가능한지 꼭 체크하면 실패할 확률이 적다. 또한 원단이 너무 얇거나 안감이 없으면 물에 젖으면 패드나 몸의 실루엣이 비칠 수 있다. 특히 밝은 컬러의 수영복을 입고 싶다면 비침이 덜한 골지 원단이나 프린트가 있는 디자인을 입는 것이 좋다.

이런 다양한 팁이 있지만 사실 체형을 고려하기보다는, 입고 싶은 수영복을 주저 말고 입기를 추천한다. 팔뚝을 가리는 프릴, 뱃살이나 허벅지, 엉덩이를 가리는 스커트 타입의 수영복들은 물에 들어가면 결국 쳐져서 오히려 핏이 더 애매해지고, 볼륨 패드도 물을 많이 먹으면 무거워서 쳐지기도 한다. 기분전환을 하고 싶다면 오히려 자신 있게 화사한 컬러나 프린트의 단순한 디자인을 고르는 걸 추천한다!

 

가장 좋아하는 물놀이 장소는 어디인가? 양양, 아야진, 애월 등 우리가 좋아하는 지명을 제품 이름으로 사용했다. 이국적이고 왁자지껄한 양양과 한적한 아야진, 그리고 제주도의 수많은 해변들, 여행지에서 만난 호텔 수영장 어디든 좋아한다. 어린 시절에 그랬듯 누가 오래 잠수하는지 내기하고, 빨리 헤엄치나 경쟁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좋다.

올여름을 위한 수영복을 추천한다면? 헤이엄 제품 중 ‘애월’을 추천한다. 해외여행을 못 가는 대신, 많은 이들이 제주도로 휴가를 떠났듯 헤이엄 역시 제주도를 향한 사랑을 담아 애월을 만들었다. 컬러 이름도 제주 방언에서 따왔다. 안정적인 U네크라인과 체형에 맞춰 조절하기 쉬우면서도, 디자인적으로도 탁월한 레이스백은 입었을 때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우리 역시 올해는 작년보다 좀 더 활기찬 여름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궁금하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입을 수 있는 제품과 임부용 수영복, 시니어를 위한 수영복을 만들고 싶다. 수영복이 나이가 들면 입을 수 없는 부담스러운 옷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편하고 안정적인 디자인의 수영복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언젠가 우리 넷과 어머니들이 모두 모여 각자 좋아하는 예쁜 색의 헤이엄 수영복을 입고 제주도 여행을 떠나고 싶다.

 

최근 포장법을 친환경적으로 바꾸기도 했다. 얼마 전부터 에코 포장을 시작했다. 재활용이 가능한 린넨 파우치와 생분해되는 택배봉투, 행텍핀을 사용해 포장 및 발송하는데, 만족스러운 퀄리티의 생분해 택배봉투를 찾다가 해외업체 중 우리 브랜드와 지향점이 맞는 제품을 찾았다. 최근 주문의 95% 이상 에코 포장으로 출고되는 것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주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5년 후 헤이엄은 어떤 모습일까? 헤이엄이 가진 시선과 세계가 더 넓어졌으면 한다. 우리의 작은 발걸음에 많은 이들이 공감해 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