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메 전시 Botanical: Observing Beauty

쇼메 프랑수아 레뇨 니토의 손길이 닿은 밀 이삭 티아라. 1811년경.

쇼메 전시 Botanical: Observing Beauty

보태니컬 전시가 펼쳐지는 보자르 드 파리 전경.

실은 파리에 도착하기 전부터 설레었다. 6월 16일에 막을 올려 9월 4일까지, 파리의 보자르 드 파리에서 펼쳐지는 ‘보태니컬(Botanical)’ 전시. 그 면면을 직접 눈앞에서 살필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 건 쇼메의 특별한 파트너십 덕분이었다. 쇼메는 이번 전시를 위해 메종의 아카이브 피스 80여 점을 비롯해 식물에서 영감을 받은 4백여 점의 작품, 나아가 명망 있는 박물관과 개인 수집가들의 작품을 모으는 노력을 더했다. 루브르, 오르세, 파리국립 자연사박물관 등 70여 곳의 박물관, 각종 재단과 갤러리, 개인 수집가들은 쇼메의 제안에 흔쾌히 응했다. 그 결과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경이로운 예술의 장이 열렸다. 자신의 소장 작품이 이번 전시의 방대한 오브제 중 하나가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은 이들의 고고한 정신 덕분에 ‘보태니컬’이라는 주제 아래 각양각색의 매혹적인 창조적 예술품이 한자리에 모인 것. 그리고 우리는 이제 그 근사한 성찬을 즐기기만 하면 되었다.

 

쇼메 전시 Botanical: Observing Beauty

식물에서 영감을 받은 독창적인 오브제와 방대한 역사적 작품들이 어우러진 전시 내부.

쇼메 전시 Botanical: Observing Beauty

바르톨로메오 빔비의 유화 ‘프란체스코 마넬리의 밀 이삭 덤불’, 1713년.

다시 찾은 파리의 여름, 유람선이 유유히 지나가는센강의 퐁네프 다리를 건너며 파리에 다시 왔음을 실감했다. 서울에서 본강렬한 컬러 조합의 포스터가 눈에 띄며 파리 예술의 산지 보자르 드 파리의 위용 넘치는 모습이 눈앞에 나타났다. 보자르 드 파리(Les Beaux-Arts de Paris)는 예술적 실험의 공간으로 과거와 현대의 컬렉션을 보존하는 전시회를 개최하는 장소이자 출판사를 겸하는 곳. 또한 현대미술을 위한 최대 규모의 도서관을 보유하고 있으며, 뛰어난 아티스트를 교육 하는 학교로서 이 전례 없는 독창적 전시의 예술성을 표방하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수천 년간 경계를 넘어 모든 아티스트 와 주얼러에게 영감의 원천이던 ‘식물’에 흥미로운 해석을 더한 다채로운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총. 4백여 점에 달하는 방대한 전시 작품들은 고아한 주얼리와 의상, 그림, 사진, 드로잉, 가구를 넘어 실험적인 설치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웠다. 그것들은 때론 천진하고, 관능적이었다. 어느 순간엔 자연 그 자체였고, 명징한 문화 예술적 산물이었다. 한편으론 욕망과 열정 을 쏟아내었고, 또 자연으로의 회귀를 소망하는 인간의 감정적 매개체로서 존재했다.

 

쇼메 전시 Botanical: Observing Beauty

클로드 모네의 유화 작품 ‘수련’, 1903년.

쇼메 전시 Botanical: Observing Beauty

바르톨로메오 빔비의 유화 작품 ‘비토리오 크로스텐의 프레임 속 두 송이의 카네이션’, 1699년.

이번 전시의 큐레이팅을 맡은 식물학자 마르 장송(Marc Jeanson)은 이러한 다양한 시각이 담긴 작품을 여러 접근 방식과 형태로 모아갔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의 야심찬 기획을 제안한 쇼메는 시대를 뛰어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동시에 시대를 초월하는 식물의 본질을 기념했다. 밀 이삭, 카네이션, 야생 장미, 담쟁이 등에서 영감을 받은 브로치부터 티아라 에 이르는 다양한 시대의 찬란한 주얼리들은 끊임없이 예술적 영감을 안기는 자연을 향한 경계 없는 해석의 장을 마련했다. 유럽 주얼리 역사에서 빠뜨릴 수 없는 메종의 방대한 유산을 한자리에서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안겨준 쇼메. 역사를 아로새기는 예술 작품과 어깨를 나란히 한 주얼리는 단순히 착용을 위한 미적 액세서리를 넘어 시대적, 미적 가치를 상징적으로 담은 예술 작품으로서 그 위상을 더했다.

쇼메가 함께한 이번 보태니컬 전시는 식물에 대한 신선한 관점을 담아 냈다. 그 결과물은 쇼메의 아카이브 한편에서 영롱한 빛을 발하는 상징적인 주얼리에 국한되지 않는다. 모네의 수련과 밀 이삭에서 영감을 받은 쇼메의 티아라가 함께 놓인 공간. 이곳엔 누군가의 친근한 필치가 서린 드로잉 북이 펼쳐져 있고, 자연의 온갖 소재를 장엄하게 펼쳐놓은 태피스트리는 일상에 스며든 자연에 대한 애정을 상기시킨다. 수백 가지 시선을 포용한 이 같은 다양성은 곧 무한한 영감을 안겨주는 절대적 존재, 식물이 지닌 아름다움으로 귀결된다. 무엇 하나 눈길이 가지 않는 것이 없는 공간, 이곳에서 펼쳐지는 다채로운 이야기는 우리의 두 눈뿐 아니라 심장까지 매혹하기에 충분했다.

 

쇼메 전시 Botanical: Observing Beauty

화이트 골드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쇼메의 카네이션 브로치, 2019년.

쇼메 전시 Botanical: Observing Beauty

프랑수아 레뇨 니토의 쇼메 수국 다발 브로치, 1807년.

쇼메 전시 Botanical: Observing Beauty

천연진주를세팅한조셉쇼메의 홀리 잎 브로치. 1890년경.

다시금 이번 전시의 주제를 떠올려본다. 여러 시대에 걸쳐 생성과 소멸 속에 변치 않는 가치와 아름다움을 안겨주는 유일무이한 존재, 바로 그 주체가 식물이 아닐까. 예술과 아름다움을 보편적 시선으로 바라봤을 때, 무한한 확장을 일으키는 대상인 자연. 그 창조적 영감의 품에 안겨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고 창작자들의 열정적이고도 독창적인 결과물에 감탄하게 된 다. 내가 보자르 드 파리에서 보낸 두 시간 남짓한 시간처럼. 마치 식물학자가 된 듯 수많은 꽃과 풀의 이름을 되새기며 모든 작품의 면면을 관찰하기엔 이번 전시의 규모가 워낙 방대했다. 적어도 두 세번은 반나절의 시간을 쏟아 작품과 마주해야 각 작품이 전하는 이면의 의미 깊은 메시지까지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전시의 넉넉하고 향기로운 품을 그리며 다시 파리 를 찾게 될 것만 같다.

전시 문의: 쇼메 사이트에서 예약 가능( WWW.CHAUMET.COM), 보자르 드 파리 13, QUAI MALAQUAIS 75006 PARIS 매주 수~일요일 12:00~20:00(유료 관람)